소원을 들어주는 '원숭이 발'
화이트씨 가족에게 돈이 생기지만 불행도 찾아오는데…
화이트씨 가족에게 돈이 생기지만 불행도 찾아오는데…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57)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원숭이 발'](https://img.hankyung.com/photo/201703/AA.13608988.1.jpg)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57)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원숭이 발'](https://img.hankyung.com/photo/201703/AA.13608980.1.jpg)
단순한 공포에 그치지 않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오묘한 작품으로 공포소설로는 드물게 명작 반열에 올랐다. 1980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근대 200년 영어문학 걸작 50편’을 선정할 때 <원숭이 발>도 포함되었다. 《모비딕》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폭풍의 언덕》 《주홍글씨》 같은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소설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이 인정받고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세 가지 소원’이라는 장치를 통해 운명과 선택, 욕망과 허상을 다각도로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원숭이 발>은 세 가지 소원을 이룰 기회를 얻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별다른 노력없이 그저 말만 하면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신중하게 <원숭이 발>을 접하면 좋을 것이다.
단순한 주제로 쓴 단편소설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긴장과 두려움을 안기는 묘한 분위기 덕분이다. 소설을 읽다가 원숭이 발이 내 손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듯, 오싹한 공포와 불쾌감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소개를 마친 모리스 씨는 원숭이 발이 이미 두 사람에게 불행한 일을 많이 일으켰다면서 불에 던져버린다. 그러자 화이트 씨가 급히 그것을 꺼냈고 모리스 씨는 “무슨 일이 생겨도 저를 탓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당신의 세 가지 소원은 무엇인가?

‘세 가지 소원’은 우리나라 민담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구전되는 이야기 속의 단골 소재다. <원숭이 발>은 많은 작가들이 패러디했고 만화, 게임 등에서도 계속 차용되고 있다. 스티븐 킹도 이 이야기의 모티브를 빌려 <신들의 워드프로세서>라는 단편을 썼다.
손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원숭이 발은 미신이나 요행에 기대봐야 별 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요동치는 세상에 불안과 공포가 넘실대지만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