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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사유의 힘' 강조한 사색집

    1662년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블레즈 파스칼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단연 ‘천재’다. 12세에 유클리드기하학의 32번 명제를 증명했으며, 몇 년 뒤 파스칼 정리를 담은 수학 논문 ‘원추곡선론’을 발표했으니 당연한 찬사다.근대 확률이론의 기초를 세운 천재 수학자, 자동차나 비행기 기술에 꼭 필요한 ‘파스칼의 원리’를 발견한 물리학자,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 파스칼을 오늘날까지 기억하게 하는 데에는 <팡세>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팡세(Penses)란 ‘사색집’이란 뜻으로, 파스칼의 <팡세>는 924편의 짧고 긴 글로 구성되어 있다.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읜 파스칼은 28세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여동생마저 수녀원에 들어간 후 깊은 고뇌와 비통에 빠졌다. 초대 신앙의 영적 순수성과 내면적 도덕의 엄격성을 강조하는 장세니스트들이 예수회와 대립할 때 장세니스트 편에 서서 변호하기도 했다. 일련의 일을 겪은 파스칼은 자유사상가와 무신론자에게 기독교의 진리성을 변증하기 위해 <기독교 호교론〉 집필에 들어갔고, 이 호교론이 <팡세>의 주요 내용이다.36세부터 건강이 나빠진 파스칼은 〈호교론>을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39세에 별세했다. 그가 사망한 후 몇 편의 과학 논문, <은총론>을 비롯한 수기와 소품, 그리고 <기독교 호교론>을 위한 수기들이 발견되었다. 1669년에 이 단장들을 모아 출간했지만, 파스칼의 글은 거의 2세기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그 너머를 바라보라19세기 중엽에 이르러 파스칼에 대한 관심이 차츰 일기 시작했고, 20세기 중엽 각종 연구 끝에 파스칼이 남겨놓은 상태 그대로를 복원, 널리 읽히는 고전 <

  • 역사 기타

    합스부르크 유일한 여왕…'전쟁 천재'를 이기다

    한국전쟁 때 머리 위로 굉음을 내면서 날아가는 ‘쌕쌕이’ 전투기를 보며 어른들은 한마디씩 했다. “아따, 그래도 사위 나라라고 신경 좀 썼구먼.” 민도(民度)가 다소 저조하다 보니 당시 전투기를 보낸 나라인 오스트레일리아와 영부인 프란체스카의 나라 오스트리아를 혼동해 벌어진 에피소드다. 지금도 오스트리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여전히 낮다. 한때 유럽의 5대 강국이었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그런데 설명하기가 까다롭다. 오스트리아 역사를 이야기하자면 합스부르크 가문과 신성로마제국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쉽다. 부르봉가와 함께 유럽의 가장 유명한 왕실 가문인 데다 주걱턱을 합스부르크 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까닭이다(엄밀하게는 아래턱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 위턱이 들어간 상태). 문제는 신성로마제국이다. 중세 유럽사를 따라 여행할 때 수시로 튀어나와 사람을 괴롭힌다. 지도에도 안 나오는데 대체 어디 있는 나라야?현재의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에 걸쳐 있었던 신성로마제국은 수백 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매머드 상가’로 이해하면 된다. 이 상가 입구에 걸려 있는 간판이 신성로마제국이다. 상가에는 떡볶이 가게처럼 매장도 작고 매출도 그저 그런 점포가 있는가 하면 보석이나 명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거만한 매장도 있다. 거만한 매장은 입주자 대표회의를 구성하면서 군소 업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매장 크기가 넓고 당연히 임차료도 많이 내는 자신들만이 상가의 대표를 뽑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유력 매장들이 선제후(選帝侯)다. 이 선제후들이 뽑은 상가

  • 과학과 놀자

    한두 번 경험하면 뇌 손상…신경 조절기능 마비돼

    마약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유명 연예인이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소식부터 대량의 마약이 밀수입됐다거나 마약에 취한 운전자가 도로를 위험하게 달리다 검거됐다, 청소년이 마약 위험에 노출됐다는 소식까지. 마약이 연령,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점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마약’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 불리고 있지만 그 종류는 다양하다. 각각 중독성, 남용 피해, 작용 시간, 투여 방법 등이 다른데, 일단 법의 처벌 수위에 따라 크게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마약’에는 아편,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 같은 천연 마약과 메사돈, 염산페티딘 같은 합성 마약이 속한다. 또 흔히 ‘향정’이라고 줄여서 부르는 향정신성의약품은 본래 환자 치료 목적으로 사용됐으나 중독성이 있어 규제하는 약물로 필로폰(메스암페타민), LSD, 메스칼린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마에는 대마초와 이를 압축한 해시시가 속해 있다.마약을 투여하면 중추신경계가 흥분되거나 억제된다. 그 중심에는 사랑에 빠지거나 도박, 게임을 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이 있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뉴런(뇌신경 세포)에서 분비되면 뉴런 사이의 공간인 시냅스를 지나 다른 뉴런으로 이동한다. 이때 분비된 뉴런이 적정량을 넘으면 도파민 운반체들이 시냅스에 있는 도파민을 제거해 알아서 적정량을 조절한다.한데 마약은 이 조절 기능을 마비시킨다. 한 예로 코카인은 도파민 운반체의 활동을 방해해 지나치게 많은 양의 도파민이 시냅스에 그대로 잔류하게 한다. 그 결과 시냅스의 도파민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근처의 뉴런을 자극해 계속

  • 커버스토리

    기세 좋던 '핑크 타이드'…왜 갑자기 꺾였을까

    ‘핑크 타이드(Pink Tide)’라고 들어봤나요? 옛 소련 영향권 아래 중부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의 민주화 바람을 여러 가지 색상에 빗대 ‘OO 혁명’으로 불렀는데, 핑크 타이드도 비슷한 개념입니다. 바로 중남미 좌파 정치세력의 연쇄 집권 현상을 가리킵니다. 붉은색으로 상징되는 공산주의 정당이 아닌, 온건 좌파 정권이 유행처럼 들어선다고 해서 ‘분홍 물결’이라 부르는 것이죠.핑크 타이드가 요즘 시들합니다. 어떻게 보면 역행하는 듯합니다. 좌파 정권이 연쇄적으로 균열되고 극우 정당들이 잇따라 집권하는, 즉 ‘파 라이트 타이드(Far Right Tide)’ 현상이 뚜렷합니다. 11월 19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극우 성향 후보 하비에르 밀레이가 승리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11월 22일에는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자유를 위한 정당’이 제 1당으로 올라섰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외에도 많은 중남미, 유럽 국가에서 강경 우파가 득세하고 있습니다.각 나라의 사정은 다릅니다. 중남미에서는 무능하고 부패하기까지 했던 좌파 정권에 대한 심판이, 유럽에서는 이민자·난민 급증에 따른 사회 혼란과 전통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우파 지지로 모아졌죠. 우리나라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관심입니다. 세계 정치의 흐름이 왜 이렇게 바뀌고 있고,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4, 5면에서 짚어보겠습니다.'10년 주기설' 무색한 남미 핑크 타이드 '썰물'무능·부패·과격한 집권 좌파에 급실망 한 거죠핑크 타이드에는 ‘10년 주기’가 있다고 합니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10년에 한 번씩 급등하면서 중남미 좌파 정치세력이

  • 시사 이슈 찬반토론

    외국인 근로자 채용, 업종별 심사 허가제 필요한가

    한국은 중증 인구 감소국이다. 특히 경제 활동 인구 감소는 경계할 일이다. 이 외에도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라는 난제가 있다. 즉 일부 산업현장에는 일손이 모자라지만, 청년 실업자가 걱정스러운 정도로 많은 현상(구직난)이 동시에 빚어진다. 생산성의 한계 때문에 높은 임금을 주기 어려운 일자리가 여전히 많지만, 전반적 경제 수준 향상으로 실업자 가운데서도 기대 임금이 높아 비롯되는 불일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국내로 온다. 산업현장의 인력이 부족하면 경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입국 비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다만 국내 일자리를 넘겨주는 측면이 있어 고용허가제로 간다. 이 바람에 산업현장에선 희비가 엇갈린다. 외국인 근로자의 전면 허용이 아닌 업종별 심사 허가제는 필요한가.[찬성] 무분별한 인력 수입이 청년 일자리 잠식…3D·저임금 산업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해야한국의 고용시장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이 좋지 않다. 대학 졸업 후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20대 불완전 취업자가 74만 명에 달한다(2023년 11월 기준). 전체 시간제 근로자 5명 중 1명이 20대 청년이다.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주휴수당이나 퇴직금도 없다. 이렇게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취업 활동도 않고 그냥 노는 청년은 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냥 쉬는 청년이 2023년 내내 40만~50만 명이었다. 특정 달에는 50만 명을 훌쩍 넘기도 했다. 15~29세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50% 안팎으로 상당히 부진하다.이들을 생각

  • 사진으로 보는 세상

    보름 앞으로 다가온 정시모집, 어떻게 준비할까

    서울특별시교육청은 12월 11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학교에서 ‘202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대비 설명회’를 열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2024년 1월 첫째 주에 시작되는 정시모집을 앞두고 설명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뉴스1 

  • 디지털 이코노미

    "첨단기술도 인간과 협업해야 생산성 극대화"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뉴욕 타임스’에 짧은 글을 남겼다. 제목은 매우 대담했다. ‘프리드먼 독트린’. 프리드먼은 기고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은 오로지 이윤을 높여 주주에게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에만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올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1980년대는 경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시기였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기업의 수익이 근로자들에게 합리적으로 배분됐다. 당시에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자동화와 노동 대체가 존재했지만 이를 상쇄할 만한 투자가 뒷받침되면서 노동의 한계생산성은 감소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제조업 소득 가운데 노동에 돌아가는 몫 역시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70% 수준으로 일정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기업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수익을 높여야 한다고 독려했고, 이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로 자리 잡았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경쟁이었다.특히 일본 자동차와의 경쟁은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 시기 미국 경영자들은 노동을 더 이상 자원으로 보지 않고 비용으로 여겼다. 자연스럽게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용은 절감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자동화로 근로자를 대체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은 1980년대까지 제조 현장에서 로봇 도입에 뒤처진 국가였다. 인구가 풍부한 덕에 로봇의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는 미국 제조업에서도 로봇이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한다.독일에서는 동일한 소프트웨어와 로봇 기술을 가지고도 미국과

  • 키워드 시사경제

    2차전지 핵심 원자재…'하얀 석유'로 불리죠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이라도 배터리가 나가면 무용지물이다. 거의 모든 기기가 전자화되는 디지털 세상에서 배터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2차전지가 차세대 유망 산업이라는 얘기를 경제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이유다. 사실 2차전지의 사전적 의미는 간단하다. 일반 건전지처럼 방전되면 수명이 끝나는 배터리는 1차전지이고, 충전해서 다시 쓸 수 있는 배터리는 2차전지다. 수십 년 전부터 쓰여온 2차전지가 ‘폭풍 성장’을 맞으게 된 계기는 전기차의 보급이다.배터리 양극재에 활용…전기 충전 돕는 역할세계 각국은 내연기관차를 점진적으로 퇴출시키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국내 간판 배터리 업체다.전기차 바람을 타고 ‘귀하신 몸’이 된 원자재 중 하나가 리튬(lithium)이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구성 요소인 양극재에 채워져 전기를 생성하고 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에는 리튬이 30g 들어가는 반면 전기차 배터리엔 30~60㎏이 필요하다. 쉽게 산화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예전부터 스테인리스강 생산에 많이 쓰였는데, 최근 2차전지용 수요가 폭증하는 추세다. 또한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배터리 용량이 커서 고성능 차량에 탑재된다.문제는 우리나라 땅에서는 리튬이 나오지 않아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 리튬은 세계 매장량의 60%가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 일대에 치중돼 있다. 그중 상당량이 중국에서 가공돼 다시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