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생글생글 종이신문에 오랜 기간 연재해오다 중단했던 ‘열려라! 우리말’이 생글생글 디지털 도서관과 생글생글 홈페이지에 다시 연재됩니다. 한글이 세계적 인기 콘텐츠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말의 정확한 용법과 사용 문화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폭넓어지면 독자 여러분의 문해력 또한 향상될 것이라 믿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2분기 또 한 번 역대급 실적을 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증권가에서는 성과급으로 지급될 충당금까지 포함하면 실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100조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제기됩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7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아침부터 방송들은 관련보도를 쏟아냈다. 인용문은 그 한 대목이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옥에 티라 할 만한 표현상 오류가 있다. 어디가 거슬릴까?‘예상, 전망’은 앞날을 내다보는 것 ‘전망’이 어색하다. ‘전망(展望)’이란 ‘앞날을 헤아려 내다봄’을 뜻한다. “새로 시작한 사업 전망이 어떻습니까?”처럼 쓰는 말이다. ‘펼칠 전展), 바랄 망(望)’이다. ‘망(望)’이 ‘바라다, 기대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다. 그러니 ‘전망’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이미 이루어진 일이다. 다만 발표되기 전이니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나간 것을 ‘전망’할 수는 없고, 이럴 때는 ‘추정’하는 것이다.
‘추정(推定)’은 ‘헤아리고 미루어 정하다’라는 뜻이다. 어림쳐서 헤아리는 것, 즉 ‘짐작(斟酌)’과 상통하는 말이다. ‘관측’ 역시 ‘관찰해 측정하다’라는 의미이니 비슷하게 쓸 수 있다. ‘추정/관측’은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일어난 시간 선상의 위치가 중립적인 말이다. 그러니 미래에 대해서도, 과거에 대해서도 쓸 수 있다.
참고로 예문의 ‘100조원을 넘어설’ 부분도 시제 표시와 관련해 알아둘 만하다. ‘넘어섰을’이라고 해야 바른 표현이다. ‘넘어설’은 미래추정이고 ‘넘어섰을’은 과거추정이다. 형태상으론 미세한 차이지만 의미상으론 큰 차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산업화세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MZ세대.” ‘-온’은 과거형이고 ‘-갈’은 미래형이다. 이런 구별을 상황에 맞게 잘 구사해야 우리말을 논리적이고 이치에 맞게 쓸 수 있다.
‘전망’과 거의 같이 쓰이는 말이 ‘예상(豫想)’이다. 이 역시 과거에 대해 쓸 수 없는데, ‘전망’만큼이나 용법을 자주 틀리는 말이라 주의해야 한다. ‘예상(豫想)’은 ‘미래 일을 내다보는 것’이다. ‘미리 예(豫), 생각 상(想)’이다. 국어사전은 예상을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헤아려 봄’이라고 풀고 있다. ‘예상’과 ‘전망’은 거의 같은 의미로 서로 바꿔 쓸 수 있다. 지난 것을 헤아릴 땐 ‘추정’을 써야이런 점에 유의해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미 NBC는 ‘이란은 2025년 원유 수출로 530억 달러(약 80조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1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전쟁이 한 달 넘에 이어지던 4월 초 미국의 NBC방송 기사를 인용한 국내 보도문장 한 대목이다. 여기에 쓰인 ‘예상’은 제대로 쓰였을까. 무심코, 흔히 쓰는 말이지만 아쉽게도 틀린 용법이다. 여기서도 ‘추정’을 써야 바른 표현이다.
이유는 앞서 살핀 ‘전망’ 용법의 오류와 같은 이치다. 예문에서는 이란이 작년에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액수를 헤아리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 벌어진 일이라 ‘예상’하는 게 아니라 ‘추정’한다고 해야 한다. ‘추정’은 시점은 이미 지났는데 정확한 데이터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쓰는 말이다. ‘예상’과 ‘전망’ 용법의 오류는 의외로 상당히 잦다. 말에 대한 정확한 이해만 있으면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것인데, 말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뜻이다.
정리하면, ‘예상’이나 ‘전망’은 앞날의 상황을 헤아릴 때 쓰는 말이다. 가령 지금 시점에서 쓸 때 ‘2027년 예상 경제지표’라고 한다. 또는 지금이 3분기 초이므로 ‘4분기 실적’이 ‘전망치(예상치)’에 해당한다. 이미 벌어진 일, 지난 일인데 아직 확정된 수치가 안 나왔으면 ‘추정’을 쓴다. 추정은 단순히 미루어 생각하는 것이다. 가령 3분기 초인 지금, 2분기 영업실적이 확정돼 나오지 않았다면 그것을 말할 때 ‘추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