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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인쇄기 등장에도 필경사들이 항의하지 않은 이유는

    오직 생산성만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다. 생산성은 더 적은 투입으로 더 많이 생산할 때 높아진다. 이를 담당하는 것이 기술이다. 기계를 도입해 노동생산성이 연간 2.5% 증가한다면, 1인당 생산량은 28년마다 두 배로 뛴다. 대략 절반만 일해도 평생 일해야 가능한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은 기술의 위력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생산성과 실업기술의 위력과 생산성이 소득 증대의 전제조건임은 분명하지만, 모든 서민의 소득 증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를 잃는다면 누군가는 더욱 가난해질 수도 있다. 물론 경제학에서는 기술 발전으로 파레토 개선이 가능하다고 가정한다. 기계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대체할 때 동시에 모든 사람이 더 많은 월급을 주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접근이지만, 기술 발전이 노동을 대체하는 개별 사례를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역사가 말해주듯, 기술은 물질적 수준을 높였지만 실업도 초래했다. ‘러다이트 운동’으로 표현되는 신기술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은 유럽과 중국 전역을 휩쓴 반란의 물결 가운데 아주 일부다. 19세기 말 이전 노동자들 저항은 예외가 아닌 표준이었다. 게다가 신기술에 대한 반란의 역사는 훨씬 길다. 로마제국의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는 고용 문제로 인해 카피톨리누스 언덕으로 돌기둥을 운반할 때 기계 사용을 금지했다. 1589년 엘리자베스 1세도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실업이 두려워 윌리엄 리에게 메리야스 편직기 특허를 내주지 않았다. 17세기 유럽에서는 많은 국가에서 자동직기를 금지했다. 자동직기를 도입한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폭동이 뒤따랐던

  • 경제 기타

    상대방 행동에 대한 최적대응을 내시전략이라 해요

    지난주까지 게임이론에 대해 공부하면서 용의자의 딜레마게임을 중심으로 경제현상 속에서 발생하는 게임에 관해 설명했다. 대부분의 경제학 책이 과점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용의자의 딜레마게임 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경제현상에서는 용의자의 딜레마게임 외에 다양한 게임이 나타난다. 이번 주에는 용의자의 딜레마게임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성대결게임(battle of sexes game)에 대해 살펴보자.성대결게임의 내용성대결게임은 남자와 여자가 친하다고 해도 서로 좋아하는 취미가 달라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상황으로, <표1>의 보수행렬로 나타낼 수 있다. 보수행렬에서 보수를 나타내는 괄호 안의 숫자는 기쁨의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친한 남녀가 만나 취미를 즐기는 것이 만나지 않고 각자 취미를 즐기는 것보다는 더 기쁘면 보수행렬에 더 큰 수치를 부여했다.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이 기쁘지만, 스포츠를 함께 관람하면 남자의 기쁨이 여자보다 더 크고, 반대로 영화를 같이 관람하면 여자의 기쁨이 남자의 기쁨보다 큰 것이 이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이다.성대결게임의 결과이 경우 남자의 최적대응은 여자가 스포츠 관람을 선택하면 당연히 남자도 스포츠 관람을 선택하는 것이고, 만약 여자가 영화 관람을 선택하면 남자도 혼자서 스포츠 관람을 하지 않고 영화 관람을 선택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용의자의 딜레마게임처럼 우월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의 최적대응도 남자와 동일하기 때문에 이 게임의 균형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스포츠 관람을 하거나 영화 관람을 하는 두 가지 경우가 된다. 이 게임의 균형은 경기자들에게 우월전략이 없으므로 우월균형이라고

  • 커버스토리

    예금과 대출의 차이…'예대마진'이 문제?

    우리는 물품보관소에 귀중품을 맡길 때 보관료를 냅니다. 반대 상황도 있을까요? 물건을 맡기는 사람이 거꾸로 돈을 받는 경우 말입니다.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을 받습니다. 이자라는 것이죠. 은행은 돈을 맡아주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왜 보관료를 안 받을까요? 이유는 은행의 역할에서 비롯됩니다.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된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곳입니다. 1000원 맡기는 사람(예금자)에게 10원의 이자를 주고, 빌려가는 사람(대출자)에게 이자 15원을 받아 5원을 남기는 식이죠.이것이 바로 이자 수익, 즉 예대마진이라는 겁니다. ‘예대마진=대출이자(여신이자)-예금이자(수신이자)’이죠. 요즘 이 예대마진이 논란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은행들이 자기 돈도 아닌 남의 돈으로 이자 장사를 해서 직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퇴직금을 준다는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거둔 이자수익은 50조원에 달합니다.최근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금리가 올라서 대출자들이 이자 내기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이자수익으로 돈 잔치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기업들은 돈 많이 번 것을 자랑하는데 은행들은 전전긍긍합니다. 돈으로 돈(이자)을 버는 걸 죄악시했던 조상들의 생각이 맞는 걸까요? 아니면 은행도 할 말이 있는 걸까요?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를 이어주는 존재…3자가 만족하는 교집합은 어디쯤일까요?여기 김씨, 박씨, 이씨가 있습니다. 김씨는 여윳돈을 은행에 예금하려는 사람입니다. 박씨는 은행에서 돈을 빌

  • 숫자로 읽는 세상

    중국 리오프닝 효과도 없었다…對中수출 비중 19년 만에 20% 밑으로

    지난 1~20일 무역수지가 59억8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월(126억5100만달러)에 이어 2월에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올해 누적 적자 규모는 186억3900만달러가 됐다. 사상 최악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연간 474억달러)의 40%에 달하는 적자가 약 50일 만에 발생한 것이다. 수출 5개월 연속 감소세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 수출은 335억4900만달러(통관 기준 잠정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3%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은 2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다. 이달 수출 감소가 확정되면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줄어든다.수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수출 부진이다. 지난 1~20일 반도체 수출은 38억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9% 줄었다. 반도체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감소폭이 10%가 안 됐지만, 4분기 들어서면서 10~20%대가 됐다. 올 들어서는 매월 40% 넘게 감소하고 있다.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수요 부족으로 재고가 쌓인 결과로 풀이된다. 무선통신기기(-25.0%)와 정밀기기(-15.6%), 가전제품(-38.0%), 컴퓨터 주변기기(-55.5%) 수출도 부진했다.국가별로 보면 대(對)중국 수출이 66억64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2.7% 감소했다. 이달을 포함하면 9개월 연속 줄고 있다. 전체 수출 중 중국의 비중은 19.9%를 기록했다. 지난달 19.8%에 이어 두 달 연속 20%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수출에서 중국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4년(19.6%) 이후 처음이다.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때

  • 경제 기타

    과점시장 기업은 용의자의 딜레마게임 하고 있어요

    용의자의 딜레마게임은 수많은 경제현상과 사회현상 속에서 발생되는데, 대표적으로 과점시장 속 기업들의 경쟁 과정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용의자의 딜레마게임을 이용해 과점시장에서 경쟁과 담합이 발생하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이번 주에는 용의자의 딜레마게임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과점시장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 외의 경제현상과 사회현상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도 알아보자.과점시장과 게임과점시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표1>의 보수행렬로 정리했다. 우선 과점시장에서 경쟁 중인 두 기업이 담합을 통해 생산량을 줄이면 각각 10의 이윤을 얻게 된다. 그러나 담합하기로 한 뒤에 한 기업이 협정을 위반하고 생산량을 늘리면 협정을 위반한 기업은 담합이 유지됐을 때보다 이윤이 증가하고, 협정을 그대로 지킨 기업은 이윤이 감소한다. 이에 따라 협정을 위반한 기업은 15의 이윤을 얻고, 협정을 지킨 기업은 5의 이윤을 얻는 것으로 보수행렬에 나타냈다. 두 기업 모두 더 이상 담합하지 않는다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윤은 담합했을 때에 비해 줄어들지만, 혼자만 담합협정을 지킬 때보다는 증가해야 하므로 7의 이윤을 얻는 것으로 보수행렬에 표시했다.과점시장에서의 우월전략과 균형<표1>과 같은 상황에서 만약 B기업이 담합협정을 위반한다면 A기업의 경우 혼자만 담합협정을 지키는 것보다 같이 위반할 때 이윤이 더 크므로 A기업은 위반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만약에 B기업이 담합협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해도 A기업 입장에서는 위반할 때 이윤이 더 크므로 역시 위반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A기업은 항상 협정을 위반하게 되므로 A기업에

  • 사진으로 보는 세상

    신입생과 재학생이 화음 맞추는 입학식

    지난 22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신입생 입학식에서 신입생과 재학생이 함께 합창하고 있다.  뉴스1 

  • 시사 이슈 찬반토론

    논란의 은행 과점체제…문제가 있나, 정부 개입해야 하나

    완연한 경기침체 속에 이례적인 규모로 많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면서 은행의 과점 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변수에서 비롯된 복합 불황 와중이어서 은행계의 ‘그들만의 잔치’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과점은 말 그대로 소수의 대기업이 해당 시장을 장악해 쥐락펴락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경쟁 체제를 가로막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한국의 5대 시중은행이 그런 구조에서 불황 없이 최근 15년간 무려 100조원을 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구나 은행은 정부 보증의 면허증에 힘입어 ‘돈 장사’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정 간섭이 다른 분야보다 더 용인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반면에 5대 은행 체제는 통폐합 정책, 즉 정부 관치금융의 소산물이라는 반론도 있다. 은행의 과점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한국 은행 과점비율 OECD 중하위권…5대 은행 체제, 정부 통폐합 정책 결과한국의 시중은행이 과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선진국과 비교해 특별히 과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가 2022년 12월 내놓은 보고서가 좋은 기준이다.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산업 집중도는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전체적으로는 23위, 시중은행만 보면 18위로 중하위권이다. 총자산 상위 3개 은행의 점유율을 합산해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다.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이후 집중도는 완화하는 추세다. 가계대출 시장 집중도(상위 3개 은행) 비율은 2018년 63.8%에서 2021년 61.9%로

  • 키워드 시사경제

    미국 경제, 연착륙도 경착륙도 아닌 '무착륙'?

    연초만 해도 올해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단지 침체의 수위가 어느 정도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통화긴축 정책을 펴왔는데, 이렇게 되면 시중에 넘쳐나던 자금이 줄어들고 경기가 식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혀 다른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미국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美 경기침체 없다” 제3 시나리오 등장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쓰는 경기(景氣)라는 단어는 국민 경제의 전반적인 활동 수준을 말한다. 경기가 불황에 진입하는 모습을 착륙하는 비행기에 빗댄 표현으로 소프트 랜딩(soft landing)과 하드 랜딩(hard landing)을 많이 쓴다.소프트 랜딩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부드럽게 내려앉는 연착륙(軟着陸)을 뜻한다. 급격한 경기 위축이나 실업 증가를 야기하지 않고 경제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이다. 반면 하드 랜딩은 비행기가 부서질 듯 거칠게 내려앉는 경착륙(硬着陸)을 가리킨다. 경제가 갑자기 얼어붙는 만큼 가계·기업·정부 모두 충격이 크다. 노 랜딩은 미국 경제가 아예 하강하지 않고 계속 비행할 것이란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경기침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한 배경은 당초 예상과 어긋난 각종 경제 통계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000개 늘어 시장 전망치를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였다. 마크 지안노니 바클레이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통계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