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게리맨더링
[테샛 공부합시다] 기형적인 선거구에 숨어 있는 정치적 계산
사진을 한번 볼까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버지니아주의 선거구 재획정안을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하지만 이 안은 지난 5월 버지니아주 대법원으로부터 주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만약 사진과 같이 선거구가 획정된다면 민주당은 버지니아주 하원 11석 가운데 10석을, 공화당은 1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선거구를 둘러싼 논쟁은 왜 끊이지 않는 것일까요? 퍼즐 조각 된 선거구이처럼 극단적인 선거구 획정 논란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선거 역사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선거구가 행정구역이나 생활권을 따라 나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만 둘러싸거나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등 퍼즐 조각을 이어 붙인 것처럼 복잡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나눴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사실 이런 선거구 모양에는 단순한 행정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이러한 선거구 획정 방식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합니다. 이 용어는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이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가 자신의 당에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었는데, 그 모양이 불 속에 산다는 그리스신화의 불도마뱀인 샐러맨더(salamander)와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선거구를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같은 득표율이라도 확보하는 의석수가 달라질 수 있기에 미국에서는 선거구를 다시 획정할 때마다 양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안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합니다. 이처럼 게리맨더링은 권력을 얻고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적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권자의 선택은 제대로 반영될까?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이 발전시킨 공공선택론은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공공선택론은 정치인도 일반 경제주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고 봅니다. 정치인이 국익보다 선거 당선이나 권력 유지와 같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지요.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정치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만들려 하고 이 과정에서 게리맨더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나누면 실제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반대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는 의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게리맨더링 논란은 단순히 선거구 모양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유권자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문제입니다. 정치인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치인의 선의에만 기대기보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