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늘어나는 소년범죄…형사처벌 연령 낮춰야 할까
우리 사회에서 소년범죄는 더 이상 ‘유년기에 한 번쯤 범하는 실수’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범죄 수법을 공유하거나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며 공권력을 조롱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형법상 만 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 분류돼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에 그친다. 10~14세 미성년자 중 범법 행위자를 ‘촉법소년(觸法少年)’이라고 부른다.

소년범죄가 갈수록 흉포해지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또는 그 밑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변화한 시대상에 맞춰 책임의 무게’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찬성] 소년범죄 연령, 시대 변화에 맞춰야…죄는 '나이 아닌 행위'가 관건 소년범죄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다. 1953년 형법에서 형사 미성년자 기준을 만 14세로 정했을 당시와 2026년 현재의 14세는 신체·정신적 발달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난다. 초등학생조차 스마트폰으로 성인 수준의 정보를 접하는 시대에 과거 기준을 고수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최근에는 성폭력, 금품 갈취, 심지어 살인미수에 이르는 중범죄를 저지르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촉법소년 사건은 2015년 7045건에서 2024년 2만147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령 기준을 낮추는 것은 변화된 사회구조와 청소년의 인지능력 등을 반영하는 합리적 조치다.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풍조도 근절해야 한다.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어차피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법 경시 풍조가 만연해졌다. 이는 법이 범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당하게 촉법소년임을 내세우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 연령 하향을 통해 “소년도 잘못을 저지르면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국가의 보호는 가해자가 아닌, 선량한 시민과 피해자에게 닿는다는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이는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필수 과정이다.

피해자의 인권과 법적 정의도 구현해야 한다. 범죄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피해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음에도 가해자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분만 받고 풀려나 다시 거리를 활보하는 현실은 사법 정의에 어긋난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이나 집단 괴롭힘의 경우 가해자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최소한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정의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법질서를 확립하고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반대] 환경 개선과 교육·교화가 우선…'처벌 중심'은 굴레만 씌우는 것 형사처벌 강화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소년범죄의 이면에는 가정 해체, 경제적 빈곤, 사회적 소외 등 복합적 문제가 얽혀 있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를 교도소로 보내는 것은 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소년 교도소 수감자 중 상당수가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정서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사실은 처벌보다 돌봄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어린 나이에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건전한 시민으로 복귀할 기회를 봉쇄당한다. 오히려 교도소가 더 흉악한 범죄 수법을 배우는 ‘범죄의 학습장’이 될 위험이 크다.

교육과 교화라는 소년법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소년법의 핵심은 처벌보다 ‘재사회화’에 있다. 청소년은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있으며 성인보다 충동 조절 능력이 부족하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는 역설적으로 적절한 교육과 심리치료, 안정적 환경이 제공된다면 충분히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히 형사처벌 연령을 낮춰 교정 시설로 보내는 행정편의주의보다 보호처분을 내실화하고 소년범 전담 교육 시스템과 정신건강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재범률을 낮추는 대안이다.

국제적 인권 기준과 보편적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기구는 아동의 발달 단계와 인권을 고려해 형사처벌 연령을 높이거나, 구금보다 사회적 지원을 우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소년범죄에 대해 엄벌주의보다는 회복적 지원을 지향하는 추세다. 단순히 대중의 법 감정에 휩쓸려 연령을 낮추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며,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다. 범죄의 잔혹성에 집중하기보다 왜 우리 사회 아이들이 범죄의 길로 들어섰는지에 대한 구조적 진단과 국가적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처벌 위주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긴 안목으로 소년법의 입법 취지를 지켜내야 한다. √ 생각하기 - '피해자 치유' '재발 방지' 목표 잊지 말아야 소년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이슈는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어떤 존재로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잘못을 알 만한 나이니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엄벌주의 목소리와 “아직 미성숙하니 사회가 품고 가르쳐야 한다”는 포용의 목소리 모두 그 나름의 타당성을 지닌다. 확실한 점은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 소년범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연령을 하향한다면 그에 따른 소년 전담 재판부와 교정 시설의 확충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현행 체제를 유지한다면 보호처분의 실효성을 높여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세밀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늘어나는 소년범죄…형사처벌 연령 낮춰야 할까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이 범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까. 아니면 교육과 교화의 힘을 믿고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할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 중심에는 ‘피해자 치유’와 ‘재발 방지’라는 우리 사회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안정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