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배임죄란 남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임무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고, 그 결과로 임무를 맡긴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한 회사 임원이 회사 최대주주의 친인척 회사에 특정 물건을 싸게 팔도록 지시했어요. 그 친인척 회사가 이익을 보고 회사와 주주는 손해를 보죠. 그 임원은 최대주주를 간접적으로 챙겨준 명목으로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고요. 이런 경우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어요.
꼭 경영인만 배임행위를 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 상장사 직원이 회사의 내부 정보를 알고, 미리 주식을 사거나 팔아요. 여기서 얻는 이익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배임죄가 적용될 소지가 생깁니다.
배임죄는 얼핏 들어도 ‘나쁜 경영인’을 처벌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처음 생겨난 이유도 그런 목적이었습니다. 주식회사가 처음 생기면서 경영과 소유가 분리됐죠. 주주는 직접 경영을 하지 않고 대리인을 세웠어요. 전문경영인이 등장하죠. 그런데 이 대리인이 자신의 이익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경영상 판단을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런 일을 막기 위해 배임죄가 도입됐죠. 특히 대규모로 다른 사람의 자산을 다루는 금융업에서 대리인 문제가 자주 발생하면서 배임과 횡령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어요.
배임죄를 적용하는 건 매우 까다롭습니다. 우선 타인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는 사람이 임무를 위배해야 해요. 그 임무는 내부 규정이나 정관, 이사회 결의 등에 의해 정해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했더라도, 이것이 그 사람의 의무였는지를 따지는 것부터 일입니다. 또 이익을 취득해야 하는데 애매한 부분이 생겨요. 예를 들어 한 경영인이 무리한 투자를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무리한 투자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그 과정에서 제3자에게 이득이 됐어요.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처벌하게 할까요. 배임행위가 손해를 끼칠 것을 알고도 해야 한다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해요. 배임죄로 처벌하기 무척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죠.
배임죄를 쉽게 적용하도록 하면 자본주의에선 큰 문제가 생겨요. 그 어떤 대리인도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지만, 위험 부담이 따르는 사업을 벌이지 않아요. 소위 ‘기업가정신’이 죽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겁니다. 특히 배임죄를 형사처벌로 다룰 경우, 기업가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단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야 하게 되죠.
그 때문에 배임죄는 국가별로 처벌 규정과 방식이 달라요. 한국과 일본·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배임죄를 형법상 죄로 처벌해요. 업무상 배임은 가중 처벌하죠. 대부분 국가에선 배임죄를 형법상 처벌하지 않아요.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민법으로 다루는 게 일반적이지요.
미국도 배임죄 자체가 없어요. 그 대신 사기죄를 중심으로 경영인의 불법행위를 처벌하죠. 경영상 필요하다고 판단해 벌인 사업이 손해를 입더라도 이에 대한 형법상 책임을 전문경영인에게 묻지 않는 게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화입니다. 기업가정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죠. 한국도 배임죄를 형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습니다.
배임죄는 종종 횡령죄와 헷갈릴 수 있어요. 대리인이 배임행위를 해서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취했다면 횡령죄도 더해질 수 있습니다. 배임행위의 결과로 횡령이 발생하는 거지요. 실제로 배임이나 횡령으로 누군가를 처벌할 때는 ‘피해액’을 산정하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배임의 행위로 인해 임무를 맡긴 자가 입은 손해의 정도를 명확히 따져야 하죠. 배임액 또는 횡령액이 5억원을 넘을 경우 가중처벌이 되기 때문입니다.NIE 포인트

2. 배임죄를 엄격하게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3. 배임죄와 횡령죄의 차이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