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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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7) 최인훈 '광장'
남북 이데올로기 동시 비판6·25전쟁 67주년이 다가왔다. 1950년 6월25일에 발발해 1953년 7월27일에 휴전한 상태일 뿐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25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 무수히 많은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지고 많은 논쟁을 낳았으며 지금도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작품은 바로 《광장》이다.《광장》의 주인공 명준은 남에서 북으로 가지만 작가 최인훈은 북에서 남으로 왔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원산고등학교 1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그해 12월 해군함정 LST 편으로 전 가족이 월남하였다.그의 나이 24세이던 1960년 《광장》을 발표했는데 이 소설이 주목받은 이유는 과연 뭘까. 이전에 나온 6·25전쟁 소설과 다르게 ‘남북한 이데올로기를 동시에 비판’하는 가운데 주인공이 남북을 오가는 절묘하면서도 파격적인 스토리 속에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을 향하는 배 안에서 회상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철학과 3학년인 이명준은 친구 태식의 집에서 지낸다. 아버지는 8·15 광복 때 월북했고 얼마 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 아버지 친구였던 은행가의 집에 살게 된 것이다. 명준은 사람에게 밀실과 광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준에게 밀실도 그리 안온하진 않지만 광장은 불만 그 자체이다. ‘정치는 추악한 밤의 광장이자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경제는 사기의 안개 속에 협박의 꽃불이 터지고 허영의 애드벌룬이 떠도는 광장, 문화는 헛소리의 꽃이 만발하는 광장’일 뿐이다.어느 날 명준은 느닷없이 형사에게 끌려간다. 북으로 간 아버지가 대남방송에 나오자 형사는 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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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20) 대림그룹 창업주 이재준
재계 순위 18위인 대림그룹은 부림상회라는 목재소에서 출발했다. 일본 건설업자들이 광복과 함께 떠나자 건설 사업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창업주는 건설업에 뛰어들었다.서울 D타워의 D는?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뒤편으로 특이하게 생긴 빌딩이 하나 생겼다. 서로 다른 색깔의 블록을 쌓아 만든 듯한 모양! 이 재미있는 빌딩의 이름은 광화문 D-타워다. D는 Daelim의 첫자에서 따왔다. 대림그룹이 지었기 때문이다. 대림은 건설업으로 성공한 기업이다. 원래 대림그룹 사옥은 근처 미국 대사관 뒤편의 허름해 보이는 건물이었는데 초현대식 건물을 지어서 이사했다.대림의 창업자는 이재준이라는 사람이다. 1917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다. 정미소를 하던 부친이 둘째 아들인 재준의 사업가 기질을 알아보고는 대학도 안 보낸 채 밑에 두고 사업을 배우게 했다. 청년 이재준의 첫 사업은 1939년 부평에 차린 목재소 부림상회였다. 사촌형과 같이 시작했는데 풍림산업으로 분가해 나가고 부림상회는 이재준이 독자 경영을 하게 된다.이재준의 사업은 번창했다. 서울을 놔두고 부평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인천에 공업단지가 들어설 것을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그 예상은 들어맞았고 부림상회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그냥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먼저 물어서 맞춰주다 보니 더욱 손님이 많이 들었다. 수금할 때도 머리를 썼다. 외상값을 받으러 낮에 찾아가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우니까 새벽에 찾아다녔다. 이 덕분에 외상값을 떼이는 일이 그만큼 줄었고 가게 형편도 좋았다.태국 고속도로 공사 수주광복 후 2년째인 1947년 이재준은 건설업을 시작했다. 일본인 건설업자들이 떠난 상태라 건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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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톨스토이 단편선'
교훈과 진리를 담은 단편소설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는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소설, 희곡, 수필, 평론, 종교론, 인생론 등 방대한 저서를 남긴 그는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불린다. 세계 100개가 넘는 다국어로 번역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같은 걸작을 쓴 톨스토이에게 ‘인류의 스승, 고귀한 거장’ 같은 찬사가 늘 따라다닌다.장편소설도 많은 사랑을 받지만 톨스토이가 남긴 50여 편의 중편과 단편 가운데 여러 작품은 세계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된 필독서가 됐다. 러시아 민화에 기반을 둔 톨스토이의 단편들은 ‘진정한 교훈을 주며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든다’ ‘보편적이지만 중요한 진리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에서 구전된 전설이나 민담에 톨스토이가 추구하는 소박한 진리를 더해 작품을 완성시켰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촘촘한 구조와 난해한 스토리, 수식이 과한 문장으로 독서를 방해하는 일단의 단편소설과 달리 톨스토이의 작품은 편하게 읽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톨스토이의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라면 단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꼽을 수 있다. ‘OO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식으로 계속 패러디되는 데다 진중한 질문을 담고 있어 제목만으로도 생명력이 있다 하겠다. 제목은 내용만큼이나 중요해 작가들이 마지막까지 고심하는 부분이다.《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톨스토이의 답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이다. 툴툴거리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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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19) 효성그룹 세운 조홍제
경남 의령군에는 정암리라는 마을이 있다. 솥 정(鼎)자에 바위 암(岩)자, 솥바위마을이 그 뜻이다. 실제로 마을 앞을 흐르는 남강 물 가운데 솥 모양의 바위가 서 있다. 솥뚜껑을 세 개의 다리가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솥은 부의 상징이어서 예부터 솥다리가 뻗은 방향대로 세 명의 큰 부자가 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우연이겠지만 정말로 세 명의 큰 부자가 났다.의령군 정암리와 세 부자 ‘신화’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은 근처 의령에서 났고, LG그룹의 창업자 구인회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승산리 사람이다. 두 사람은 1923년 같은 해에 지수보통학교 같은 반의 급우이기까지 했다. 또 다른 한 명의 큰 부자는 효성그룹을 창업한 조홍제다. 한때 재계 랭킹 5위까지도 했던 대단한 기업의 창업자다. 조홍제 역시 솥바위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군북에서 태어나고 자랐다.조홍제의 첫 직장은 1940년 군북금융조합장이었지만 큰 사업을 한 것은 1948년부터였다. 해방이 되자 삼성상회를 하던 이병철이 무역회사를 하자며 조홍제를 찾았다. 조홍제는 이병철의 형과 친구 사이였으니 이병철이 고향 선배를 찾은 셈이었다. 그렇게 둘은 삼성물산공사를 세우고 이병철은 사장, 조홍제는 부사장이 돼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 서로 뜻이 안 맞아 1962년 조홍제가 삼성을 나왔다. 조홍제의 나이 56세였다.삼성 나온 뒤 자기 사업 시작삼성을 나온 조홍제의 손에 들려진 것은 한국타이어와 한일나일론의 주식이었다. 그것을 밑천으로 그는 효성물산을 새로 세웠다. 56세! 당시로선 자리를 내놓고 여생을 즐기기 시작해도 이르지 않을 나이에 새 사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호는 만우, 늦을 만(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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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5)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철없는 부녀를 찾아온 안느프랑스 작가라고 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떠올릴 사람이 많을 듯하다. 20~30년 전에는 사르트르와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계약결혼, 프랑수아즈 사강의 천재성에 매혹되어 프랑스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사강이 1954년에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은 18세 소녀가 썼다고는 믿기 힘들 만큼 삶을 보는 눈과 그 속에서 꺼낸 통찰의 깊이가 크다.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감성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뛰어났다고 평가받는 이 소설은 혼자 사는 사람과 한 부모 가정이 흔해진 요즘 훨씬 더 공감을 줄 듯하다.《슬픔이여 안녕》의 주인공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따분한 기숙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2년째 아빠와 함께 지내는 17세 소녀 세실이다. 두 살 때 엄마가 사망했고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 떨어졌지만 슬픔이라곤 모른 채 살아온 세실은 자유분방함에 취해 인생이 온통 보랏빛이다.딸에게 대범한 옷을 입혀 사교장에 데려가고, 자주 바뀌는 여자 친구 문제를 스스럼없이 상의하는 쿨한 아빠가 여름 휴가를 계획한다. 세실과 아빠의 여자친구 엘자는 바닷가 멋진 별장에서 여름을 즐기게 됐고 세실은 해변에서 대학생인 시릴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반전은 별장으로 차갑고 이지적인 안느가 찾아오는 데서 시작된다. 세실은 가끔 죽은 엄마의 친구였던 안느 집에서 지낸 적이 있다. 세련되고 침착한 안느 앞에서 스물아홉 살의 예쁜 엘자는 빛을 잃고 만다. 아빠의 눈길이 안느에게 계속 꽂히는 모습을 세실은 불안하게 바라본다. 안느는 휴가지에서도 마치 엄마처럼 세실에게 공부를 강조하는가 하면, 시릴과 키스하다 들키자 남자친구를 사귈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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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18) ‘수송왕’ 조중훈과 한진그룹
■ 기억해 주세요^^한진그룹 창업자 조중훈은 독특하게 수송 부문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대한항공, (주)한진, 한진고속은 대한민국의 물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산증인’이다.우리나라의 성공한 기업들은 대개 제조업이 주력이다. 삼성과 LG는 전자제품이 주력이고 현대는 건설과 더불어 자동차와 조선을 주력으로 했다. 독특하게도 한진은 수송부문을 전문화해서 성공했다. 대한항공, 진에어, (주)한진, 한진관광 같은 곳이 한진그룹 계열사들이다. 한진해운, 한진고속 같은 운송회사도 한진그룹 소속이었는데 2000년대 이후 분리 또는 매각됐다.제조업이 아니라 수송업?한진그룹을 세운 기업가는 조중훈이다. 일제 강점기 때 트럭 엔진 수리하는 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해방이 되자 그때 번 돈으로 트럭을 한 대 사서 운수업을 시작했다. 회사 이름은 한진이라 붙였다.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뜻이었다.한진의 본격적인 도약은 미군과의 비즈니스에 성공하면서 시작되었다. 6·25전쟁으로 많은 미군이 이 땅에 들어왔지만 물자 수송은 한국인에게 맡기지 않았다. 미군들은 한국인이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기도 했다. 달리는 트럭에 뛰어올라 물건을 훔쳐낼 정도였다고 한다. 조중훈은 미군에 책임 수송제를 제안했다. 수송 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모든 것을 책임져 줄 테니 안심하고 맡겨달라고 청했다. 반신반의하던 미군 담당자에게서 일감을 받아냈다. 1956년의 일이었다. 조중훈은 철저하게 약속을 지켰고 그 덕분에 미군 장교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미군 장교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정성껏 차린 미국식 요리를 대접했다. 조중훈에 대한 신뢰는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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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17) ‘한국의 철강왕’ 박태준
■ 기억해 주세요^^박태준은 “일본 식민지 시절 희생된 조상들의 피값으로 짓는 제철소다.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모두 빠져 죽자”고 직원들에게 말했고 결국 무에서 유를 이뤘다.포항제철(포스코)은 위대한 기업이다. 미국 포천지가 발표한 ‘500대 기업’ 명단에서 2011년부터 6년 연속 200위 안에 들었다. 단순히 덩치만 큰 것이 아니다. 글로벌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 선정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철강사’에 9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민간기업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포항제철이 더욱 특별한 것은 공기업으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기업들은 대부분 민간 기업가들이 키웠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모두 그렇다. 대다수 국영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한 데 반해 포항제철은 민간기업 못지않게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포항제철의 성공은 박태준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는 1968년부터 1992년까지 25년간 포항제철의 최고경영자였다. 맨땅에서 포항제철을 세웠고 성공시켰다. 박태준은 육군 대위 출신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했다. 대통령도 박태준을 가족처럼 믿었다.박정희 대통령은 박태준에게 제철소를 건설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겼다. 명령이기에 맡긴 했지만 사명감 외엔 가진 것이 없었다. 자본부터 구해야 했다. 국제기구에 손을 벌려 봤지만 거절당했다. 한국은 그렇게 큰 제철소를 건설해서 운영할 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그것이 당시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객관적 시각이었다. 결국 일본으로부터 36년 식민통치에 대한 보상금조로 받은 대일청구권자금 일부를 제철소 건설에 투입하게 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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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64) 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슬브롯'
우연히 만난 소설에 마음 빼앗긴 주인공‘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적당한 나이에 할 일을 하며 마땅한 권리를 누리는 게 행복하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계획대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스칸디나비아에서 이민 와 미국인이 된 크누트 액슬브롯. 60대가 되었지만 마음은 청춘이다. 18세에 결혼하여 58세까지 열심히 일해 빚을 갚고 농장도 하나 마련했다. 아내는 죽고 말았지만 자녀들은 장성하여 제 몫을 하며 산다. 크누트는 농장을 딸 내외에게 맡기고 오두막을 지어 고양이와 함께 유유자적 지낸다.크누트의 어릴 적 ‘꿈은 유명한 학자가 되어 여러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고, 역사에 능통하고 지혜로운 책들 속의 아름다운 세계를 마음껏 즐겨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상황에다 일찌감치 결혼했으니 대학에 가지 못했고, 그 허전함을 달래려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그런 크누프가 선택한 길은? 놀랍게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을 읽다가 예일대 생활을 화려하게 그린 내용에 매료되어 대학에 가기로 결심한다. 공부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인 예일대는 들어가기 몹시 힘든 곳이다. 좌절도 하고 잠깐 포기도 했지만 하루 18시간 일하던 뚝심으로 12시간씩 공부하여 기어이 합격한다.65세 신입생에게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할아버지뻘인 크누트를 동기생들은 친절하게 대할까? ‘화려하고 세련된 문학의 맛을 보려는’ 크누트의 소망을 안 기숙사 룸메이트 레이는 “당신처럼 늙은 사람은 그따위 쓸모없는 공부보다는 영혼 구제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할 거요”라며 무시한다. 모두들 크누트를 괴물 취급하고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