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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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兆단위 공약들, 국가재정 '공유지 비극' 만든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각 당 대선 주자들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공약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스케일도 전보다 훨씬 커졌다. 100조원짜리가 나오더니 200조원짜리도 나왔다. ‘묻고 더블로 가’라는 식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약이라고 믿고 싶지만, 뚜렷한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100조원 단위 공약은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잠겨 있지 않은 나라 곳간공유지의 비극이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한 자원을 과다하게 사용해 고갈되는 현상을 말한다. 공유 자원의 비극이라고도 한다. 공유 자원은 소비의 배제성은 없지만, 경합성은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바닷속 물고기를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누군가가 물고기 잡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바닷속 물고기는 배제성이 없다. 어떤 사람이 물고기를 잡는 만큼 다른 사람이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줄어든다는 점에서 경합성이 있다.국가 재정도 이런 성격을 띤다. 국민이라면 누구든 복지를 비롯해 정부 예산으로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즉 배제성이 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예산을 가져가는 만큼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든다. 경합성이 있다.공유 자원을 잘 관리하면 여러 사람이 오래도록 편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미래보다 눈앞의 사익을 챙기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내가 아껴봤자 남이 다 써 버리면 나만 손해다. 그러느니 내가 먼저 쓰는 것이 낫다. 그렇게 너도나도 쓰다 보면 공유 자원은 고갈되고 만다.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해지는 것, 공공 기물이 쉽게 파손되는 것 등이 공유지의 비극 사례다. 정치인과 국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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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쌀 소비 줄어도 생산 늘어…시장 왜곡하는 보조금
더불어민주당이 시장에서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한 양곡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미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쌀값을 안정시켜 농민 소득을 보장한다는 ‘선한 의도’에서 나온 법안이지만, 그러잖아도 전국 쌀 창고에 안 팔린 쌀이 가득한 상황에서 남는 쌀을 세금으로 매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농업 보조금은 시장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稅 감면·저리 대출 등 다양한 보조금보조금이란 정부가 특정 상품의 생산 또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적 혜택을 말한다. 현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고, 세금 감면 등 간접적인 지원 방식도 있다. 국책금융기관을 통한 저금리 대출 등 정책금융도 보조금의 한 종류다. 복지 혜택도 넓은 의미의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보조금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시장 균형 거래량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적을 경우 보조금을 지급해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서비스는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학교 운영에 큰 비용이 들어 시장에만 맡겨두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정부가 학교법인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교육 서비스의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특정 산업 발전을 촉진하거나 국제 경쟁에서 보호하는 것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다. 한국의 고속 경제 성장도 산업과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속에 이뤄졌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보조금을 산업 정책의 주요 수단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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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비만인구 늘어난 게 간편음식 때문?
날씨가 부쩍 따뜻해졌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얇아졌다. 기온이 오르고 옷차림이 가벼워지면 몸매 고민이 커진다. 살이 찌는 이유는 간단하다. 먹기는 많이 먹는 반면 먹는 것에 비해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많이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르몬 작용 때문일까, 자제력이 부족해서일까. 혹시 경제적 이유는 없을까. 내 뱃살에 숨은 경제 원리를 찾아보자.간식과 야식을 자꾸 먹는 이유데이비드 커틀러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인은 왜 뚱뚱해졌을까’ 논문에서 비만율이 높아진 이유를 수요의 원리로 설명했다. 수요의 원리는 단순하다. 재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량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은 증가한다. 식품 비용이 내려가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먹게 됐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은 돈뿐만이 아니다. 시간도 비용이다. 1965년 미국 전업주부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에 하루 평균 137.7분을 썼다. 1995년 이 시간은 68.8분으로 줄었다. 식사 준비의 기회비용이 감소한 것이다. 2003년에 나온 논문이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더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다. 오늘날 식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더 짧아졌다. 밀키트로 단 몇 분 만에 근사한 요리를 차릴 수 있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 밀키트 포장을 뜯어 냄비에 넣고 끓이는 정도의 수고조차 필요 없다. 이런 변화로 사람들은 더 자주 먹게 됐다고 커틀러 교수는 분석했다. 한 끼에 먹는 식사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간식이나 야식을 먹게 돼 총 칼로리 섭취가 증가했고, 그 결과 비만해졌다는 것이다.에릭 핑켈슈타인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과대학 교수와 키르스텐 스트롬보트네 보스턴대 교수도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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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용의자의 딜레마'…믿었던 측근이 배신하는 이유
가위바위보 할 때를 생각해 보자. 상대방이 무엇을 낼지 잠시 고민한다. 알 수는 없지만 짧은 순간 머리를 굴린다. 회사에서 신제품을 내놓는다. 소비자 반응은 어떨지, 경쟁사는 어떻게 나올지 고민을 거듭한다. 인생은 게임이다. 가위바위보부터 회사 신사업까지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예상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전략적 상황’에 처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연구한 경제학 분야가 있다. 게임이론이다. 협력과 배신 사이게임이론의 고전적인 사례로 다양하게 응용되는 것이 ‘용의자의 딜레마’다. 검찰 수사를 받는 두 용의자가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할 만한 범죄의 증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심각한 범죄에 대해선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다. 검사는 두 사람을 각각 다른 방에 불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당신이 자백하고 공범이 부인한다면 당신은 무죄로 석방해 주고 공범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하겠다. 둘 다 자백하면 각각 징역 5년을 살게 하겠다. 둘 다 끝까지 부인하면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하겠다.두 사람이 받을 징역형의 총량을 따져보면 둘 다 끝까지 부인해 1년씩 구형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내가 부인했는데, 상대방이 자백한다면 상대방은 석방되고 나만 10년 형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그러느니 자백하는 것이 낫다. 자백하면 10년 형을 받을 일은 없고, 운이 좋으면 석방될 수도 있다. 결국 두 용의자 모두 자백한다. 두 사람 다 징역 1년씩만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놔둔 채 둘 다 5년 형을 받고 만다.한때 동지적 관계였던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뒤 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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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썸남썸녀' 중매 나선 정부…결혼업체보다 나을까
“벚꽃 흩날리는 계절, 우리 썸 타지 않을래?”지난 4일 열린 서울 서대문구의 단체 소개팅 ‘썸대문 with 벚꽃’ 안내 문구다. 서대문구에서 거주하거나 직장 생활 중인 28~39세 미혼 남녀 20명을 대상으로 커플 게임과 저녁 식사 등 6시간의 데이트를 구청이 주선했다. 부산 사하구는 다음 달 3일 가덕도의 한 펜션에서 ‘두근두근 사하 브릿지’ 행사를 연다. 29~39세 남녀가 참가하는 1박 2일 소개팅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하는 소개팅이 많이 열린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능한 중매쟁이가 될 수 있을까.일부일처제의 존재 이유연애·결혼 시장에서도 시장실패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만 시장 기능만으로는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때가 있다. 10년 전의 70% 정도에 불과한 혼인 건수와 합계출산율 0.75명의 초저출산이 연애·결혼 시장의 시장실패를 암시한다. 이럴 때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시장실패가 일어나는 원인으로 우선 독점이 있다. 독점이란 어떤 기업이 공급하는 상품에 밀접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고, 그 상품을 오직 하나의 공급자가 공급하는 상황을 말한다. 독점시장에선 상품 가격이 완전경쟁시장의 균형 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이에 따라 수요가 감소해 거래량이 줄어들고, 거래량이 감소한 만큼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한다.일부 남성과 일부 여성은 외모와 사회경제적 조건 등에서 평균적인 남성 혹은 여성보다 월등하다. 이런 소수의 남성 또는 여성에게 이성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연애·결혼 시장에 개입한다. 그 수단은 다름 아닌 일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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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법인세는 기업만? 근로자·소비자도 나눠 부담
월세 50만원짜리 임대주택이 있다. 정부가 집주인의 월세 소득에 대해 1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집주인은 그 다음 달 월세를 60만원으로 올렸다. 그리고 10만원의 세금을 냈다. 세금을 낸 사람은 분명 집주인이다. 그런데 이 돈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온 것일까.세금을 ‘내는’ 것과 ‘부담하는’ 것은 다르다. 세금이 ‘내는 사람’에게서 ‘부담하는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것을 ‘조세 귀착’이라고 한다. 조세 귀착은 법인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세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치킨세’를 부과할 때 벌어질 일예를 더 들어보자. 요즘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음료와 배달비 등을 합해 한 마리에 3만원 정도다. 정부가 치킨 업체에 마리당 5000원의 ‘치킨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하자. 치킨 업체의 비용이 늘어났으니 시장에선 치킨 공급이 감소한다. 공급이 줄어든 만큼 가격은 오른다. 다만 세금 5000원이 모두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가격을 너무 많이 올리면 수요가 줄어 치킨 업체에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치킨 가격을 3만3000원으로 올렸다고 하자. 이제 소비자가 3만3000원을 내면 치킨 업체는 5000원을 세금으로 내고 2만8000원을 가져간다. 세금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소비자는 3000원, 치킨 업체는 2000원의 손해를 본다. 소비자가 3000원, 치킨 업체가 2000원의 세금을 부담한 것이다. 정부는 분명 치킨 업체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실제로는 소비자도 세금 일부를 부담했다.흥미로운 것은 치킨 업체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세금을 부과해도 결과는 같다는 점이다. 소비자에게 세금이 부과되면 치킨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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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보호 위한 관세, 경제 무너뜨릴 '자폭' 우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충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방으로 던지고 있는 ‘관세 폭탄’ 얘기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에 이어 한국을 향해서도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관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레버리지다. 관세가 무엇이기에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일까. 관세는 과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원조는 트럼프가 아니다관세는 오랜 옛날부터 유용한 세금이었다. 부과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매기려면 소득을 파악하고 재산세를 부과하려면 재산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전근대 시대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면 관세는 국경과 항구 길목만 지키고 있으면 부과할 수 있다.기원전 2000~3000년에 이미 관세가 존재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 상인은 국경을 넘을 때 오늘날의 관세와 비슷한 통행세를 내야 했다. 소득세가 19세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20세기에 와서야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역사가 매우 긴 세금이다.근대 이후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관세는 보호무역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가 아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유치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 수단으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18~19세기 후발 산업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산업혁명의 선두주자 영국을 겨냥해 고율 관세를 매겼다.20세기 들어선 한국과 대만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을 육성했다. 다만 이 같은 유치산업 보호 정책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대만은 예외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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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명품,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가 한국에서 판매하는 시계 가격을 다음 달 평균 8% 올리기로 했다. 까르띠에는 지난달 제품 가격을 약 6%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연례행사처럼 가격을 올린다. 그래도 매출은 꺾일 줄 모른다. 고가 명품은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경향마저 보인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한다는 수요 법칙의 예외적 현상이다. 인간은 가성비를 따지는 경제적 동물이지만, 체면과 평판을 중시하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는 점에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열쇠가 있다. 변호사들이 고급 수입차를 타는 이유노르웨이 출신 미국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미 120여 년 전 오늘날 명품시장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을 이론화했다. 그는 1899년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류층 신사들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해 비싼 상품을 소비한다”고 했다.베블런은 그 배경에 ‘서민층과 구별되려는 욕구’가 있다고 했다. 고가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비싼 상품일수록 서민은 구입하기 어렵고, 서민과 구별되려는 부자들의 욕구를 잘 충족한다. 따라서 이런 상품은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난다.이처럼 고가 상품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 그런 재화를 ‘베블런재(Veblen goods)’라고 한다. 베블런재는 가격이 내려가면 오히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상품이 돼 버리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 행태는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 중엔 고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