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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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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금지’ 시험을 옹호하는 논리는 분명합니다. 시험의 본래 목적은 학생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습니다. AI를 허용하면 답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계의 도움이 개입해 학생 개인의 역량을 정확히 가려내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입니다. AI 활용 능력의 격차도 문제로 꼽힙니다. 학생마다 AI 도구에 대한 접근성, 디지털 활용 능력, 관련 교육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시험 성적이 학업 역량보다 AI 사용 환경이나 경제적 여건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는 모든 학생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시험의 형평성과 공정성 원칙에 어긋나며, 새로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기초학력 약화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계산기를 사용하기 전에 사칙연산을 익혀야 하듯, AI를 활용하기에 앞서 읽기와 쓰기, 논리적 추론, 기본 계산 능력 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 교사가 채점하는 수행평가나 논술형 시험지가 학생 본인의 순수한 실력인지, AI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 구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숙제는 AI로 … 시험장에선 금지반면 AI 사용을 막는 시험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 대학이나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단순 암기나 계산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도구를 잘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근거입니다.

AI는 이제 계산기나 검색엔진처럼 기본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전면 금지하는 시험은 현실의 문제 해결 방식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시험만 유독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법 및 평가 방식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학교 교육의 목적이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AI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학교만 AI를 막아선다면 학생들은 정작 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학교 밖에서 따로 익혀야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평가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벗어나,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조합해 활용하는 능력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따라 시험에서 AI 활용을 전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정 범위 안에서 AI를 시험의 공식 도구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가 제시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활용하는 능력인 ‘AI 리터러시’ 등을 시험의 평가 요소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AI를 다루는 능력 역시 학생의 실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해외의 선택, 통제와 검증 사이해외 교육 현장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요. 날카로운 철학 논술 문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는 여전히 서술형 평가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시험장에서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기술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신의 머리로 사유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전통적인 논술시험이야말로 AI 시대에서도 공정한 평가 방식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 명문대들은 조금 더 입체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AI의 교육적 활용은 장려하되, 평가는 훨씬 까다롭게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 주요 대학들은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수업 및 과제에서 AI 사용 범위를 세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학과와 수업에서는 과제 제출 시 AI 활용 여부와 범위를 밝히도록 요구합니다. 전 세계 표준 교육과정인 국제 바칼로레아(IB) 역시 AI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활용 사실을 밝히고, 최종 결과물에 학생 자신의 분석과 판단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향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교육은 ‘AI 없는 시험’과 ‘AI 도움을 받는 시험’ 중 양자택일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AI를 학습 파트너로 인정하되, 시험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여러 방식으로 검증하는 정교한 평가 체계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기술을 바탕으로 얼마나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느냐일 겁니다. 이미 도래한 AI 시대에 학생의 진정한 역량을 어떻게 공정하고 정확하게 측정할 것인지 교육계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NIE 포인트1. 생성형 AI를 활용한 과제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2. AI 시대에도 암기 교육이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어떤 지식과 능력을 반드시 익혀야 할까?

3. 여러분이 교사라면 ‘AI 허용 평가’와 ‘AI 금지 평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