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론과 상호작용의 경제학
용의자 모두가 혐의 부인땐
가벼운 처벌로 끝나지만
한명이 먼저 배신하면
나만 독박 쓴다는 생각에
모두 자백하고 중벌 받아
기업간 담합 깨지는 이유는
배신이 '우월전략'이기 때문
용의자 모두가 혐의 부인땐
가벼운 처벌로 끝나지만
한명이 먼저 배신하면
나만 독박 쓴다는 생각에
모두 자백하고 중벌 받아
기업간 담합 깨지는 이유는
배신이 '우월전략'이기 때문
![[경제야 놀자] '용의자의 딜레마'…믿었던 측근이 배신하는 이유](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A.40200474.1.jpg)
당신이 자백하고 공범이 부인한다면 당신은 무죄로 석방해 주고 공범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하겠다. 둘 다 자백하면 각각 징역 5년을 살게 하겠다. 둘 다 끝까지 부인하면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하겠다.
두 사람이 받을 징역형의 총량을 따져보면 둘 다 끝까지 부인해 1년씩 구형받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내가 부인했는데, 상대방이 자백한다면 상대방은 석방되고 나만 10년 형을 받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그러느니 자백하는 것이 낫다. 자백하면 10년 형을 받을 일은 없고, 운이 좋으면 석방될 수도 있다. 결국 두 용의자 모두 자백한다. 두 사람 다 징역 1년씩만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놔둔 채 둘 다 5년 형을 받고 만다.
한때 동지적 관계였던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 뒤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서로를 배신하는 것도 용의자의 딜레마 때문이다. 공범 중 한 사람이 자기가 받을 처벌을 감수하고 혐의를 자백하면 다른 공범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카르텔이 깨지는 이유과점 기업의 카르텔이 용의자의 딜레마와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한 도시에 빵집이 A와 B 둘뿐이고, 빵 수요가 1만 개, 균형 가격이 3000원이라고 하자. 어느 날 A와 B가 빵을 각각 5000개 만들어 개당 4000원에 팔기로 담합했다. 다음날 A 사장은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빵을 3000원에 팔면 B의 몫까지 다 차지해 매출이 확 늘지 않을까. B 사장도 같은 생각을 한다. 결국 A와 B의 카르텔은 깨진다. 이때 A와 B가 얻는 매출은 카르텔이 유지됐을 때에 비해 줄어든다.
범죄 용의자든 카르텔 기업이든 배신이 협조보다 유리한 전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의리를 지켰는데 상대방이 배신하면 내가 ‘독박’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적당히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먼저 배신하는 것이 낫다. 이처럼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든 나에게 유리한 전략을 ‘우월전략’이라고 한다.
단, 용의자의 딜레마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두 용의자가 서로 소통할 수 없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두 사람은 끝까지 자백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기업들의 담합이 종종 깨지지만, 장기간 유지되기도 하는 것은 기업 활동이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다. 카르텔을 지키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업은 장기적으로는 배신보다 협조를 택할 수 있다. 북핵 대응에 주는 시사점국가 간 군비경쟁도 용의자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군축 의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선 우리의 군비를 늘리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다. 게임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은 미국과 옛 소련이 서로 보복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춘 것이 오히려 핵전쟁을 막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논리라면 북핵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한국의 우월전략이 된다.
공유지의 비극 역시 용의자의 딜레마가 낳은 결과다. 내가 공유 자원을 아껴 쓴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아껴 쓰리라는 보장은 없다. 남들이 다 쓰도록 내버려 두느니 나도 마음껏 쓰는 것이 낫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면 공유 자원은 바닥이 난다. NIE 포인트

2. 용의자의 딜레마가 잘 나타난 사례를 찾아보자.
3. 국가 간 군비경쟁을 게임이론 차원에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