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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 이슈 찬반토론

    왕도 없는 토론과 논술, 좀 더 잘할 수 있는 비법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글을 끝까지 잘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식자와 석학의 진중한 설명이나 강좌라도 본인 판단과 다른 주장에 차분히 귀 기울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언필칭 열린 마음, 객관적 수용 자세, 상대에 대한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편향성이 있다.한국처럼 이성적 토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담론 체계, 개방적 대화가 부족한 극단적 대립의 사회에서는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일방적 주장이 넘쳐나고 협상과 협의, 절충과 타협을 죄악시하고 백안시하는 대립 풍조에서는 더욱 그렇다.같은 맥락에서 한국 사회처럼 갈등 사안, 대립 어젠다가 많은 곳도 보기 어렵다. 매사 진영 논리가 크게 작용하다 보니 대개 기준은 우리 편과 네 편, 나에게 이롭냐 저쪽에 유리하냐에 따른 논쟁 같지도 않은 저급한 말싸움 천지다. 이런 퇴행은 쉽게 변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수준 낮은 논쟁장에서, 철 지난 이념이 난립하는 퇴행적 이념의 전쟁터에서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어떤 나침판을 들고 어느 등대를 보면서 삶의 거친 바다를 항해할 것인가. 이는 비단 학생들과 사회 진출을 도모하는 청년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넘치는 갈등과 대립 현안…가치와 관점 정립에 필요한 '4가지 요체'좋은 토론과 논쟁을 하거나, 빼어난 논술과 논문을 쓰는 데 왕도는 없다. 이상적인 주장의 말과 글로 자기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지만 노력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글이든 말이든 좋은 토론을 하고, 지식을 쌓아가며 논리력을 키우는 것은 성인이 된 뒤에

  • 생글기자

    공감보다 반감 일으키는 환경단체의 과격 시위

    환경단체들의 과격 시위가 전 세계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환경단체 푸투로 베헤탈(Futuro Vegetal) 소속 활동가들이 스페인 이비사섬에 있는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의 별장 담벼락에 페인트를 뿌렸다. 이들은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많은 축구 팬이 환경단체를 비판했다.지난 6월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영국의 고대 유적 스톤헨지에서도 환경단체 회원들이 주황색 물감을 뿌린 일이 있었다. 이들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요구하며 이 같은 일을 벌였다.환경단체들의 과격 시위가 잇따르자 각국 정부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역사 유적이나 예술 작품을 훼손할 경우 부과하는 벌금을 4배로 높였고, 영국은 국가 기반 시설 운영이나 이용을 방해한 사람을 기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환경단체들은 이런 시위를 통해 전 세계적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격 시위가 오히려 질서를 해치고 공권력 낭비를 불러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과도 거리가 멀다.환경을 지키고 가꾸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사유재산과 공공시설, 역사 유적까지 파괴하는 시위는 범죄 행위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 오히려 환경보호의 대의를 퇴색시키고 대중의 지지보다 반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단체들은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이현우 생글기자(광주인성고 2학년)

  • 숫자로 읽는 세상

    "필리핀 도우미 임금 차등화해야"

    오세훈 서울시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도입을 앞두고 외국인 노동자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오 시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합리적 비용으로 양육자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 제도 도입 취지였는데, 이번 시범 사업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월 238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며 “보통의 맞벌이 가정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해외 사례를 들어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원”이라며 “지금과 같은 비용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나 의원도 첫머리 발언에서 “서울시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도입해줘 감사했지만, 내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해 접근성이 매우 제한돼 있다”며 “여유 있는 사람만 도움받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했다. 나 의원은 업종별로 차등화된 최저임금 적용과 사적 계약 및 단기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제외 등을 제안했다.두 사람은 차등 최저임금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위배된다는 지적에도 한목소리로 반박했다. ILO 협약 제111호는 고용과 직업에서 차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나 의원은 “(ILO의) 최저임금 적용 및 결정 기준에 비춰봐도 합리적 차별은 할 수 있다. 그 대신 숙식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도 ‘전문 인력(E-7) 비자 활용’ ‘수요자와 직접 계약 형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반면 한동훈 국민의

  • 키워드 시사경제

    1금융 대출 '푹' 누르니 2금융 대출 '쑥'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1·2금융권 간 이례적인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6대 보험사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19~6.13%, 5대 시중은행은 연 3.65~6.05%를 기록했다. 보통 2금융권인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1금융권인 은행보다 0.5~1%포인트 높게 매겨지곤 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돈 빌리는 이자가 은행보다 싸진 것이다. 이렇게 되자 신용점수가 높고 탄탄한 담보가 있는 사람들도 은행 대신 보험사를 찾았다. 규제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 부르는 현상금융권은 이런 기현상의 원인을 정부 규제의 풍선효과(baloon effect)로 설명했다.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압박하자 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높인 반면 보험사는 규제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영향이다.풍선효과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가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리화나 밀수입이 늘어 골머리를 앓던 미국 정부가 강력한 단속에 나선 1970년대 사례에서 유래했다. 미국은 국경이 맞닿은 멕시코를 비롯해 마약 수입 의심국으로 지목한 몇몇 나라에 대해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이를 통해 밀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밀매업자들이 콜롬비아에서 마리화나를 들여오기 시작한 것이다. 콜롬비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이번엔 다른 남미 국가에서 마약 반입이 급증했다. 마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처럼.좋은 취지로 만든 규제가 꼭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정부가 금하는 행위가 음지로 숨어들어 기승을 부리거나 전혀 다른 장소에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정책의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표면적 현상을 &l

  • 경제 기타

    규제 없으면 투기 '꿈틀'…너무 옥죄면 '내 집 마련' 타격

    수험생 입장에서 대출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매우 중요한 경제 상식입니다. 중요성을 생각하면 관련 지문이 언제 출제되더라도 이상하지 않고, 출제가 안 되더라도 인생의 경제 상식으로 꼭 알아둘 필요가 있죠. 대출을 둘러싼 어려운 용어를 오늘 쉽고 빠르게 정리해드릴게요. LTV·DTI가 뭐죠대출을 받으려면 어디로 갈까요? 주로 은행에 가죠. 은행에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어요. 신용점수를 보고 신용 대출을 해줄 수도 있지만 집을 구매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을 때는 신용도만으로 판단할 수 없어요. 담보가 되는 물건의 가치에 따라 돈을 빌려줘야 겠죠. 예를 들어 어떤 아파트가 최근 3개월간 평균 10억원에 거래됐어요. 그 아파트를 산 사람에게 대출을 10억원만큼 해주면 될까요? 그러다가 집값이 떨어지면 은행은 손해를 볼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담보물의 가치 중 대출 가능 금액을 비율로 정해요. 이를 ‘LTV(Loan To Value ratio)’라 합니다. 10억원의 집이라면 6억~7억원 정도까지만 대출해주는 거죠.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끝일까요? 아니죠. 받는다고 해도 그 대출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고 빌려줘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DTI예요. DTI는 연간 대출 상환액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1년에 5000만원을 버는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원금과 이자로 2000만원을 낸다면, DTI 비율은 40%가 되는 셈이죠. 대표적인 대출 규제입니다. “네가 받을 물건의 값어치 중 일부만 대출해줄 거야. 그리고 네가 그걸 갚을 능력이 되는지도 살펴볼 거야” 이겁니다. DSR이 스트레스야LTV와 DTI만 적용하면 만사형통일 것 같지만, 문제가 생

  • 생글기자

    사도광산 문화유산 등재, 한국 정부도 책임 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선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노동이 벌어졌다. 관련 기록에 따르면 약 1500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동원됐다.일본은 2015년 하시마섬(군함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인 등의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속에 강제 노동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고, 희생자 추모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일본은 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서야 산업유산정보센터라는 이름의 전시 시설을 설치했다. 이런 가운데 사도광산까지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국 외교부는 사도광산과 관련해 ‘강제 동원’ ‘강제 노역’ 등의 사실을 표기할 것을 일본에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가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위원회 위원국이 돼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투표권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일본은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저지른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려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과거사 반성보다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본과의 외교관계는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한일 관계 개선은 일본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역사적 과오에 대한 깊은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이성민 생글기자(대전관저고 1학년)

  • 경제 기타

    '기본소득' 주면 재산 늘고 건강해진단 건 '착각'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상품권을 주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일종의 기본소득이다. 민주당은 당 강령 전문에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 사회’를 명시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강령엔 이미 “국가는 국민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본소득은 과연 여야 정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불평등을 극복하고 전 국민의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효과적 수단일까. 공돈 줬더니 소비 늘고 자산 감소기본소득의 효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나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후원한 연구로도 주목받고 있는 기본소득 실험이다. 대상은 미국 텍사스주와 일리노이주에 사는 21~40세 성인 1000명이었다. 이들의 연간 가계소득은 미국 정부가 정한 빈곤선의 300% 미만으로 중간 소득층과 저소득층에 해당했다. 연구진은 2020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3년간 이들에게 월 1000달러(약 132만원)를 조건 없이 지급했다. 기본소득의 효과를 더욱 엄밀하게 검증하기 위해 대조군 2000명에게는 같은 기간 월 50달러를 줬다.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받은 그룹은 월평균 지출이 310달러 늘었다. 식료품, 집세, 교통비 지출이 특히 많이 증가했다. 공돈이 생겼으니 소비가 늘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재산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외 소득이 생겼으면 재산이 늘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저축이 좀 늘긴 했지만, 부채가 더 크게 증가해 순자산은 오히려 감소했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프랑스어로 그린 속초, 감미로운 침묵의 대화가…

    작가에 대해 모른 채 <속초에서의 겨울>을 읽으면 ‘쓸쓸함이 감도는 속초의 겨울을 평이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필자의 독특한 이력을 알고 나면 속초의 겨울을 섬세한 침묵 속에서 속속들이 건져 올린 예리한 시선에 화들짝 놀랄지도 모른다. 결국 추운 겨울 바다와 차가운 바람 속에서 문장 사이사이 스며든 감성들이 뜨겁게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 소름이 돋는 소설이다.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와 서울, 스위스 포랑트뤼를 오가며 자랐다. 스위스에서 학위를 받았고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13세 때 어머니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여행했고, 그때 자신 안에 있는 두 문화가 조화로운 결합이 아닌 ‘단 하나의 영토에서 살려고 애쓰는 두 개의 개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뒤사팽은 ‘유럽에서는 아시아인, 아시아에서는 서양인’으로 살며 어디에 있든 자신의 일부는 ‘낯선 이방인’으로 남아 있다고 말한다.저자에게 글쓰기는 ‘현실에서 찾아내지 못한 거처를 창조해내는 방법’이었다. 그 거처에서 자신이 ‘일상을 통해 알고 싶었던 만큼 한국을 속속들이 아는 젊은 여인’을 상상했고 그 상상이 <속초에서의 겨울>이라는 결실을 낳았다. 이 소설은 뒤사팽이 어릴 때 사용하던 한글을 잊어버려 프랑스어로 썼고, 프랑스에서 출간되었다. 첫 소설인 <속초에서의 겨울>은 출간 즉시 유럽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24세 때인 2016년 로베르트 발저 상,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 레진 드포르주 상을 수상했다. 뒤사팽은 엄마의 나라에서 찾은 소재로 작가로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