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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탈모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찬반 논쟁도 재점화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의 재정이 소요될지 실무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는 이재명 대통령의 2022년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실질적인 혜택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탈모 치료의 건보 적용을 지지하는 찬성론자들은 탈모는 대인기피증을 유발해 개인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질환’인 만큼 국가가 나서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 같은 중증·희귀 질환 환자를 위한 재정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노화나 유전 성격이 짙은 탈모로 보장 범위를 넓히면 정작 생사 경계에 있는 위급 환자들이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찬성] "탈모 치료는 미용 목적만이 아냐"…장기간 약 복용해야 하는 부담도 탈모 치료의 건보 적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취업 등을 앞둔 청년층에게 탈모 치료는 미용이 아닌 생존과 사회 진출을 위한 필수 치료라고 강조한다. 탈모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유발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탈모약은 장기간 또는 평생 복용해야 해 경제적 부담이 크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인 원형 탈모나 지루 피부염으로 인한 질병성 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유전·노화에 따른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해마다 병원을 찾는 탈모증 환자와 치료비 규모는 증가 추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탈모치료제 공급액은 2022년 2164억2582만원에서 2025년 2568억3331만원으로 늘어났다. 환자들의 병원 진료비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탈모증 총진료비는 2022년 366억9794만원에서 2025년 392억7527만원으로 늘었다. 이는 약국 처방이나 직접 조제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병원에서 발생한 진찰료와 검사비 등을 합친 금액이다. 지난해 환자들이 쓴 약값과 병원 진료비를 합치면 탈모 치료 비용은 연간 2900억 원을 넘는다.

정 장관은 “탈모가 청년층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건보 적용이 시급하다는 시각과 재정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중증 질환 위주로 건보를 적용해야 한다는 신중론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당한 긍정적 답변을 얻었으며, 내달 행정안전부 주관 토론회의 첫 안건으로 탈모 급여화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대] 수천억 혈세 추가 투입 불가피…비만 치료 등 급여화 요구 나올수도 탈모 치료의 건보 적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건보 재정의 부실 우려를 내세운다. 건보 재정은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생 추세가 맞물려 장기적 고갈 위기에 처해 있다. 잠재적 탈모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기간 또는 평생 복용해야 하는 탈모 약제에 건보 혜택을 제공할 경우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추가 투입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민 전체의 건보료 인상 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올해 수천억 원의 당기수지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수천억 원 적자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수입은 102조8585억원, 총지출은 102조3589억원으로 4996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5년 연속 흑자이지만 흑자 규모는 2021년 2조8000억원에서 급감했다. 올해 당기수지 적자가 현실화하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4000억원 적자) 이후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급여 형평성도 문제다. 암, 백혈병, 희귀 난치성 질환이나 중증 외상 등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비급여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와 가족이 많다. 생사의 기로에 선 중증 환자들을 외면한 채 당장 생명 유지에 지장이 없는 탈모 치료에 건보 재정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다. 탈모약에 건보 적용의 문을 열어주면 라식·라섹 같은 시력 교정술, 치아 교정, 여드름이나 비만 치료 등 삶의 질 개선이나 미용 성격이 짙은 다른 영역들의 급여화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생각하기 - 건보 재정 고려해 대상 선별, 단계적 시행해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탈모약 건보 적용 확대, 타당한가
건보 제도는 ‘생명과 직결된 치명적인 질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적 안전망이다. 당장 생사가 달린 위태로운 중증 질환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도 부족한 상황에서 탈모 치료 지원에 재정을 쏟는 것이 복지 우선순위에 부합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건보 재정 고갈에 대한 국가적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언급한 대로 저출생·고령화 영향으로 건보 재정은 올해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잠재적 탈모 환자까지 감안하면 탈모 치료의 건보 적용은 건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일단 정부가 추진 방향을 확정한 만큼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세밀하고 단계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일정 소득 기준 이하의 청년층을 선별 지원하는 식으로 적용 범위를 더 좁히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