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공룡 둘리'의 발견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의 이름을 딴 진짜 공룡이 탄생했다. 전남 신안에서 발견된 작은 공룡 화석이 새로운 공룡 종으로 인정받으며, ‘둘리사우루스 허미니’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귀여운 이름 뒤에는 우리나라 공룡 연구의 역사를 새롭게 쓸 중요한 과학적 의미가 숨어 있다.작은 화석 하나가 수억 년 전 공룡의 삶과 이동 경로까지 밝혀낼 단서가 되고 있다.
둘리사우루스 허미니의 모습을 상상한 그림.  출처: 이준성
둘리사우루스 허미니의 모습을 상상한 그림. 출처: 이준성
올 초 전남대 한국공룡연구센터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은 전남 신안군 압해도에서 발견된 공룡 화석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공룡 종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공룡 화석이 발견된 곳은 약 1억 년 전 백악기 중기에 만들어진 ‘일성산층’이다. 이곳은 강과 호수 주변에 쌓인 진흙이 오랜 시간 굳어 형성된 지층으로, 과거 많은 공룡이 살았던 지역이다.

새로운 공룡이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새 이름을 얻는 것은 아니다. 이미 알려진 공룡과 뼈의 모양이나 몸의 특징이 분명히 달라야 하고, 다른 연구자들도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비로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신종으로 인정받은 공룡 뼈 화석은 단 두 종뿐이다. 2010년 전남 보성에서 발견된 ‘코리아노사우루스 보성엔시스’, 2011년 경기 화성에서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에 이어 둘리사우루스는 약 15년 만에 등장한 세 번째 신종 공룡이다.
어린 둘리사우루스 허미니의 골격 구조 . 해당 공룡과 함께 발견된 화석 뼈들.  출처: 정종윤
어린 둘리사우루스 허미니의 골격 구조 . 해당 공룡과 함께 발견된 화석 뼈들. 출처: 정종윤
이번 화석은 우리나라 신종 공룡 가운데 처음으로 두개골이 함께 발견됐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공룡 연구에서 두개골은 사람의 지문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눈과 코, 턱의 모양에는 공룡마다 다른 특징이 담겨 있어 어떤 종류인지 구별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리사우루스의 두개골은 단단한 암석 속 깊이 묻혀 있었다. 연구진은 화석을 꺼내기 위해 무작정 암석을 깨뜨리지 않았다. 암석 내부를 손상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이크로 CT를 이용해 내부를 촬영했다. 그 결과 암석 속에 온전한 두개골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정교한 작업을 거쳐 화석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었다.

분석 결과 둘리사우루스는 약 1억1300만~9400만 년 전 백악기 중기에 살았던 테스켈로사우루스과 공룡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이 공룡 무리는 북아메리카에서 주로 발견됐는데, 아시아에서는 처음 확인된 사례다. 발견된 개체는 태어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어린 공룡이었다. 몸길이는 약 1m 정도로 칠면조만 한 크기였으며, 성체가 되면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자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몸 전체가 솜털 같은 깃털로 덮여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둘리사우루스라는 이름은 어린 공룡이라는 특징에서 비롯됐다. 연구진은 국민 만화 캐릭터인 ‘아기공룡 둘리’에서 이름을 따왔고, 뒤에 붙은 ‘허미니’는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공룡 연구와 화석 보존에 힘써온 허민 박사의 이름을 기려 붙였다.

이번 발견에는 단순히 새로운 공룡이 하나 늘어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테스켈로사우루스과 공룡은 대부분 미국과 캐나다 등 북아메리카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같은 무리의 공룡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과학자들은 이 공룡들이 처음에는 아시아에서 진화한 뒤 북아메리카로 이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됐다. 즉 둘리사우루스는 공룡의 ‘고향’을 찾는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룡들은 바다 건너 다른 대륙으로 어떻게 이동했을까. 과학자들은 당시 지구의 모습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백악기에는 지금의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사이에 ‘베링 육교’라는 넓은 육지가 있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낮아 두 대륙이 하나의 땅으로 연결돼 있어 공룡과 다양한 동물이 이 길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후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육지는 바닷속으로 잠겼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이동 경로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한반도는 당시 아시아 동쪽에 위치해 공룡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거쳐 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공룡 화석 하나하나는 단순히 새로운 종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공룡들이 언제 어디에서 진화했고, 어떤 길을 따라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갔는지를 밝혀내는 퍼즐 조각이 된다.

우리나라는 뼈 화석보다 발자국 화석으로 더 유명하다. 경남 고성과 전남 해남, 전북 부안 등에서는 수천 개의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고, 공룡알과 둥지 화석, 심지어 공룡의 배설물이 굳어 만들어진 분화석도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화석을 함께 연구하며 공룡이 어떻게 걷고,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새끼를 키웠는지까지 추적하고 있다. √ 기억해주세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공룡 연구에서 두개골은 사람의 지문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눈과 코, 턱의 모양에는 공룡마다 다른 특징이 담겨 있어 어떤 종류인지 구별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리사우루스의 두개골은 단단한 암석 속 깊이 묻혀 있었다. 연구진은 화석을 꺼내기 위해 무작정 암석을 깨뜨리지 않았다. 암석 내부를 손상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이크로 CT를 이용해 내부를 촬영했다. 그 결과 암석 속에 온전한 두개골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정교한 작업을 거쳐 화석을 안전하게 꺼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