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亢龍有悔 (항룡유회)
▶한자풀이
亢: 오를 항
龍: 용 룡
有: 있을 유
悔: 뉘우칠 회


하늘의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
극도에 달한 사람은 행동을 삼가해야 함을 비유
-<주역>항룡유회

양효로만 이뤄진 <주역>의 건괘는 용이 승천하는 기세로 왕성한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 천(天)이 하늘의 형체를 그린 글자라면 생명력을 상징하는 건(乾)은 하늘의 성격과 본질적 기능을 의미한다. <주역>은 이 운세를 단계별로 용에 비유한다.

잠룡(潛龍)은 연못 깊숙이 잠복해 있는 용으로,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으므로 덕을 쌓으며 시기를 기다려야 한다. 현룡(現龍)은 땅 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어 덕을 만천하에 펴서 군주의 신임을 받는 용이다. 비룡(飛龍)은 하늘을 힘차게 나는 용으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항룡(亢龍)이다. 항룡은 하늘 끝까지 다다른 용으로, 곧 ‘승천한 용’인 셈이다. 그 기상이야 한없이 뻗치지만 하늘에 닿았으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용이다.

공자는 “항룡은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높아 교만하기 때문에 자칫 민심을 잃기 쉽고,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따라서 항룡의 지위에 오르면 후회하기 십상이므로, 이것이 바로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것이다. 만족을 모르면 일을 망친다는 말이다. 진(秦)나라 때 정치가 이사(李斯)는 시황제를 섬겨 재상이 되었다. 축하연을 베푼 자리에서 조정의 문무백관이 모두 자신에게 축사를 올리는 것을 본 이사가 탄식했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나는 일찍이 스승 순자(荀子)로부터 매사에 성(盛)함을 금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영속을 기할 수 없는 법이니 앞으로 내게 닥쳐올 일이 두렵다”라고 했다. 그가 염려한 대로 그의 일족은 조고(趙高)의 참소로 몰살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주역>의 교훈을 일깨워주는 일화다. 항룡유회(亢龍有悔)는 ‘용의 유감’이라는 뜻으로, 하늘에 오른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