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서울 종로의 귀금속 매장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의 귀금속 매장에 골드바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퍼지면서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 온스당 3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지난 1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종가는 전날보다 0.3% 오른 온스당 3001.10달러를 기록했다. 금값은 지난해 20% 이상 뛴 데 이어 올해 들어 15% 안팎 더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당분간 금값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미국 달러화·선진국 국채 등이 대표적안전자산이란 투자해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자산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투자에는 여러 위험이 뒤따른다. 시장가격이 변동하거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으로 자산의 실질 가치가 하락할 수 있고, 채권은 돈을 떼일 위험도 있다. 금은 언제 어디서든 다른 자산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데다 녹슬거나 닳아 없어지지 않고 본래 가치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점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어수선한 시국에는 항상 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역사적으로 금은 2차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대유행 등과 같이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 강세를 보였다.

금과 더불어 또 다른 안전자산으로 미국 달러화도 있다. 달러는 국제무역과 금융거래에서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다. 지구상에는 200종에 육박하는 다양한 화폐가 존재한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통화는 단연 달러다. 아울러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들이 발행한 채권도 돈을 떼일 위험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최근 금값 강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 사실상 모든 나라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예고한 그의 정책이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안전자산 수요를 끌어올렸다. 관세 부과 대상에 귀금속이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에 미국 내 업자들이 금 수입을 늘린 것도 랠리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다. 주식처럼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금을 담는 사람이 늘어난 점도 수요를 자극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실물 금 가격을 따라 움직이는 ETF에 3년 만의 최대인 94억 달러(약 13조6000억원)가 순유입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격화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러셀 골드코어 최고경영자(CEO)는 “중앙은행들은 점점 변동성이 커지는 달러화로부터 자산을 다변화하기 위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금 매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은 실질금리·달러 가치와 반대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금값은 실질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헤지, 즉 화폐가치 하락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금을 많이 산다. 물가가 뛰어 실질금리가 하락할수록 금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져서다. 금은 달러화 가치와도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채권이나 예금에선 이자가 나오고, 주식에 투자하면 배당이 나오지만, 금은 보유하고 있어도 얻는 게 없다. 달러 약세 국면에선 금 보유의 기회비용이 낮아져 금값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