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투자수익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가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투자자들의 반대에 백기를 들었다. 초기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들도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론이 컸다. 그러나 과세 체계가 제대로 갖춰질 때까지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막판에 힘을 얻었다. 세수 부족 현상을 더 심화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면세가 유지된 금융투자소득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찬성] 자산으로 인정 않으면서…세금부터 때리는 건 모순당초 암호화폐 과세는 2020년 12월 도입이 확정됐다. 이듬해 10월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유예돼 내년 1월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총선 때 국민의힘이 과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고 더불어민주당도 혼선을 거듭하다 최근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정부안대로라면 연간 250만원 이상 가상자산 수익을 올리면 소득의 20%(지방세 포함 시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공제액 수준인 5000만원으로 상향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자고 주장하다가 결국 정부안대로 2027년으로 유예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여야 모두 800만 명에 달하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반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관련 규정이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세금부터 매기는 건 앞뒤가 바뀐 처사라고 비판해왔다. 법적으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과세하는 건 모순이란 논리다. 암호화폐 자체가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금융상품에 담지도 못하고 가상자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허용되지 않는 점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 ETF뿐 아니라 현물 ETF도 상장할 수 있고, 홍콩에선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까지 승인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는 여러 규제 때문에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조차 막혀 있다.
가상자산 과세 체계가 갖췄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과세당국이 세금을 매기려면 양도가에서 취득가를 뺀 금액을 알아야 하는데 가상자산 취득가를 산정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데 해외에서 거래 내역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한 마당에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반대] 비과세는 조세 원칙 어긋나…부과 미루면 세수 부족 심화가상자산 과세를 계속 미루는 건 조세 원칙에 맞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기는 건 당연한데 왜 가상자산만 예외로 두느냐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 세수는 급속히 줄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된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조7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예산안에서 계획한 국세 수입 대비 세수 진도율은 79.9%에 그쳤다. 최근 5년 평균(89.0%)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을 빚은 지난해(88.7%)보다 낮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폐지되고 암호화폐도 과세 대상에서 빠지면 세수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해온 만큼 세수 확보 측면에서 금투세 폐지와 더불어 증권거래세를 원상복구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로선 여야 모두 증권거래세를 원래대로 되돌릴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인하로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4조1000억원의 세수가 줄었다. 금투세 도입으로 기대되던 연 1조3000억원의 세수도 허공으로 사라졌다.
일단 여야는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했다고 하지만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도 유예되면 사실상 가상자산 과세는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2년 후 시점인 2026년은 대선이 있는 해여서 한 표가 아쉬운 여야가 가상자산 세금을 추징하기 쉽지 않아서다.
개인과 법인 간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미 법인들은 가상자산을 매매하면 법인세 형태로 세금을 내고 있다. 개인은 취득가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과세당국의 설명이다.
가상자산에 과세가 되는 것 자체가 가상자산이 공식 제도권에 편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상자산의 가치평가도 가능해져 다양한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 생각하기 - 국가별로 다른 과세 체계 고려해야 해외 선진국은 대부분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상자산 과세 체계를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만, 현재는 1년 이내 단기거래에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도 미국처럼 가상자산을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투자자에겐 세금을 걷지 않는다. 영국은 가상자산 차익을 자본이득세로 보고 10~20%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 거래 이익을 기타소득(잡소득)으로 구분해 연간 수익이 20만 엔(약 187만원)을 초과한 경우 15~55%(주민세 포함)의 세금을 매긴다. 한국이 추진하는 안과 가장 비슷하다. 다만 가상자산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 기타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는 사람은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정부안대로라면 연간 250만원 이상 가상자산 수익을 올리면 소득의 20%(지방세 포함 시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공제액을 250만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공제액 수준인 5000만원으로 상향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자고 주장하다가 결국 정부안대로 2027년으로 유예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여야 모두 800만 명에 달하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반발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관련 규정이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세금부터 매기는 건 앞뒤가 바뀐 처사라고 비판해왔다. 법적으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과세하는 건 모순이란 논리다. 암호화폐 자체가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금융상품에 담지도 못하고 가상자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허용되지 않는 점은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 ETF뿐 아니라 현물 ETF도 상장할 수 있고, 홍콩에선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까지 승인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는 여러 규제 때문에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조차 막혀 있다.
가상자산 과세 체계가 갖췄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과세당국이 세금을 매기려면 양도가에서 취득가를 뺀 금액을 알아야 하는데 가상자산 취득가를 산정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데 해외에서 거래 내역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한 마당에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반대] 비과세는 조세 원칙 어긋나…부과 미루면 세수 부족 심화가상자산 과세를 계속 미루는 건 조세 원칙에 맞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기는 건 당연한데 왜 가상자산만 예외로 두느냐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 세수는 급속히 줄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된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조7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예산안에서 계획한 국세 수입 대비 세수 진도율은 79.9%에 그쳤다. 최근 5년 평균(89.0%)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역대 최대 세수 결손을 빚은 지난해(88.7%)보다 낮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폐지되고 암호화폐도 과세 대상에서 빠지면 세수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를 인하해온 만큼 세수 확보 측면에서 금투세 폐지와 더불어 증권거래세를 원상복구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로선 여야 모두 증권거래세를 원래대로 되돌릴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인하로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4조1000억원의 세수가 줄었다. 금투세 도입으로 기대되던 연 1조3000억원의 세수도 허공으로 사라졌다.
일단 여야는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했다고 하지만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데 이어 이번에도 유예되면 사실상 가상자산 과세는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2년 후 시점인 2026년은 대선이 있는 해여서 한 표가 아쉬운 여야가 가상자산 세금을 추징하기 쉽지 않아서다.
개인과 법인 간 형평성 차원에서 과세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미 법인들은 가상자산을 매매하면 법인세 형태로 세금을 내고 있다. 개인은 취득가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게 과세당국의 설명이다.
가상자산에 과세가 되는 것 자체가 가상자산이 공식 제도권에 편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가상자산의 가치평가도 가능해져 다양한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 생각하기 - 국가별로 다른 과세 체계 고려해야 해외 선진국은 대부분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해 세금을 매기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상자산 과세 체계를 변경할 가능성은 크지만, 현재는 1년 이내 단기거래에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독일도 미국처럼 가상자산을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투자자에겐 세금을 걷지 않는다. 영국은 가상자산 차익을 자본이득세로 보고 10~20%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자산 거래 이익을 기타소득(잡소득)으로 구분해 연간 수익이 20만 엔(약 187만원)을 초과한 경우 15~55%(주민세 포함)의 세금을 매긴다. 한국이 추진하는 안과 가장 비슷하다. 다만 가상자산 수익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면 기타소득이 연 2000만원이 넘는 사람은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