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邪不犯正 (사불범정)
▶한자풀이
邪: 간사할 사
不: 아니 불
犯: 범할 범
正: 바를 정


사악한 것은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한다
정의를 이길 수 있는 부정은 없다는 뜻
- <수당가화(隋唐嘉話)>사불범정

당나라 때 유속(劉束)이 쓴 필기 소설집 <수당가화(隋唐嘉話)>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당 태종(太宗) 때 서역에서 온 승려가 주술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고 하였다. 태종이 날쌘 기병 중에 용맹한 자에게 승려의 말을 시험해보도록 하였다. 한데, 승려의 말처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것이었다. 임금이 태상경(太常卿) 부혁(傅奕)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부혁이 말했다.

“이는 요사스러운 술법입니다. 제가 듣기로 사악함은 바름을 범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저에게 주술을 걸어보도록 하십시오. 절대 통하지 않을 겁니다(臣聞邪不犯正 若使呪臣 必不得行).”

임금이 승려를 불러 부혁에게 주술을 걸어보게 하였다. 부혁은 주술을 다 받았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러더니 얼마 있다 승려가 갑자기 마치 공격을 받은 것처럼 고꾸라져서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이 고사에서 전해오는 사불범정(邪不犯正)은 사악한 것은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옳지 못한 방법으로는 옳은 방법을 이길 수 없음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도 의미가 비슷하다. 사불벌정(邪不伐正), 사불승정(邪不勝正)으로도 쓴다.

<주역>에도 이런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역심을 품은 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참으로 길(吉)했다. 즉시 평소 신뢰하던 참모를 불러 속내를 드러내며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속내를 꿰뚫은 참모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길해도 마음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마음에 품은 생각이 검으니 길몽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정즉길(正則吉), 바른 것이 곧 길한 것이라는 얘기다.

생각이 바르면 행동이 바르고 길도 바르다. 만사는 내게서 비롯된다. 바른 마음을 품고 바른 길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