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현재 재화 소유 선호하는 인간
돈 빌려준 뒤 이자로 시간 선호 보상 받아
수요·공급따라 결정되는 대출 이자율
인위적 개입 땐 '자원배분 비효율' 발생
정부가 대출금리 인하 압박하면
은행은 서민대출부터 줄일 가능성
은행은 돈을 너무 잘 벌어도 고민이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10조3254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은행의 이익은 대부분 돈을 빌린 사람들이 부담한 이자다. 그게 잘못은 아니지만 대출 상환에 허덕이는 이들의 눈에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은행을 향해 “이자 놀이에 매달리지 말라”고 말했다. 이자가 무엇이길래 은행은 돈을 벌고도 마음껏 웃지 못하는 것일까.시간 선호와 이자의 역할
돈 빌려준 뒤 이자로 시간 선호 보상 받아
수요·공급따라 결정되는 대출 이자율
인위적 개입 땐 '자원배분 비효율' 발생
정부가 대출금리 인하 압박하면
은행은 서민대출부터 줄일 가능성
![[경제야 놀자] '이자장사'막으려는 관치, 서민 대출 문턱 높인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509/AA.41776309.1.jpg)
이자의 본질은 그것이 시간 선호의 결과라는 것이다. 사람은 같은 재화라면 나중에 갖기보다 지금 소유하기를 원한다. 똑같은 아파트 한 채를 지금 소유하는 것과 10년 후에 갖는 것 중 10년 후에 갖는 쪽을 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래 재화보다 현재 재화를 좋아하는 것이 시간 선호다.
만약 A에겐 배불리 먹고도 남을 만큼의 쌀이 있고 B에겐 당장 먹을 쌀이 부족하다고 해보자. A가 B에게 남는 쌀을 빌려주고 1년 뒤 갚게 하면 이런 불균형은 해소된다. 다만 한 가마니를 빌리고 1년 후 똑같이 한 가마니를 갚게 한다면 시간 선호에 의해 A가 손해다. 이때 현재 재화와 미래 재화의 가치 차이를 메워주는 것이 이자다. 1년 뒤 쌀 한 가마니에 쌀 한 말을 더해서 갚게 한다면 지금 쌀을 빌려줄 유인이 생긴다. 이자는 가진 자의 탐욕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인간 사회의 자연발생적 산물이다.금리가 결정되는 원리이제 쌀을 돈으로 바꿔 생각해 보자. 이 세상 누군가는 충분히 쓰고도 남을 만큼의 돈이 있다. 혹은 현재 쓸 돈을 아껴 미래에 쓰기 위해 저축한다. 다른 누군가는 당장의 소비나 투자를 위해 미래의 돈을 앞당겨 쓰려고 한다. 이들이 만나는 시장을 경제학에서는 대부자금시장이라고 한다. 이 시장의 가격이 금리다. 다른 시장 가격과 마찬가지로 금리는 대부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돈을 빌리려는 수요와 빌려주려는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을 대부자금설이라고 한다.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중시하는 고전학파의 금리 결정 이론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조금 다른 이론을 제시했다. 케인스는 화폐의 수요와 공급이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예를 들어 물가가 오르면 더 많은 돈을 갖고 다녀야 물건값을 치를 수 있으니 화폐 수요가 증가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은행에 저축했을 때 받는 이자가 늘어나 현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증가하므로 화폐 수요는 감소한다.
케인스는 화폐 수요는 물가와 금리, 소득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화폐 공급은 중앙은행 정책에 의해 일정하다고 봤다. 이렇게 화폐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리가 결정된다고 보는 이론을 유동성 선호설이라고 한다.대출금리 인하의 부작용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기업들은 금리보다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을 때 돈을 빌려 투자한다. 즉, 금리는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더 많은 돈이 흘러가도록 해 국가 전체적으로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게 한다. 금리를 억지로 내린다면 돈이 안 되는 일에 더 많은 돈이 흘러가게 된다.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낮추면 높은 금리에라도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이 금융시장에서 배제된다. 예대금리차를 축소하라고 하는 데도 함정이 있다. 저신용층 대출이 많은 은행일수록 예대금리차가 큰 경향이 있다. 일률적으로 예대금리차를 줄이라고 하면 은행은 금리가 높은 저신용층 대출부터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은행의 팔을 비틀어 얻고자 하는 것과 정반대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NIE 포인트

2. 대부자금설에 따르면 금리는 어떻게 결정될까.
3. 금리를 억지로 내리면 생겨나는 부작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