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비대칭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역선택·도덕적해이 부르는 문제, AI가 해결할까?
국내 대형 캐피털업체의 자동차 담보대출이 2년 새 150% 넘게 증가했다. 정부의 연이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차 담보대출로 대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규제도 강화하면서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대부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6년 4월 10일자 한국경제신문-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가계대출을 제한했더니 오히려 자동차 담보대출이 급증했다는 기사입니다. 비교적 금리가 낮은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규제가 덜한 대신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이동한 풍선효과를 보여줍니다. 서민을 보호하고 가계부채를 안정시키려 도입한 규제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을 고금리의 늪과 차량 경매라는 파산 위기로 내몰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규제만 없다면 자유로운 대출이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금융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제학의 가장 기초적 원리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입니다.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수요를 줄이고, 생산자는 공급을 늘립니다. 반대로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시장 참여자에게 최적의 수요·공급량이 얼마인지 신호를 보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유도합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가격을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부른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곳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금융시장입니다. 은행은 자금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예금을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해주고 그 차이인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냅니다. 상식적으로는 대출받으려는 수요가 많으면 돈의 가격인 이자율을 높여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넘치고, 차입자가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내겠다고 제안해도 은행이 대출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신용할당’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은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상대방보다 더 많거나 우월한 정보를 가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은행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빌려준 돈을 떼이는 상황일 겁니다. 은행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나중에 이를 되갚을 능력이 있는지 완벽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를 변제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 금리를 왕창 올리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첫째는 ‘역선택’입니다. 금리가 너무 높아지면 꼬박꼬박 이자를 낼 수 있는 건전한 차입자는 대출을 포기합니다. 반면 “어차피 갚기 어려운 상황이니 이자가 높더라도 일단 빌리고 보자”는 위험한 차입자만 시장에 남게 됩니다. 결국 금리를 올릴수록 은행의 고객 명단은 부실한 사람들로 채워집니다.

둘째는 ‘도덕적해이’입니다.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일수록,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원래 계획한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성공 확률이 낮은 고수익 사업에 뛰어들 유인을 갖게 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높이고, 은행의 수익성도 해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신용할당은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시장실패의 한 단면입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는 금융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중고차 시장의 경우 물건을 파는 사람은 중고차의 성능을 인지하고 있지만, 구매자는 이를 충분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큰돈을 주고 중고차를 샀는데, 뒤늦게 차의 결함을 발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시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정보가 많은 쪽은 자격증이나 보증서 등을 활용해 자신의 우수성을 알리는 신호 발송을 시도하고, 정보가 부족한 쪽은 면접이나 평판 조사를 통해 상대를 검증하는 선별 과정을 거칩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고도화된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보완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획일적 대출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금융 소외 계층이 고금리 사금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를 병행해야 합니다.NIE 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역선택·도덕적해이 부르는 문제, AI가 해결할까?
1.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는 어떻게 구분할까.

2. 일상 속 정보 비대칭성 사례에 대해 생각해 보자.

3. 가계부채 안정 vs 서민 보호, 뭐가 더 중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