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출판'으로 살펴 본 우리말 조어법
게티이미지


#. 영화 ‘오디세이’가 누적 관객수 12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대박을 이어갔다. 덩달아 서점가에선 원작이 된 그리스 영웅 서사시 ‘오디세이아’ 판매도 급증했다고 한다. 다양한 판본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다 보니 제대로 검수되지 않은 번역본이 일부 나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언론사는 ‘알빠노’(‘내가 알 바 아니다’를 줄인 조어)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뜻하는 조어) ‘머선129’(‘무슨 일이야’를 경상 방언식으로 바꾼 조어) 등 작품 분위기와 안 맞는 표현이 다수 보인다고 지적했다.

#.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이 8월부터 시행되면서 올 들어 부쩍 언론에 오르내리는 말이 ‘아차사고’다. ‘아차사고’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다행히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건을 말한다. 하인리히법칙에 따르면 1건의 중대재해 뒤에는 29건의 경상과 300건의 아차사고가 있다. 아차사고 보고 및 분석은 사고 예방을 위한 중요한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부사+명사’로 만들어진 합성어이런 사례들은 이른바 ‘딸깍출판’에 관한 것이다. ‘딸깍출판’은 AI를 이용해 마우스를 몇 번 ‘딸깍’ 클릭해 책을 만든다는, 조롱의 의미를 담은 신조어다. 이 말이 언론에 등장한 것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아차사고’라는 용어는 이미 1990년대 언론 매체에 등장한 오래된 말이다. 1992년 12월 25일 자에 실린 공모기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공단은 내년 4월까지 아차사고 사례를 현상 공모한다. … 아차사고란 작업장 내의 잠재위험 요인이 불완전한 행동이나 태도로 인해 재해가 일어날 뻔하여 놀랐던 경험을 말한다.”

하지만 아차사고와 딸깍출판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국어에서 정식 단어로 취급받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신조어가 하나의 단어로 굳어지기까지 언어적 품격을 비롯해 지속성, 지역적·계층적 광범위성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줄임말투 신조어 비해 의미전달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그런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조어다. 우리말 용법 풍성하게 하는 잇점아차사고와 딸깍출판은 우리말 관점에서 공통점이 또 있다. 조어 형태가 같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고양잇과, 물약, 노래방 등과 같은 ‘고유어+한자어’ 형태다.

‘부사(또는 부사어)+명사’의 결합이란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우리말에서는 부사(‘아차, 딸깍’)가 직접적으로 명사(‘사고, 출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아차사고’ ‘딸깍출판’에서는 직접 수식하는 형태로 결합했다. 이처럼 그 결합 방식이 국어의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과 다른 것을 ‘비통사적 합성어’라고 한다. 이 점이 우리말 관점에서 ‘아차사고’와 ‘딸깍출판’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이에 비해 ‘통사적 합성어’란 우리말의 일반적인 단어 배열법과 일치하는 구성을 말한다. 예컨대 ‘비구름’처럼 ‘명사+명사’ 간의 결합이거나 ‘첫사랑’처럼 ‘관형사+명사’ 간, ‘작은형’처럼 ‘용언의 관형사형+명사’ 간 결합이 통사적 합성어이다.

‘부사(부사어)+명사’ 결합의 대표적 형태는 ‘눈엣가시’다. ‘눈+에+ㅅ+가시’의 구성이다. 장소를 나타내는 조사 ‘-에’ 뒤에 사이시옷(ㅅ)이 붙어 뒷말을 이어줘 새로운 합성어를 이뤘다. ‘몰래카메라’를 비롯해 ‘살아생전’ ‘감감무소식’(‘감감소식’도 같은 의미다) ‘산들바람’ ‘척척박사’ ‘흔들바위’ ‘살짝곰보’ ‘딱성냥’ 같은 게 다 비슷한 유형의 말이다.

이들은 모두 한 단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자칫 띄어 써서는 안 된다.
'딸깍출판'으로 살펴 본 우리말 조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