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건축학자 가우디는 직선은 사람의 영역이고 곡선은 신의 영역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그의 건축물에선 직선으로 나타나는 부분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곡선은 어떻게 구현했을까요? 이것은 지금 살펴본 직선의 합창이 만들어내는 마법과 연관이 있습니다. 신의 영역이라 불리는 곡선을 지탱하는 뼈대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장 정직한 도구인 직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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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수만 개의 빛나는 직선이 뻗어갑니다. 그런데 그 직선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형상은 놀랍게도 부드럽게 소용돌이치는 나선형 은하입니다. 이것은 착시가 아닙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차가운 실, 그 정직한 직선들이 그려내는 우아한 곡선의 미학, 바로 스트링 아트의 마법입니다.

<그림 1>의 은하 소용돌이를 확대하면 곡선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그림 2>에서 보이듯, 이 모든 형상은 곡선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은, 팽팽하게 당겨진 직선들의 집합입니다. 이 직선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미세하게 각도를 틀며 겹쳐질 때 우리 눈은 매끄러운 원형의 곡선을 인식하게 됩니다. 수학적으로는 무수히 많은 접선의 방정식들이 중첩되어 하나의 곡선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재미있는 수학] 직선의 질서가 빚는 곡선의 숨결
[재미있는 수학] 직선의 질서가 빚는 곡선의 숨결
직선의 방정식에서 가장 친숙한 형태는 y=mx+n입니다. 이 식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m 과 n이 하는 역할이 매우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m은 직선이 기울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기울기이며 n은 직선이 세로축인 y축과 만나는 지점인 y절편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x와 y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좌표평면 위에 나타나는 모든 도형은 수많은 점의 집합입니다. 이때 x는 각 점의 가로 위치를, y는 세로 위치를 나타내는 변수입니다. 도형 위의 어떤 점을 잡더라도 그 좌표 (x, y)가 일정한 규칙을 따를 때 그 관계를 식으로 나타낸 것이 바로 관계식입니다. 그 관계식이 일차식인 y=mx+n의 형태를 갖춘다면 그 점들이 모여 곧게 뻗은 직선을 이루게 됩니다. y=m(x-a)+b라는 형태는 기울기 m과 직선이 지나는 한 점 (a,b)가 주어진 경우 사용하면 유리합니다. 따라서 (1,1)을 지나는 접선을 설계하고 싶다면 기울기를 m이라 두었을 때 y=m(x-1)+1이라는 식으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수학] 직선의 질서가 빚는 곡선의 숨결
이러한 과정을 포물선 위의 모든 점으로 확장하여 수많은 접선을 한 화면에 겹쳐 그리면 그림 3과 같은 결과가 나타납니다. 각각의 직선은 곡선과 한 점에서 만나는 개별적인 데이터들의 집합일 뿐이지만 이들이 일정한 규칙에 따라 촘촘하게 배치될수록 곡선의 외곽 경계가 선명하게 형성됩니다. 결과적으로 곡선은 무수히 많은 접선이 만드는 경계면의 집합체입니다. 우리는 직선이라는 일차적인 정보들의 모임을 통해 포물선이라는 이차적인 기하학적 구조를 명확히 인식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수학] 직선의 질서가 빚는 곡선의 숨결
[재미있는 수학] 직선의 질서가 빚는 곡선의 숨결
이 공식 하나만 있으면 우리는 스트링 아트에 필요한 수만 개의 실 배치를 순식간에 결정할 수 있습니다. 미분이라는 수학적 진보가 단순한 수치 계산을 넘어 예술적 영감을 현실로 구현하는 가장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된 셈입니다.

접선은 곡선 위의 한 점에서 곡선과 만나는 직선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선들의 집합은 곡선의 궤적을 유추할 수 있게 하며 그 집합을 유기적인 곡선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선분들의 모임이 마치 곡선의 배경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정경호 한국삼육고 교사
이것은 직선이라는 단순한 정보들이 모여 곡선이라는 복합적인 형상을 정의하는 수학적 과정입니다 우리가 미분을 통해 각 점에서의 기울기를 구하고 이를 직선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결국 보이지 않는 곡선의 윤곽을 실을 엮듯 하나씩 찾아가는 작업과 같습니다 이처럼 직선의 중첩이 만드는 배경 위에서 곡선은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수학적 아름다움을 완성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