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아빠, 엄마 사이에 태어난 '마티스'
바다로 떠나고 싶지만 인생이라는 감옥에서
종신형을 받은 것처럼 삶을 살아간다
'정복자 펠레'의 저자가 들려주는 '꿈과 환경의 조화'
바다로 떠나고 싶지만 인생이라는 감옥에서
종신형을 받은 것처럼 삶을 살아간다
'정복자 펠레'의 저자가 들려주는 '꿈과 환경의 조화'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1)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종신형'](https://img.hankyung.com/photo/201707/AA.14284926.1.jpg)
<종신형>의 주인공 마티스 로우는 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불만이었다. 어머니는 사십대였고 아버지는 그보다도 열 살이나 위였다. 마티스가 장난치고 노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는 무엇이든 하지 못하게 했다. 어려서부터 자기 몫의 일을 해야 했던 마티스는 아버지나 어머니 곁에 있으면 그저 짜증이 났다.
작가 넥쇠와 <종신형>의 마티스, 그리고 우리들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작가 넥쇠는 가난한 데다 11남매가 북적이는 집에서 어릴 때부터 갖은 고생을 하며 자랐다. 11남매 가운데 넷째여서 일찌감치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일에 투입되었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쉬지 않아 청년 시절 교사가 되었다. 그때부터 문학에 뜻을 두었고 29세 때 단편집 《그림자》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발표한 《정복자 펠레》가 성공하면서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85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일평생 글쓰기를 계속하여 3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넥쇠는 다양한 직업을 거치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눈을 떴고, 자신의 체험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늙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떠나고 싶은 이상과 자신을 붙잡는 늙은 부모라는 현실 속에서 갈등하지만 마티스는 그대로 머물러 ‘어망을 손질하고 손바닥만한 땅을 갈며 아무 기쁨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간다. 대신 마티스는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넓은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가리라 결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골 처녀와 결혼해서 발목 잡히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마티스는 자녀가 없는 숙부의 상속자가 되어 어른들의 강요로 결혼을 하고 마을에 눌러 살게 된다. 아들 한스가 태어나지만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는 생각에 정을 주지 않는다. 한스는 사랑을 베풀지 않는 아버지 마티스를 무서워한다. 어느 날 한스가 헛간에서 맷돌을 돌리며 물을 튀기자 마티스가 심하게 야단친다. 겁에 질려 우는 아들을 보던 마티스는 자신이 어린 시절 혼자 헛간에서 놀던 일을 떠올리며 아들을 달래주고 함께 즐겁게 논다. 그 일로 마티스는 아들을 사랑하게 되고 아들도 자신처럼 환경과 관계에 묶여 부자연스러운 삶을 살게 될 것을 우려한다.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71) 마르틴 안데르센 넥쇠 '종신형'](https://img.hankyung.com/photo/201707/AA.14284945.1.jpg)
마티스는 아들이 바다로 나가 훨훨 날아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자리를 수소문한다. 드디어 마을을 떠나게 된 한스는 아버지에게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아들의 제안에 기뻐하면서도 마티스는 다시 ‘자기 감옥’으로 돌아온다.

언제나 벗어나고 싶었던 마을에 남아 아들의 출발을 흐뭇해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도 멋진 일이다. <종신형>을 읽으며 나의 환경과 나의 소망을 조화시켜 꿈을 이루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