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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59) 안네 프랑크 '안네의 일기'

    ‘노란 별’을 단 안네 가족연일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봄날을 즐길 형편은 아닌 듯하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라 안은 대선 정국으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협박을 일삼고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탑재한 항공모함을 한반도 인근 해상에 대기시켜 놓았다.전쟁이란 어떤 것일까. 요즘 전쟁은 단 하루 만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끝나지만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은 몇 년씩 계속됐다. 1950년에 일어난 한국전쟁도 3년간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피란을 가고 숨어 지내야 했다.쫓기고 숨어 지내는 불편은 얼마나 클까. 열세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나치를 피해 숨어 지낸 안네 프랑크가 쓴 《안네의 일기》를 보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192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살던 안네는 1933년 히틀러가 지배하는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수난을 겪는다. 나치는 인종주의 정책을 펼쳐 유대인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안네의 가족들은 나치를 피해 1934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다. 그러나 네덜란드도 1941년 나치에 점령당하고 만다.1942년 6월12일, 열세 번째 생일에 선물받은 일기장에 안네는 ‘키티’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6월14일부터 일기를 쓰면서 아빠, 엄마, 언니와 살고 있고 아빠는 잼을 만드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신은 언니가 다니는 유태인중학교에 입학했다는 얘기를 키티에게 자세하게 들려준다. 노란 별을 달고 다녀야 하는 유태인은 전차도, 자동차도 탈 수 없다고 슬퍼하면서도 남학생이 자신을 좋아하며 자신은 수다쟁이라는 걸 알려준다.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

  • 경제 기타

    이병철 "기업인 잡지 말고 공장 지어 경제 기여토록"...박정희, 시멘트·비료·전자·석유화학 민간에 맡겨

    ■ 기억해 주세요^^박정희 의장이 5·16 쿠데타 직후 이병철 회장을 집무실로 불러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 대답이 바로···서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르와지르호텔이 있다. 원래 미나카이백화점이 있던 자리인데 해방 직후 원호처를 거쳐 국가재건최고회의 본부로 쓰이다가 지금은 호텔 건물이 들어섰다. 56년 전 5·16 쿠데타 주동자인 박정희 장군과 삼성물산의 이병철의 운명적 만남이 이곳에서 이뤄졌다.1961년 5월16일 직후, 서울 분위기는 살벌했다. 정권을 장악한 군인들은 기업인들부터 잡아들였다. 명분은 부정축재자 검거였지만 실제로는 가장 큰 기업 오너들이 대상이었다. 이병철도 당연히 포함됐다.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을 성공시킨 덕분에 삼성은 재계 1위로 올라서 있었다.일본에 머물다가 소식을 듣고 귀국한 이병철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명동 메트로호텔(롯데백화점 건너편 명동 뒷골목)에 연금됐다. 그런데 다음날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감옥행을 각오한 이병철이 끌려간 곳은 박정희 장군 집무실이었다. 지금 르와지르호텔이 서 있는 그 자리다. 박정희는 이병철에게 기업인 검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병철은 부당하다고 답했다. 부정축재자를 처벌하는 것은 좋지만 사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다 부정축재자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국가 주도 경제가 아니었다박정희는 이병철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이병철은 기업인들을 잡아 가두는 대신 그들에게 큰 공장을 세워서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하라고 제안했다. 맞는 말이라고 판단은 박정희는 정책방향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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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

    ■ 기억해 주세요^^마르코폴로가 죽기 직전 가톨릭 사제가 동방견문록에서 한 거짓말을 모두 철회하라’고 하자 그는 ‘제가 보고 겪은 것의 절반도 말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죠.우주에는 지구 이외에 생명체가 살고 있는 별이 있을까? 미생물까지를 포함한다면, 답은 99.9% ‘네’다. 그렇다면, 인류 이외의 고등생명체가 살고 있는 별도 있을까?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2017년 2월23일자 네이처지에는 지구에서 39광년 떨어진 곳에서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 7개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실렸다.우주에 고등생명체가 존재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언젠가 그들과 우리 인류가 만나게 될는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과거사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유추할 수는 있다.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을 둘러싼 당대의 논쟁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동방견문록》은 이탈리아의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1271년부터 1295년까지 동방을 여행한 체험담을 기록한 여행 보고서다. 베네치아 상인의 아들이었던 마르코 폴로는 15세에 이탈리아를 떠나 42세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1298년 베네치아 공화국과 제노아 공국 사이에 벌어진 해전에 참전했다 포로로 잡혀 감옥에 갇히는데, 약 3년의 수감 기간 동안 감방 동료였던 루스티첼로(Rustichello)에게 자신의 경험을 구술해 출간한 책이 《동방견문록》이다. 이것이 이 책의 출간 배경에 관한 가장 유력한 설이다.지리 종교 생활 언어 등 묘사책에 나오는 여정은 이탈리아-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호르무즈 해협-육로로 서아시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원(元)나라 도착, 쿠빌라이 칸(세조)을 알현하고 관직을 하사받은 뒤 17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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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으로 일본 원목 수입못해 '목재사업 위기'…6·25전쟁 복구에 합판 수요 폭발 '기사회생'

    부산 오륙도 근처에 컨테이너 박스가 가득 쌓여 있는 부두가 있다. 신선대 부두인데 화물선에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곳으로 1991년 완공됐다. 그 전에는 한창 때 세계 최대 합판공장이던 동명목재 공장이 있던 자리다. 1980년 신군부 세력이 뺏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억해 주세요^^부산 신선대 부두에 있었던 동명목재는 세계 최대 합판공장을 운영했다. 석연찮은 이유로 1981년 재산을 빼앗긴 뒤 역사속으로 사라졌다.강석진, 16세 때 가구 공장 취직동명목재 창업자는 강석진이다. 1907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는데 열여섯 살에 부산으로 가서 가구공장에 취직했다. 일에 재미를 붙여 열심히 하다 보니 월급도 제법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열아홉 살 되던 해에 그동안 모은 돈을 밑천 삼아 가구점 겸 제재소(나무를 톱으로 켜고 다듬는 공장)를 차렸다. 동명이라는 공장 이름은 나중에서 강석진의 아호가 됐다.1945년, 해방의 기쁨도 잠시, 남북이 분단되면서 동명제재소는 치명타를 입었다. 북한 지방과 일본 홋카이도에서 원목을 공급받았는데 이들 지역과의 교역이 끊기면서 원목 공급을 못 받게 된 것이다. 톱밥을 원료로 합판을 만들어 내놨지만 원목이 아니라며 인기가 없었다. 위기가 닥쳤다. 전쟁 기간 동안은 사정이 어려웠다.1953년 7월 전쟁이 끝나자 이런 모든 어려움은 일시에 사라졌다. 부서진 집과 공장, 관공서를 복구하느라 목재 수요가 폭증했다. 원목이 아닌 톱밥 합판이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퍼져나갔다. 동명목재의 합판은 없어서 못 팔 판이었다. 인도네시아 같은 열대지방에서 나왕 원목을 수입해야 할 정도였다. 강석진은 부산의 큰 기업가로 떠올랐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원목을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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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외국문학 번역

    ■ 체크 포인트▷일본어 ‘나와바리’는 ‘지리적 구역’과 달라▷‘그리스인 조르바’의 원래 제목은 뭘까?“번역은 반역이다(Traduttore, traditore).” 이탈리아 경구(警句)다.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하다’는 선언이다. ‘정보’는 전달할 수 있더라도 원문 고유의 어투나 뉘앙스를 전달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원문에 쓰인 단어가 그 사회 특유의 ‘역사’나 ‘제도’를 전제하는 경우, 별도의 설명 없이는 번역문이 ‘이해 불가’인 경우도 있다. 인공지능 번역기가 분투해야 할 부분이다.‘나와바리’라는 일본말이 있다. ‘일정한 지역, 혹은 구역’을 뜻하는 단어인데, 우리말에는 적절한 동의어가 없다. ‘지역’이나 ‘구역’은 지리적·공간적 개념이다. ‘나와바리’는 다르다. 이 말에는 ‘상점의 배달 구역, 한 가게의 상권이 미치는 지역’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일본 근대화 초기의 경제적 구조와 관념을 바탕에 깔고 있는 말이다. 그래서 일본과는 다른 사회발전 과정을 겪지 않은 한국인들은 이 단어의 원뜻을 일본인 수준으로 체감하기 어렵다. ‘단골’의 어원일 수도 있는 우리말 ‘당골’이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말이다. ‘당골’ 혹은 ‘당골판’은 주술사의 담당 구역을 뜻한다.근대화 이전 샤먼은 농경 사회에서 상담사, 병 치료사의 역할을 담당했다.(물론 과학적인 처방을 내린 것은 아니다.) 주민들은 ‘상담료’를 현금으로 내지 않고, 추수가 끝나면 ‘1년 분’ 상담료를 현물로 줬다. 무당이 지역 사회와 나름대로의 &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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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베아트릭스 포터 '피터 래빗 이야기'

    맥그레거씨 정원에 간 주인공세계인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작품 중에는 동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많다. 《피터 래빗 이야기》도 24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1억 부 이상 판매된 고전이다. 동물 이야기는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고루 사랑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림 동화인 《피터 래빗 이야기》는 어른들이 읽는 세계문학 컬렉션에 당당히 끼어 있는 명작이다.《피터 래빗 이야기》는 모두 23권으로 구성된 시리즈인데 작은 시골농장, 숲속 등을 배경으로 주인공 피터 래빗과 친구들이 엮어가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피터 래빗 이야기>의 주인공 피터는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이라는 세 마리 토끼와 엄마 토끼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 토끼가 외출하면서 “들판이나 오솔길에서는 마음껏 놀아도 되지만, 맥그레거 아저씨네 정원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착한 토끼들은 오솔길에 가서 산딸기를 따지만 말썽꾸러기 피터는 맥그레거 아저씨네 집으로 가서 상추와 강낭콩 마구 먹어대다가 당근까지 와작와작 씹는다. 결국 아저씨에게 들켜서 도망가다가 신발과 옷을 잃어버리고 양철 물뿌리개 속에 숨어든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겨우 탈출하지만 감기에 걸린다. 다른 토끼들이 빵과 우유, 산딸기를 마음껏 먹을 때 피터는 겨우 국화차만 마신다.이어지는 <벤자민 바니 이야기>에 나오는 피터는 옷이 없어 손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다닌다. 맥그레거 아저씨와 그의 부인이 마차를 타고 외출하자 피터는 아기토끼 벤자민 바니와 함께 옷을 찾으러 나선다. 옷을 찾아오다가 고양이가 나타나자 바구니 속에 숨지만 고양이가 바구니 위에 웅크리고 앉는 바람에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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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기업가 이병철·정주영·구인회·김종희·서성환…6·25전쟁 폐허와 피난 속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현재의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이지만 1997년 이전까지는 독립된 자동차 기업이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원래의 기아차를 세우고 성공시킨 김철호다.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에 가서 사업을 배우고 돈을 벌어 한국에 기업을 일으킨 청년의 이야기다.`■ 기억해 주세요^^▶이병철: 탄피와 고철 모아서 번 돈으로 설탕사업 시작▶구인회: 플라스틱 제조기계 들여와 화학산업 일구다▶정주영: 미군공사 하면서 쌓은 건설실력으로 해외진출▶김종희: 피난지 부산에서 미군화약 관리용역으로 돈 벌어1950년 6월 25일, 북한 인민군이 남한을 침략했다. 한국군은 속절없이 밀렸다. 모든 땅을 뺏기고 낙동강 방어선 이남만 남았다. 부산은 몰려든 피난민으로 몸살을 앓았다. 모든 것이 부족했다. 집, 먹을거리, 입을 옷··· 어느 것 하나 모자라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 고통조차도 기회로 바꾸어낸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은 피난지의 기업가들 이야기다.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도 부산에서 성공한 사람이다. 대구에서 삼성상회로 무역업을 하다가 해방과 더불어 서울에 삼성물산을 세우고 수출입업을 시작했다. 돈이 제법 벌리던 차에 전쟁이 터져서 빈손으로 피난을 가야 했다. 피난길에 대구에 들렀는데 양조장을 맡아 운영해주던 친구가 그동안 벌었다며 뜻하지 않은 돈을 건넸다. 이병철은 그 돈으로 부산에서 삼성물산을 다시 열었다. 수출할 상품을 찾던 중 기막힌 것을 발견한다. 전장 터에 버려진 탄피와 고철들이다. 이병철은 탄피와 고철들을 모아서 일본 등에 수출했다. 수출대금으로는 설탕과 옷감, 종이, 약품 같은 것을 수입해서 팔았고 큰돈을 벌었다. 1953년에는 그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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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 셰익스피어와 '종결 욕구'

    ■ 기억해 주세요^^인간은 애매하고 모호한 상황을 싫어한다. 이 심리를 비극과 희극을 통해 풀어낸 작가가 셰익스피어다.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였던 최재서(崔載瑞: 1908~1964)에게 한 학생이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무인도에 표류한다면, 그리고 단 한 권의 책만을 가져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선택하시겠습니까. 6·25전쟁 발발 1주일 전 연세대 영문과 수업 중에 벌어진 일이다. 급작스러운 피난길에 나서야 했던 최재서는 정말 단 한 권의 책만을 곁에 둘 수 있었다. 아주 작은 활자가 깨알처럼 박힌, 영어판 《셰익스피어 전집》이었다.영문학자 최재서의 셰익스피어 사랑최재서는 전쟁 기간 내내 이 책을 끼고 살았다. 사전도 없이 책을 읽느라, 단어나 표현이 어려운 대목을 만나면 골똘히 생각하며 겉장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이 같은 3년간의 정독 결과물이 1963년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셰익스피어 예술론》이다. 한국 학자가 셰익스피어 전 작품을 일관된 논리로 분석한 최초의 그리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시도다.최재서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핵심을 ‘질서의 회복’이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셰익스피어의 사극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정치적 무질서를 회복해가는 과정이다. 비극은 도덕적 질서의 파괴와 회복을 그린 작품이다. 희극, 로맨스 등 다른 작품들도 사회적 질서, 초월적 질서, 자연적 질서의 파괴와 이를 회복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묘사한 작품이라고 보았다. ‘질서의 회복’이야말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시대를 뛰어넘어 불멸의 가치를 획득한 원동력이라는 주장이다.경제학, 국제관계학 등을 공부한 제이미 홈스(미국 싱크탱크 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