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학생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공부에 활용합니다. 발표문 초안을 작성하고 수행평가 자료를 찾을 때, 영어 작문 교정이나 수학 개념 이해가 필요할 때, 심지어 코딩을 배울 때도 AI를 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AI는 학생들에게 인터넷 검색만큼 익숙한 학습 보조 도구가 됐고, 기술의 발전은 학습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시험장에 들어서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해 전국연합학력평가, 학교 시험에서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태블릿 PC 등 전자기기 사용이 엄격히 제한돼 AI를 전혀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스스로 축적한 지식과 이해력, 사고력만으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지식에 접근할 수 있고, AI가 몇 초 만에 글의 초안을 작성해주는 시대에 모든 기술을 차단한 지필시험이 과연 여전히 유효한 평가 방식인지 묻는 목소리가 커지는 겁니다. AI를 쓰지 못하게 하는 지금의 시험이 타당한지, 세상은 이미 바뀌었는데도 이 같은 평가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일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평소에 학생들이 배우는 방식과 평가받는 방식이 지나치게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논쟁은 뜨겁습니다. 한쪽에서는 시험장에서만큼은 AI를 배제해야 학생의 실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대학과 산업 현장 등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를 금지하는 시험은 오히려 현실의 문제 해결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반박합니다. 생성형 AI가 일상이 된 시대, 학교가 평가해야 할 역량은 무엇이고 그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 생글생글이 심도 있게 짚어봅니다.스스로 푸는 힘 vs 도구를 다루는 능력
AI 시대 시험은 무엇을 평가해야 할까
기초학력 약화에 대한 걱정도 있습니다. 계산기를 사용하기 전에 사칙연산을 익혀야 하듯, AI를 활용하기에 앞서 읽기와 쓰기, 논리적 추론, 기본 계산 능력 등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 교사가 채점하는 수행평가나 논술형 시험지가 학생 본인의 순수한 실력인지, AI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 구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숙제는 AI로 … 시험장에선 금지
반면 AI 사용을 막는 시험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 대학이나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은 단순 암기나 계산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도구를 잘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근거입니다.
AI는 이제 계산기나 검색엔진처럼 기본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전면 금지하는 시험은 현실의 문제 해결 방식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시험만 유독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법 및 평가 방식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학교 교육의 목적이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점도 강조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AI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학교만 AI를 막아선다면 학생들은 정작 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학교 밖에서 따로 익혀야 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평가는 단순히 지식을 암기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벗어나,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조합해 활용하는 능력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따라 시험에서 AI 활용을 전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정 범위 안에서 AI를 시험의 공식 도구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 AI에게 적절한 질문을 설계하는 능력인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AI가 제시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활용하는 능력인 ‘AI 리터러시’ 등을 시험의 평가 요소로 삼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는 AI를 다루는 능력 역시 학생의 실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해외의 선택, 통제와 검증 사이
해외 교육 현장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요. 날카로운 철학 논술 문제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입 자격시험 바칼로레아는 여전히 서술형 평가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시험장에서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기술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신의 머리로 사유하고 논리를 전개하는 전통적인 논술시험이야말로 AI 시대에서도 공정한 평가 방식이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 명문대들은 조금 더 입체적인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AI의 교육적 활용은 장려하되, 평가는 훨씬 까다롭게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미 주요 대학들은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수업 및 과제에서 AI 사용 범위를 세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학과와 수업에서는 과제 제출 시 AI 활용 여부와 범위를 밝히도록 요구합니다. 전 세계 표준 교육과정인 국제 바칼로레아(IB) 역시 AI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활용 사실을 밝히고, 최종 결과물에 학생 자신의 분석과 판단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향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교육은 ‘AI 없는 시험’과 ‘AI 도움을 받는 시험’ 중 양자택일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AI를 학습 파트너로 인정하되, 시험에서는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여러 방식으로 검증하는 정교한 평가 체계가 필요합니다. 핵심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기술을 바탕으로 얼마나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느냐일 겁니다. 이미 도래한 AI 시대에 학생의 진정한 역량을 어떻게 공정하고 정확하게 측정할 것인지 교육계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NIE 포인트1. 생성형 AI를 활용한 과제는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2. AI 시대에도 암기 교육이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어떤 지식과 능력을 반드시 익혀야 할까?
3. 여러분이 교사라면 ‘AI 허용 평가’와 ‘AI 금지 평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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