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SNS에서 치킨용 육계 가격이 최근 반년 사이 37.7% 하락했지만,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 가격은 2만300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한번 점검해 보겠다”고 했다. 이익을 더 얻으려는 치킨 업체들의 탐욕(greed)이 물가 상승(inflation)을 부추긴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리드플레이션 논란에는 시장경제의 가격 결정 원리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게 섞여 있다. 애플망고빙수는 왜 그렇게 비쌀까한 그릇에 10만원이 넘는 애플망고빙수 얘기로 시작해 보자. 포시즌스호텔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14만9000원이다. 거의 매년 가격이 오른다. 뭐가 들었길래 빙수 한 그릇에 10만원이 넘느냐고들 하지만, 비싼 가격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비싼 이유를 알기 위해 질문을 조금 바꿔 보자. 포시즌스호텔은 왜 빙수 가격을 더 비싸게 받지 않을까.
만약 포시즌스호텔이 애플망고 빙수 가격을 16만원으로 올린다면 손님 중 일부는 시그니엘 서울(13만5000원)이나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13만원)를 먹을 것이다. 그보다 더 싼 다른 호텔로 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포시즌스호텔은 가격을 다시 내릴지도 모른다. 제아무리 유명한 호텔의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해도 가격을 올릴 경우 수요가 감소하고 경쟁 호텔에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렇다. 시장경제에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은 상승 압력을 받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겉으로 보기엔 기업이 마음대로 가격표를 붙이는 것 같지만, 수요·공급의 원리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은 거의 없다. “가격은 기업의 탐욕과 상관없다”
어떤 상품의 원가가 1만원이라고 해서 그 상품의 판매 가격이 1만2000~1만3000원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가 1만원짜리 상품의 판매 가격은 10만원이 될 수도 있고 1000원이 될 수도 있다. 그 상품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얼마나 있는지가 원가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다.
이제 애플망고빙수가 비싼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빙수에 뭐가 들어가 있으며, 원재료인 애플망고 가격이 얼마인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빙수 가격을 뒷받침하는 것은 점심시간마다 줄 서서 대기하는 탄탄한 수요다. 치킨 가격도 마찬가지다. 생닭 가격이 내렸다고 해서 반드시 치킨 가격이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은 저서 <베이직 이코노믹스>에서 “상품의 객관적 가치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경제적 거래의 토대가 생겨날 수 없다”며 “판매자의 탐욕과 상관없이 시장 상황이 가격을 결정한다”고 했다. 규제 완화·경쟁 촉진이 최선물가 상승에 편승해 비용 증가 폭 이상으로 판매 가격을 올린 기업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땐 판매가격을 빠르게 올리고 원재료 가격이 하락할 땐 판매가격을 그대로 두거나 뒤늦게 내리는 일부 기업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가격을 통제하거나 이윤을 제한하는 정책은 물가 안정에 도리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이 원가를 절감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익이 원가의 10%를 넘지 못하게 규제한다면 기업은 원가를 높이고 비싸게 팔수록 이익이 늘어난다. 원가 10만원짜리 상품을 11만원에 파는 것보다 원가를 20만원으로 높여 22만원에 판매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기업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이윤의 폭이 제한된다면 위험 부담을 안고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기업도 없어질 것이다.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을 개방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는 것보다 물가를 안정시키는 좋은 방법은 없다.
유승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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