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의 생명력
영화 ‘마션(The Martian)’의 주인공은 화성의 황폐한 토양에 감자를 심어 살아남는다. 실제로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에 정착할 때 함께할 가능성이 가장 큰 식물은 무엇일까? 최근 과학계는 그 주인공으로 화려한 꽃이나 풍성한 열매를 맺는 식물 대신 발밑에 낮게 깔린 ‘이끼’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연구팀은 이런 이끼의 생명력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통할지 확인한 연구를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2022년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한 우주 생물학 실험의 일환으로 실험에 흔히 사용되는 이끼 ‘피스코미트리움 파텐스(Physcomitrium patens)’의 포자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다. 포자는 꽃을 피우지 않는 이끼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만드는 아주 작은 씨앗 같은 세포로, 껍질이 단단하고 생명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상태라 환경 변화에 매우 강하다.
이끼의 포자는 ISS 바깥쪽에 설치된 실험 장치에서 약 9개월 동안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됐다. 우주는 산소가 없는 진공 상태인 데다 생명체에 치명적인 자외선과 방사선이 쏟아지고, 온도도 영하와 영상을 오간다. 실제로 앞선 연구들에서 해바라기나 토마토 같은 일반 식물의 씨앗들은 우주방사선을 이기지 못하고 싹을 틔우는 능력을 잃거나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끼가 우주의 가혹한 환경을 멀쩡하게 견딜 수 있었던 비결은 포자를 감싸고 있는 ‘포자낭’ 덕분이었다. 포자낭은 포자를 보호하는 작은 주머니인데, 이 조직이 강력한 우주 자외선을 차단하는 천연 선크림 역할을 했다. 또한 포자 자체가 건조한 상태를 견디는 능력이 탁월해 수분이 없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세포가 파괴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이끼의 강인한 회복력을 바탕으로 생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이끼 포자가 우주 환경에서 무려 4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이끼가 단순히 잠시 버티는 수준을 넘어 먼 미래의 우주 개척지에 생명력을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임을 증명하는 결과다.
인류가 화성 같은 외계 행성에 기지를 세우려면 스스로 산소를 만들고 식량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화성의 흙은 식물이 자라기엔 너무 메마르고 영양분도 없다. 그래서 이끼는 훌륭한 ‘개척자’가 될 수 있다. 이끼가 척박한 땅에 먼저 자리를 잡아 산소를 내뿜고, 죽어서 썩으면 그 자리에 영양분이 풍부한 흙이 생겨 다른 채소나 곡물을 심을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약 4억 년 전 지구의 거친 땅을 초록빛으로 물들였던 이끼가 이제는 외계 행성을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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