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의 요약과 표현 ⑨
‘서울대 합격자 수’라는 숫자로 고등학교의 서열을 매기면 위태로운 통계적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는 ‘도수’가 아닌 ‘비율’로 비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서울대 합격자 수’라는 숫자로 고등학교의 서열을 매기면 위태로운 통계적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집단을 비교할 때는 ‘도수’가 아닌 ‘비율’로 비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랍니다.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서울대 합격자 수가 학교의 질이라는 암묵적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지역, 학생 수, 선발 구조, 교육 여건의 차이를 무시하고 단순 서열화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학생, 교사, 학교 공동체를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로만 바라보는 위험이 있습니다. 교육적으로도 학교 교육의 목적을 소수 상위권 배출로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하위권 학생의 성장, 다양한 진로 성취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잘 가르치는 학교’보다 ‘잘 뽑는 학교’가 유리해지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잠시 접어두고, 여기서는 고등학교의 순위를 서울대 합격자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를 가정해 이 문제를 통계의 언어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SNS에 다음과 같은 자료가 공개되었습니다.
“A고: 서울대 합격 10명, B고: 서울대 합격 8명”
이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B고보다 A고를 더 좋은 학교로 인식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요? A고와 B고의 졸업생 수를 찾아보니 A고는 400명, B고는 160명입니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을 비교하려면 기준이 똑같아야 하는데, 여기서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도수(frequency)로 비교하면 안 됩니다. 비교하려면 기준을 맞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두 학교의 졸업생 수를 똑같이 1로 하면 됩니다. 이를 ‘상대도수(relative frequency)’ 또는 ‘비율’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극적인 사례를 살펴봅시다. 2020년 초, 대한민국이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다는 보도가 쏟아졌을 때를 기억하나요? 확진자 수가 대한민국은 1766명, 일본은 164명, 미국은 14명이라는 수치에 당시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방역 시스템에 대한 날 선 비판과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비교의 함정’이 숨어 있었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서로 규모와 상황이 다른 집단을 단순히 ‘도수’로만 비교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전체 검사 건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대응했습니다.
한국의 확진자 수가 많아 보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압도적인 검사량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검사 건수는 6만4886건이었지만, 일본은 고작 1890건, 미국은 445건에 불과했습니다. 진정한 비교를 위해 ‘수’가 아닌 ‘비율’을 따져보자 결과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검사 대비 양성 확진율을 비교해보니 한국은 2.7%로 일본 8.7%, 미국 3.1%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많이 검사해서 확진자를 빨리 찾아낸 것이지, 실제 감염 위험도는 다른 나라보다 낮았던 셈입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닌 ‘비율의 맥락’으로 사실을 증명하자, 외신들은 한국의 우수한 진단 능력과 책임감 있는 시스템을 극찬하며 앞다퉈 벤치마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사회현상을 정확히 바라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숫자의 크기를 넘어, 그 숫자가 만들어진 통계적 배경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우리는 단순히 ‘서울대 합격자 수’라는 숫자로 고등학교의 서열을 매기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 통계적 함정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전체 학생 수라는 ‘분모’를 무시한 채 ‘분자’에만 매몰되는 순간, 통계는 진실을 가리는 안대가 되고 맙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역설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듯, 맥락을 거세한 수치는 본질을 왜곡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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