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소방관 화재현장서 부순 현관문, 개인 배상해야 하나
최근 광주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인명 수색을 위해 출입문을 강제 개방했다가 개인적인 피해 배상 처지에 놓인 것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과 갈등이 발생했고, 이후 파손된 현관문 및 잠금장치(도어 록)에 대한 배상 요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공익적 목적의 긴급 구조 활동과 개인의 재산권 보호 사이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깊이 고민해야 할 과제를 던지고 있다.

긴급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는 소방관의 공무 수행은 지지받아 마땅하지만, 이에 따른 개인 재산의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나 보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찬성] 사유재산 보호는 헌법 가치…긴박한 공무 중에도 보호돼야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개인 재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소방관의 긴급 구조 행위로 인한 재산 피해에도 분명하고 합리적인 보상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화재 현상에서 소방관들은 문이 닫힌 채 응답이 없는 6세대의 현관문을 강제 개방했다. 이 과정에서 빌라 내 6세대 현관문과 잠금장치가 파손됐고 총 508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고 한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 활동 도중 발생한 물질적 피해는 일차적으로 불이 난 세대주가 가입한 민간 화재보험을 통해 보상한다. 그러나 이번 화재 현장에서 불이 처음 난 집 세대주는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뿐더러 숨지면서 구상권 청구조차 어려워졌다. 현관문이 파손된 6세대 역시 화재보험에 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배상 책임보험을 통한 배상 역시 “소방관의 현장 활동 도중 고의나 과실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만 피해액을 지급할 수 있어 불가능하다. 결국 세대주들이 소방 당국에 직접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해당 소방서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소방관이 인명을 구하기 위한 조치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재산을 훼손하거나 피해를 발생시켰다면, 이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확한 책임을 인정하고 신속하게 보상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런 체계가 없다면 불가피하게 소방서와 소방관에게까지 배상 책임이 미칠 수밖에 없다. 공무를 앞세워 개인 재산권을 무시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훼손한다면 그건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과 시장경쟁 원리를 토대로 재화의 생산과 교환을 통한 자본의 축적을 인정하는 경제체제다. 이에 더해 긴급한 상황이라도 만일 소방관의 실수나 위법 행위가 있었다면 면밀히 살펴 이에 따른 재산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조건적 면책이 이뤄질 경우 자칫 무분별한 공권력 행사가 필요 이상으로 자행될 우려가 있어서다. [반대] 구해주니 보따리 내놔라? 국민 생명은 누가 지키나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출입문이나 시설물을 강제로 개방하는 것은 긴급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필수적 구조 행위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는 직무수행인 만큼 소방서나 소방관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아닌가.

만일 소방관이나 경찰관이 인명 구조나 범인 검거 등 공무 행위 이후 배상 문제에 휘말려 현장에서 적극적 대응을 꺼리게 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빠뜨려, 결국 국민 안전과 공공복리를 위협하게 된다. 그렇기에 공익이나 공공복리를 위한 목적으로 하는 행위는 재산권 보장의 예외 조치로 근대시민적 법치국가의 성립과 함께 확립돼온 것이다.

공무수행 중에 발생하는 손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소방관의 행위에 대한 면책 규정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 이미 각 지자체는 각각의 소방 활동 여건과 특성 등을 고려해 연도별 손실보상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편성한 손실보상 예산 총합은 2억530만원이다. 손실보상금이 당해 연도 예산의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청구인과 협의해 보상금 지급 기한을 연장하거나 예비비를 활용해 보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명 구조 과정에서 만에 하나 건물이 무너지거나 2차 폭발 사고까지 발생한다면 예산이나 예비비를 넘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연립·다세대주택 세대주가 늘어나는 반면 이들의 화재보험 가입은 크게 저조해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마다 책임을 소방서나 소방관에게 돌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이들에 대한 면책을 법으로 확고히 보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생각하기 - '공익과 사유재산 보호'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유병연 논설위원
유병연 논설위원
이런 논란은 소방관뿐 아니라 경찰관, 해양경찰, 응급구조 대원 등 다른 긴급 구조 및 공무 수행 주체들도 비슷하게 직면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급박한 구조 상황에서의 공익과 개인의 재산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적법한 공무수행과 개인 재산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명확한 기준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소방관이나 경찰관들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구조와 검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법적 면책과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 신속하고 투명한 보상 체계를 구축해 사회적 신뢰를 높여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률과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합리적 해결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유병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