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차별' 인종주의의 등장
18세기, 얼굴 측면 각도로 인종우열 주장
미적 기준과 얽히면서 백인 우월주의로
골상학으로 정교화된 외모 판단
프란츠 갈 "두개골 형태가 성격에 영향"
'범죄는 타고난 것' 인식으로 이어져
진보·보수 모두 우생학에 심취
진보측, 우생학으로 민족개량·평등 꿈꿔
나치, 비(非)아리아인 탄압의 근거 삼아
18세기, 얼굴 측면 각도로 인종우열 주장
미적 기준과 얽히면서 백인 우월주의로
골상학으로 정교화된 외모 판단
프란츠 갈 "두개골 형태가 성격에 영향"
'범죄는 타고난 것' 인식으로 이어져
진보·보수 모두 우생학에 심취
진보측, 우생학으로 민족개량·평등 꿈꿔
나치, 비(非)아리아인 탄압의 근거 삼아
사람의 외모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캄페르는 ‘사람 얼굴의 각도’과 관련한 대단한 ‘발견’을 해냈다. 흑인과 칼무크인(서몽골족), 그리고 유럽 인종의 두개골을 비교·관찰한 결과 두개골 각도의 이른바 ‘중요한 차이’를 찾아낸 것이다. 여러 인종의 두개골 각도를 재고, 이를 다시 유인원의 두개골과 비교한 캄페르는 윗입술부터 정수리까지 각도와 두개골의 좌우 비례를 꼼꼼히 따져 100분위 단위로 두개골 각도를 세분화했다.
그는 이어 미학의 창시자 요한 빙켈만이 모범으로 생각한 그리스적인 얼굴을 100점 만점의 이상적인 미(美)로 삼은 뒤, 각 인종이 이상형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따졌다. 그에 따르면 70도 이하였던 흑인은 인간보다 유인원이나 개에 더 가까운 존재였다. 반면 유럽인의 두개골은 각도가 97도 이상으로 평가돼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운 것으로 자리 잡았다.
캄페르 이후 인류학자들은 소위 ‘두개골 각도’를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여겨 이를 전적으로 수용했다. 빙켈만 등에 의해 미적 기준으로 만들어진 각종 기준은 우수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을 나누는 과학적 징표이자 척도로 활용됐다.
사람의 얼굴 생김새에 따라 성격이나 운명이 결정된다는 생각은 서구 사회에선 16세기부터 어느 정도 널리 퍼져 있었다. 당시엔 곱슬머리나 매부리코 등은 개인의 운명이나 질병, 파산, 성격 등을 설명한다고 봤다. 그런데 캄페르 이후 생김새가 운명과 성격을 결정한다는 사고는 그 범위가 인종 전체로 확대됐다. 인간의 특질은 외부에서 관찰되는 특성에 의해 판별되게 됐고, 인간의 내면은 외면과 불가분의 관계가 돼버렸다.
캄페르의 뒤를 이어 요한 카스퍼 라바테르가 영국인과 이탈리아인, 프랑스인의 인상학적 특성을 구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민족적 특질을 구분하는 인상 요인을 찾는 게 그의 목표였다. 하지만 그는 독일인의 특징이라 할 만한 것은 이빨과 웃음이고, 프랑스인은 코가 특이하다는 정도의 애매모호한 설명밖에 내놓지 못했다. 라바테르는 “인간의 특질은 자연환경에 의해 기본형이 결정되고, 기본형에서 여러 변종과 다양성이 나온다”고 봤다.
비슷한 시기에 라바테르의 후계자들은 유럽 각지에서 경쟁적으로 나왔다. 대표적 인물이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인 장 밥티스테 포르타였다. 포르타는 인간 얼굴과 동물의 유사성에 집착했다. 포르타는 동물과 비슷하게 생긴 인간은 그 동물의 특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양이나 황소, 사자와 닮은 사람들은 그 동물들의 성상과 본능도 내면에 같이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는 흑인이 유인원과 유사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는 인종주의자들의 주요 테마로 부상했다.
인상학은 프란츠 요제프 갈에 의해 골상학(Phrenology, 骨相學)으로 이어졌다. 갈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두개골의 형태에 따라 결정됐다. 인간의 두뇌는 영역별로 각자 역할이 있으며, 이는 오늘날 뇌과학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뇌의 특정 영역이 발달할수록 그 부위가 커지고, 이것이 다시 성격 변화로 이어진다는 생각이었다. 1796년 갈은 범죄와 같은 인간의 행동은 뇌의 특정 부위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두개골의 형태에 의해 지정된다는 이론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그에 따르면 범죄자들의 두뇌는 태생적으로 일반인과 차이가 있으며, 범죄는 타고난 것이었다. 갈에게 ‘아름다운’ 신체는 우월한 종족의 표지였다.
19세기 중반이 되면 화가이자 해부학자인 카를 구스타프 카루스가 “우수한 종족과 열등한 종족 간에 질서가 잡혀야 한다”며 “신의 은총을 받은 아름다운 민족은 아리아인”이라는 주장을 편다. 그는 매부리코를 유대인의 전형적 특징으로 지목하며 외모와 민족적 특성, 민족이 마땅히 자리해야 할 위치에 대해 평생을 ‘천착’한다. 골상학자들의 세분된 기준에 따르면 유럽인의 코는 로마인, 그리스인, 유대인의 코와 주먹코, ‘신적인 코’로 나뉜다. 그리스식 코와 로마인의 코는 지배자·정복자의 코가 되고, 유대인의 코는 조심스럽고 의심이 많은 사람의 코로 분류되는 식이다.
골상학은 후에 프랜시스 골턴 등의 우생학으로 이어지고 20세기까지 과학의 외피를 두르게 된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진보적 생물학자 파울 캄머러는 둥근 두개골을 지닌 인간이 타원형으로 긴 두개골을 지닌 인간보다 더 우수한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었다. 사회주의자이자 획득형질의 유전을 믿었던 캄머러는 가난한 집 아이들은 딱딱한 베개를 베거나 베개 없이 자지만, 부유한 집 아이들은 부드러운 베개를 사용해 두개골 모양이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사회주의가 실현돼 가난한 사람도 부드러운 베개를 살 수 있게 되면 세대가 지나면서 지능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유전학자 니콜라이 콜초프는 러시아혁명으로 귀족과 명문가가 대거 숙청되자 러시아 민족이 ‘열성화’될 것을 우려해 19세기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구성원 전원의 가계보를 작성했다.
사회주의자를 매료시켰던 골상학과 우생학은 우파 파시즘도 사로잡았다. 골상학은 나치 인종정책의 뿌리가 됐다. 나치 정권은 북부·중부·남부 게르만인의 얼굴형을 상세하게 분류했다. 1935년엔 뉘른베르크법을 제정해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때까지 최소 32만 명의 ‘비(非)아리아인’을 대상으로 강제 불임수술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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