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하락과 보조금 경제학
보조금은 생산·소비 증가 위해
경제 주체에 주는 금전적 혜택
시장 실패 바로잡는 데 '한몫'
쌀의 경우 직불금·비축미 매입 등
정부 지원으로 생산 계속 늘지만
소비 줄며 가격 뚝…또 세금 투입
결국 경제적 후생 수준 떨어뜨려
보조금은 생산·소비 증가 위해
경제 주체에 주는 금전적 혜택
시장 실패 바로잡는 데 '한몫'
쌀의 경우 직불금·비축미 매입 등
정부 지원으로 생산 계속 늘지만
소비 줄며 가격 뚝…또 세금 투입
결국 경제적 후생 수준 떨어뜨려
![[경제야 놀자] 쌀 소비 줄어도 생산 늘어…시장 왜곡하는 보조금](https://img.hankyung.com/photo/202505/AA.40358362.1.jpg)
보조금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시장 균형 거래량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적을 경우 보조금을 지급해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서비스는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학교 운영에 큰 비용이 들어 시장에만 맡겨두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정부가 학교법인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교육 서비스의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
특정 산업 발전을 촉진하거나 국제 경쟁에서 보호하는 것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다. 한국의 고속 경제 성장도 산업과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속에 이뤄졌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보조금을 산업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 경제적 후생 줄이는 보조금보조금은 경제 효율성과 사회 전체의 경제적 후생 수준을 떨어뜨릴 위험성도 있다. 보조금을 지급할 때 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자. <그림>에서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공급 곡선 S1이 S2로 이동한다. 거래량은 Q1에서 Q2로 늘고, 소비자가격은 P1에서 P2로 낮아진다. 생산자가 얻는 수입은 소비자가격에 보조금을 더한 P3로 올라간다.
덕분에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가 모두 증가한다. 그림의 1번 영역이 소비자잉여 증가분, 2번 영역이 생산자잉여 증가분이다. 그러나 비용이 따른다. 보조금은 납세자의 세금이다. 사각형 P2P3BC만큼이 보조금(세금) 지출액이다. 그것을 감안하면 사회 전체 경제적 후생은 삼각형 ABC만큼 감소한다.
이런 원리를 쌀 시장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정부는 쌀 시장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모내기 땐 종자 비용, 기르는 동안엔 비룟값을 지원하고, 추수하고 나면 공공비축미를 매입한다. 경지 ㏊당 100만~205만원의 공익형 직불금과 면세유 혜택도 있다.
이런 지원은 쌀 생산을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연간 40만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도 해야 한다. 반면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5.8㎏으로 40년 연속 감소했다. 하루 밥 한 공기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는 감소하고 생산은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가 만성화했다.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이 발생하니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한다. 쌀 생산에 세금을 지원하고, 남는 쌀을 세금으로 되사는 악순환이다. 정치 논리 휘둘리고 ‘눈먼 돈’ 될 위험보조금의 문제는 또 있다. 경쟁력을 잃은 사업자를 시장에 계속 남아있게 해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자원을 낭비한다는 점이다. 쌀 시장에 대한 보조가 줄면 채산성이 낮은 쌀 생산자는 벼농사를 그만둘 것이다. 농사를 더 잘 짓는 생산자만 남아 밥맛이 더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보조금은 그런 변화를 막는다. 쌀 시장에서 아낀 세금을 다른 산업에 투입해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보조금은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정부 예산을 받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로비와 복마전이 벌어진다. 국무조정실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표본조사에서 정부 지원금을 불법으로 운용한 사례가 2267건이나 적발됐다.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자칫 귀중한 세금을 ‘눈먼 돈’으로 낭비할 위험이 큰 것이 보조금이다. NIE 포인트

2. 보조금을 지급할 때 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은 어떻게 바뀔까?
3. 보조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한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