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지난해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워런 버핏 회장의 모습. /한경DB
지난해 5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한 워런 버핏 회장의 모습. /한경DB
미국에서는 매년 5월 초가 되면 중서부 네브래스카주의 도시 오마하로 향하는 항공료와 현지 호텔 숙박료가 2~3배로 뛴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사람이 수만 명씩 몰려들기 때문이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은 유명 록 음악 축제에 빗대 이른바 ‘자본주의의 우드스톡’이라는 별명을 지니 있다. 이 회사가 투자한 기업들의 물건을 구경하며 쇼핑을 즐길 수 있고, 다른 주주들과 함께 마라톤 대회에서 뛸 수도 있다.“버핏 생각이 궁금해” … 버크셔 주총 문전성시주주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서는 ‘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94) 회장의 경제 진단과 투자 조언이다. 경제 공부를 위해 아빠 손을 잡고 참석한 초등학생부터 월 스트리트의 펀드매니저까지 버핏의 발언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 세운다. 1930년생인 그는 투자로 부를 이뤄 세계 10위권 부호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경제 현안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을 갖춰 ‘투자의 스승(guru)’으로 통한다. 버핏의 고향이 오마하여서 회사 본사도 이곳에 자리잡았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철도, 소비재 브랜드 등 다양한 분야의 자회사를 거느린 복합 기업이다. 특히 투자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시가총액이 지난해 8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를 빼고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한 최초의 미국 상장사라는 기록을 썼다. 버핏의 투자 스타일은 ‘가치 투자’와 ‘장기 투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사업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기업의 주식만 담는데,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 주식을 많이 보유한 정도를 제외하면 투자 기업 대다수가 ‘구(舊)경제’를 대표하는 업종이다. 버핏의 명언으로 자주 회자되는 “투자 원칙 첫 번째는 돈을 잃지 않는 것, 두 번째는 첫 번째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은 그의 보수적 성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10년 갖고 갈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보유하지 말라”는 말도 남겼다. 단순히 ‘싼 것 같다’ ‘오를 것 같다’고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기업의 본질적 경쟁 우위와 경영진의 역량까지 고려해 장기간 투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예컨대 코카콜라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1988년에 음 매수한 이후 40년 가까이 보유 중인 종목이다.

“썰물이 되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는 어록도 유명하다. 호황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투자 자산의 실체가 불황기에는 반드시 드러난다는 것이다.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언젠가 찾아올 위험에 흔들리지 않고 내 재산을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이해할 수 있는 주식에만 투자한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올해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을 댕긴 ‘관세전쟁’으로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버핏의 주총 발언이 더욱 관심을 끈다. 곧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그는 2021년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 후계자로 그레그 아벨 부회장을 지명해뒀다. 외신들은 버핏의 장수 비결을 충분한 수면 시간과 두뇌 활동, 긍정적 사고와 인간관계 등에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