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공급충격과 통화정책
[테샛 공부합시다] 전쟁이 초래한 불확실성과 통화정책의 딜레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내 대형마트는 식용유 구매 가능 개수를 일인당 1개로 제한했습니다. 세계 최대 해바라기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식용유를 사기 위한 오픈 런이 빈번하게 나타났습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최근 주유소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전쟁의 나비효과지난 2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에 대응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자 세계는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수송로이기 때문입니다. 전쟁 초기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 달려가는 주유소 오픈 런이 나타났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팍팍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힘든 것은 가계만이 아닙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를 주로 수입합니다. 원유는 기업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대표적 생산요소 중 하나입니다. 원유와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상승합니다. 이를 ‘부정적 공급충격’이라고 합니다. 부정적 공급충격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대규모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기업의 생산비용이 상승해 총공급(AS)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이 과정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이때 기업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가합니다. 그 결과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난감한 중앙은행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이를 좌측으로 이동한 총공급곡선에 총수요(AD)곡선을 함께 놓고 살펴보겠습니다. 총수요곡선은 각 물가 수준에서 실질 GDP에 대한 총수요의 크기를 나타내는 곡선이며, 총공급곡선은 각 물가 수준에서 경제 전체가 공급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나타내는 곡선입니다. 총공급곡선은 우상향, 총수요곡선은 우하향하는 형태를 띱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총수요곡선은 좌측으로 이동합니다. 좌측으로 이동한 총수요곡선과 이미 좌측으로 이동한 총공급곡선이 만나면, 이전보다 물가는 낮출 수 있지만 산출량인 실질 GDP는 더 감소해 경기침체가 심화합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만 집중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에서는 경기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기침체가 심해질 경우 기준금리 인하나 양적완화 같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총수요곡선은 우측으로 이동합니다. 우측으로 이동한 총수요곡선과 좌측으로 이동한 총공급곡선이 만나면, 이전보다 실질 GDP는 증가할 수 있지만 물가는 더 오르게 됩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인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통화당국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전쟁은 경제까지 흔들며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