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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자가 받는 '훈장'…트로이 영웅 아킬레우스는 목숨 바친 대가로 '명성' 얻어
고대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역사가 중 한 명인 투키디데스(기원전 460~400년)는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라는 불후의 저서를 남겼다. 아테네는 기원전 5세기 후반 거의 30년 동안 스파르타와 내전을 벌였다. 이 전쟁을 기록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그 범위와 간결함, 정확도에서 역사서술의 전범이라 불릴 만하다.투키디데스의 질문은 이런 것이다. “왜 아테네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가? 어떻게 정치가 사회나 개인을 고양시키거나 혹은 망가뜨릴 수 있는가? 누가 위대한 리더인가? 아테네가 퇴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아테네가 퇴락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테네를 떠받치고 있던 ‘명예’가 비웃음거리로 전락해 사라져 버렸다.” 아레테 고대 그리스인은 모든 인간에겐 각자에게 알맞은 ‘개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개성은 각자가 발견하고 수련해야 할 신의 선물이다. 그들은 아테네에서 운명적으로 각자 다른 신분으로 태어났다. 그(녀)는 공동체인 ‘도시’ 안에서 자기 나름의 탁월함을 발휘한다.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탁월함을 드러낸다. 고대 그리스어로 경쟁은 ‘아곤(agon)’이다. 인간은 아곤을 통해서만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탁월함은 고대 그리스어로 ‘아레테(arete)’다. 아레테는 흔히 ‘덕’으로 번역되나, 고대 그리스인들이 염원한 인간의 최선을 총체적으로 담은 단어다. 아레테의 의미는 실로 다양하다. ‘선, 탁월함, 남성다움, 힘, 용기, 덕, 성격, 명성, 영광, 위엄’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적, 경의, 경배의 대상’이란 의미도 있다. 고대 그리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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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급증 따른 빈곤 불가피성 강조하며 미래 비관, 농업생산성 향상 간과…국가 개입주의 한계 지적도
영국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1766~1834)는 1798년 《인구론》을 펴냈다. 산업혁명으로 농촌 사람들이 계속 도시로 몰려들던 때였다. 급팽창한 도시는 혼란스러웠지만, 당시 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계몽주의 사상은 산업혁명과 과학 발달에 힘입어 사회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었다.맬서스는 사회 주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구론》을 대표하는 문장인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에서 보듯 미래를 비관적으로 봤다. 토지 자원은 유한한 만큼 식량 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리고 그는 식량 부족이 초래할 빈곤은 자연적 조건에 의한 것이지 사회제도에 의한 것이 아니며, 인위적으로 구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맬서스는 일반 정서와는 다른 주장을 펼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에 《인구론》 초판을 익명으로 낸 뒤 2판부터 실명으로 출판하며 내용을 수정해 나갔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는 《인구론》의 가치를 “문장도 착상도 단순하지만, 여기에는 체계적인 경제학적 사고의 발단이 있고 인용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식량부족 대비해 인구 급증 막아야”맬서스는 《인구론》 출판에 앞서 미국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으로부터 통계자료를 받아 인구와 식량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의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와 산술급수적 식량 증산’ 결론은 그렇게 도출됐다. “25년마다 인구는 1, 2, 4, 8, 16, 32, 64, 128, 256, 512 식으로 증가한다. 식량은 1, 2, 3, 4, 5, 6, 7, 8, 9, 10 식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225년 뒤에는 인구와 식량의 비율이 512 대 10이 될 것이다.”《인구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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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림이 없는 크레온 왕이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 비극의 주인공은 오만·아둔·복수로 파국을 초래하죠
실수하는 사람은 모른다. 자신이 그 일을 잘못했는지. 그는 자신의 습관대로, 혹은 자신이 이해한 사회의 관습대로 일을 저질렀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있다면 깨닫는다. 그가 양식이 있다면, 후에 그 일을 돌이켜보거나 혹은 그 실수가 더 큰 실수로 이어질 때, 실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다.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실수하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는 안목이 있다면, 그는 행복하다. 매일매일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기 때문이다. 만일 자신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에겐 더 큰 실수가 엄습한다. 그 실수는 돌이킬 수 없어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하마르티아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비극을 비롯한 문학 및 예술작품의 내용과 기준을 정의한 《시학》에서 비극의 주인공이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성격을 하나의 그리스 단어로 표현했다. 바로 ‘하마르티아(hamartia)’다. 비극의 주인공은 하마르티아를 통해 자신과 자신의 친지를 해친다. 이 감정은 비극을 관람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성격이며, 더 나아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어 언제든지 그의 생각과 말, 행동을 지배해 멸망의 길로 인도한다.하마르티아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이 지닌 성격이며 마음가짐이다. 하마르티아는 비(非)도덕적이거나 비윤리적이지는 않다. 그렇다고 반(反)사회적이거나 반가족적도 아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동사 ‘하마르타노’의 명사형으로, 그 원래 의미는 ‘(궁수가 활시위를 당겨 날아가는 화살이) 과녁으로부터 빗나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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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덕이 무엇이 중요한가"…거래와 분업·이익의 중요성 강조한 '조선판 국부론'
“재물은 우물과 같다. 쓸수록 자꾸 가득 차고, 이용하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 지금 나라 안에는 비단을 입지 않으므로 비단 짜는 사람이 없다. 따라서 여공(女工)이 쇠했으며, 장인이 없어졌다. 이용할 줄 모르니 생산할 줄 모르고, 결국 모두가 가난해져 서로 도울 길이 없다.”조선 실학자 박제가(1750~1815)의 《북학의(北學議)》는 네 차례에 걸쳐 청나라의 풍속과 제도를 살펴본 뒤 쓴 책이다. 조선의 부국강병(富國强兵)을 꿈꾸며 개혁과 개방 청사진을 담았다. 성리학이 나라의 사상적 근간이던 시절 그는 상업과 유통, 대외무역의 중요성 등 경제 논리를 강조했다.제대로 된 경제 구조를 갖추지 못해 가난할 수밖에 없는 조선의 현실을 비판했다. 발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소비를 진작하고 생산을 증진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고 주장했다. 그는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도덕이 무엇이 중요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나라를 강성하게 하는 것을 학자가 추구해야 할 목표로 제시했다. 일종의 ‘조선판 국부론(國富論)’이다.서문에서 조선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지금 나라의 큰 병폐는 가난”이라며 “대궐의 큰 뜰에서 의식을 거행할 때 거적때기를 깔고 있다. 궁문을 지키는 수비병마저 새끼줄로 띠를 만들어 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가난을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외국과의 통상을 활성화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조선은 청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와는 쇄국에 가까울 정도로 교역이 미미했다. 청나라와도 해로를 통한 교역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육로도 교역 물품 제한이 많아 ‘봇짐장사’ 수준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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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의지(意志)를 금보다 귀한 가치로 여겨…자신을 위해 숙고하고 그 숙고를 실천하는 삶 살아야
현대인의 삶을 지배하는 괴물은 무료함이다. 그러나 인류역사에서 무료함은 최근 현상이다. 19세기 후반에 일어난 제2차 산업혁명은 노동의 분화를 통해 인류에게 ‘여가’를 선물했다. 인류는 처음으로 육체적인 노동으로부터 벗어나 자유 시간을 즐기기 시작한다. 인류는 더 이상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적자생존’의 야만적인 삶을 살 필요가 없다.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자유 시간을 가진다. 우리는 환경이나 외부의 혹독한 환경으로부터 ‘탈출하는 자유’에는 익숙하지만, 인간답고 의미가 있는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삶을 위한 자유’에는 서투르다. 그런 자유를 고민하고 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무료함 우리는 대부분 중독을 조장하는 순응에 만족하고 안주한다. 여가와 노동은 동전의 양면이자 필요충분조건들로, 여가를 통해 노동이 항상 새롭게 변신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높다란 담을 쌓았다. 우리는 자유로운 시간을 대개는 TV를 보거나 손 안의 TV인 스마트폰을 쳐다보면서 소일한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타인의 물건이나 타인의 일상을 탐닉한다. 혹은 카페에 앉아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연예인 이야기로 몇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 높은 산 정상에 올라서는 스마트폰을 꺼내 정상 표지석 앞에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셀카’를 찍는다. 우리에게 어제 한 일들을 오늘 반복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대에 들어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아무것도 열망하지 못하고 아무도 모르게 그 무대에서 사라진다.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전도서》에서 말한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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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는 진취적이고 과감한 개인주의를 계승했다"…미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자유주의와 개척정신 꼽아
“유럽에서 온 이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룩한 위대한 성과를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미합중국의 발전은 어느 인류사회의 발전보다 굉장히 신속했다. 북아메리카에는 지구상 최대 강국이 불과 한 세기 반 만에 들어섰다.” “미합중국은 초창기부터 필요에 따라 적합한 자유를 창조했고, 건국의 아버지들은 150년 동안 혁명을 겪지 않고 수정해나갈 수 있는 위대한 헌법을 제정했다. (중략) 미국은 성장의 포화점에 도달한 나라가 아니라, 꿈과 활기에 가득 차 있는 젊은 나라다.”프랑스 역사가이자 전기작가인 앙드레 모루아(1885~1967)의 《미국사》는 초강대국 미국의 역사를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한 명저다.개척자 정신으로 무장한 나라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미국사》 집필을 시작한 모루아는 “한 국가가 놀랄 만큼 급속히 발전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고 국민이 숭고한 이상을 현실화하는 방법을 밝혀보려는 의욕을 저버릴 수 없었다”고 서문에 썼다. 그는 이 책에 앞서 《영국사》 《프랑스사》도 펴냈다.“아메리카 대륙에서의 험난한 생활, 인디언과의 투쟁, 드넓은 토지, 상호 부조의 필요성 등이 정착민의 성향마저 바꿔놓았다. 관용을 베풀고 독립적이며, 억센 기질과 일에 대한 열정 및 체력의 차이 외에는 일체의 불평등을 허용하지 않는 개척자 정신이 등장한 것이다.”모루아는 《미국사》에서 1607년 대서양을 건너 신대륙으로 향한 143명의 이민자가 건설한 영국 식민지 제임스타운이 초강대국 미국으로 발전한 원동력으로 자유주의와 개척자 정신을 꼽았다. 그는 “변경의 미개척지에서 땅을 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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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의 경로를 결정하는 ‘운명’이란 존재하는가? 키케로는 “운명은 장님”이라며 행운의 맹목적성 꼬집어
운명 티케는 로마시대에 들어와 운명의 여신인 ‘포르투나(Fortuna)’로 대치됐다. 행운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포천(fortune)’이 이 단어에서 유래했다. 포르투나는 부를 선물하는 행운을 상징한다. 그는 세상을 공평하게 만들기 위해 물레를 돌린다. 부를 공평하게 배분하기 위해서다. 스토아 철학자 키케로는 이런 라틴어 문장을 남겼다. ‘포르투나 에스트 카이카(Fortuna est caeca).’ 이 문장을 번역하면 ‘운명(의 여신)은 장님이다’다. 행운의 맹목성과 변덕스러움을 꿰뚫은 명언이다. 소포클레스는 인간의 운명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어떤 힘에 달려 있고, 그 힘이 당시 성행한 점을 통해 《안티고네》 이야기에 급반전을 시도한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 안티고네는 차디찬 석굴에 감금됐다. 그곳에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안티고네는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친구 하나 없이 사라질 것이다. 테베 원로원 의원들은 안티고네의 비참한 처지를 한탄하며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운명이라고 말한다. 운명이 안티고네를 저주받은 오이디푸스의 딸이자 동생으로 태어나게 했다. 크레온이 자신의 권력으로 안티고네를 지하에 감금하면서 이 비극적인 사건은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느닷없이 무대 위로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등장한다. 테이레시아스는 테베라는 조그만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을 알린다. 신들은 테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자연의 이치와 섭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테이레시아스는 테베의 아폴로 신전에서 점을 치는 예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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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대중에 아부하고 대중은 그런 사람을 선택"…'획일적 평등주의'를 문명사회의 최대 위험으로 지목
“오늘날 우리는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된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대중은 이 세계가 탁월한 개인들이 이뤄낸 분투(奮鬪)의 산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지 혜택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복지를 가능케 하는 개인의 창의성과 정당한 노력의 대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대중은 그들이 추구하는 획일적 평등주의가 문명사회를 지탱하는 각종 시스템을 서서히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대중의 반역》은 스페인 출신인 세계적 철학자 오르테가 이 가세트(1883~1955)가 일간지 ‘태양(El Sol)’에 기고한 글을 모아 1930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현대 대중사회의 속성과 본질을 정확히 꿰뚫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미국의 권위 있는 문예지 ‘애틀랜틱 먼슬리’는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18세기와 19세기를 대변한다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은 20세기를 대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삶의 국유화’ 부르는 국가개입주의가세트가 분석한 대중은 ‘특별한 자질이 없는 평균인(平均人)의 집합체’다. 그런 대중이 민주주의 도입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고, 이제는 문명사회를 지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대중의 반역’이라고 명명했다. 역사의식과 식견이 부족한 대중이 이끄는 정치가 인기영합 정책에 휘둘리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오늘날(1930년대) 유럽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대중이 완전한 사회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유럽이 어느 민족과 국가도 겪어보지 못한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됐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