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교과서와 책을 잇는 주제읽기 ⑤ 인간 본성에 관하여
교과서와 책을 잇는 주제읽기 ⑤ 인간 본성에 관하여

한편 서양에서는 존재론과 인식론이 주되게 다루어지며 근대에 들어서도 본성보다 사회계약과 자유, 이성에 관한 논의가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본성에 대한 논의가 적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홉스는 인간의 이기성을 강조했습니다. 본성에 관한 고대철학에서의 사상으로부터 여러 철학적 계보를 거치며 데카르트, 흄, 칸트 같은 철학자들이 인간을 분석하는 철학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인간 본성에 관한 고민은 철학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 본성론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아래의 사례들을 살펴봅시다.
[지문1] 공자는 인(仁)의 사상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대로 남을 대하는 원리를 강조했다. 그는 엄격한 법치가 백성들에게 처벌만 피하면 된다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조장할 뿐, 진정한 부끄러움과 도덕성을 키우지 못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군주는 덕(德)으로 백성을 다스려야 하며, 이를 통해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맹자는 공자의 사상을 계승하며,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도덕적 능력을 타고난다고 보았다. 그는 특히 측은지심(惻隱之心,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강조하며, 이를 인간 본성의 증거로 들었다. 이런 마음이 이는 것은 아이를 돕는 것을 빌미 삼아 그 부모와 교분을 맺으려고 해서도 아니고, 지역사회의 친구들에게서 칭찬을 바라서도 아니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서도 아니다. 이러한 본성은 하늘이 준 벼슬이다. 사람이 바른 도리를 다하고 죽는 것은 바로 천명(天命, 하늘의 명령)인 것이다. 하늘은 모두를 긍휼히 여기며 이러한 하늘의 법도가 인간에게 내재된 것이므로, 이 본성을 활용하면 천하를 조화롭게 안정시킬 수 있다. 사람들이 선한 마음을 놓쳐버리는 것은 이미 타고난 선한 본성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서다.
[지문2] 순자(荀子)의 독특한 인성론을 살펴보자. 그에 따르면 하늘의 운행에 일정한 법도가 있어서 하늘에는 그의 철에 따른 변화가 있고 땅에는 여러 가지 생산물이 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사람의 다스림이 있다. 그래서 성인은 하늘에 대해 알려고 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늘을 위대하고 여기고 고맙게 생각하는 것보다 물건을 저축하면서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은 것처럼, 사람으로서의 입장에서 만물의 실정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선왕의 도가 인(仁)의 융성으로 이룩된 것으로, 하늘의 도나 땅의 도가 아니라 사람의 근본이 되는 도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람의 본성(本性)을 잘 이해해야 한다. 본성이란 자연스러운 경향이라 배울 수도 없고 조정할 수도 없다. 그러한 것을 따져보면 하늘에 의해 주어진 사람의 본성은 스스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채우려는 욕망이 핵심이다. 그런데 욕망하더라도 사물이 궁하기 때문에 나누어줌이 없으면 다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본성을 그대로 두면 필연적으로 싸우고 빼앗는 폭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순자가 볼 때 혼란은 악한 것이다. 그것은 사회의 구성과 존립을 위협한다. 옛 선왕은 그 어지러움을 미워하여 예를 제정했다. 그로써 사람의 욕망을 기르고 사람의 추구를 채워서 욕망은 반드시 사물에 궁하지 않게 했고 사물은 욕망에 부족하지 않게 했다. 이처럼 타고나는 본성은 어찌할 수 없지만 억제시킬 수는 있다. 순자에게는 사회의 풍요와 안정이 곧 선이다. 욕망은 비록 다 채울 수도 없고 제거할 수도 없으나, 예를 통해 절제하여 추구할 수는 있다. 이것이 노력과 교화를 통해 성인이 되는 길이다.
두 제시문은 인간 본성에 대한 공맹사상과 순자의 사상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공자와 맹자에 따르면 인간 본성은 선하며, 그것은 하늘과 같은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질서에 포함되어 있는 인간에게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따라서 그러한 법칙과 본성을 깨닫고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도덕적인 인간에 누구나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글을 읽고 이해하여 자기 표현으로 정리하려 해보세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1) 인간은 본성적으로 타자를 고려하는 도덕적 본성을 지니고 있다.
2) 이는 인간이 하늘이 상징하는 조화의 자연적 질서에 속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3) 따라서 사회적 부조리나 악행의 이유는 결국 개인의 노력 부족 때문이다.
순자는 개인의 본성이 사회적 혼란 상태, 즉 악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규정합니다. 왜냐하면 욕망을 중심에 두었기 때문이죠. 지문 2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환문해볼 수 있습니다.
1) 인간은 제한된 자원 등의 상황에서 본성적으로 자기 충족을 우선하는 존재다.
2) 이는 인간 본성과 문명이 자연스러운 조화적 질서로 성립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3) 따라서 이를 제어하기 위한 외적 노력이 필요하며, 본성은 조정되지 않으므로 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간 본성이 모든 문제를 일으킨 원인일까요? 아래 실험과 사례를 살펴봅시다.
스탠퍼드 대학 교수 필립 짐바르도는 1971년, 사람들이 악한 행동에 동참하는 이유를 연구하기 위해 2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교도관과 수감자 역할을 부여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실제처럼 체포되었으며, 교도관 역할의 학생들은 제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했습니다. 그러나 실험은 불과 6일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역할에 몰입하며 가혹한 행위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감자들이 반항하자 교도관들은 나치 병사들이 사용한 고문과 유사한 방식까지 동원하며 강압적으로 진압했습니다. 이는 평범한 대학생들도 특정 환경과 역할에 놓이면 잔인한 권력자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인 결과였습니다. 한편 2004년, 이라크전쟁 중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에서 미군이 이라크 포로들에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고문과 학대를 가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었습니다. 미군 병사와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포로들을 발가벗긴 채 성적 학대와 고문을 가하는 사진이 발견되었으며, 이를 본 헌병대 소속 조지프 데이비드 하사가 세상에 알렸습니다. 사건이 공개되자 미국 정부와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으며, 관련자들은 전원 군법회의에 회부되었습니다. 특히 포로 학대에 가담한 린디 잉글랜드 이병은 원래 평범한 시골 출신의 선량한 여성이었으며, 고향 사람들은 그녀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