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照顧脚下 (조고각하)
▶한자풀이
照: 비칠 조
顧: 돌아볼 고
脚: 다리 각
下: 아래하

자기 발밑을 잘 살펴보라는 뜻으로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의미
-<삼불야화(三佛夜話)>조고각하

송나라 때 선사(禪師, 선종의 법리에 통달한 승려)였던 오조법연에게는 뛰어난 제자 셋이 있었다. ‘삼불(三佛)’로 불린 불감혜근(佛鑑慧懃), 불안청원(佛眼淸遠), 불과원오(佛果圓悟)가 세 제자다. 어느 날 오조법연 선사가 3명의 제자와 밤길을 걷고 있었는데, 들고 있던 등불이 갑자기 꺼졌다.

선사가 제자들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불감혜근은 “채색 바람이 붉게 물든 노을에 춤춘다(彩風舞丹霄)”라고 답했고, 불안청원은 “쇠 뱀이 옛길을 건너가네(鐵蛇橫古路)”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불과원오는 “발밑을 보라(照顧脚下)”라고 대답했다. 불교 선종과 관련된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고(照顧)는 제대로 보는 것이나 반성하는 것을, 각하(脚下)는 발밑, 즉 자기 자신을 뜻한다. 따라서 조고각하(照顧脚下)는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돌이켜보라는 뜻이다. 가깝고 친한 사람일수록 보다 신경을 쓰고 조심해야 함을 이르기도 한다. 각하조고(脚下照顧)로도 쓴다. 불교에서는 본래면목(本來面目, 본래부터 갖춰져 있는 모습)의 의미로, 밖에서 깨달음을 구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구하라는 가르침으로 쓰인다.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신동열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자기반성의 중요성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는 많다. 남을 탓하지 않고 잘못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 고쳐나간다는 반구저기(反求諸己), 남을 꾸짖기보다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한다는 내시반청(內視反聽), 문을 닫고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라는 폐문사과(閉門思過),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의 몸가짐을 살피고 반성한다는 삼성오신(三省吾身), 성미가 급한 사람은 부드러운 가죽을, 성미가 느린 사람은 팽팽하게 활시위를 맨 활을 지니고 다니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수양한다는 패위패현(佩韋佩弦)은 뜻이 다 비슷하다.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도 남을 탓하는 데는 총명하다는 지우책인명(至愚責人明)은 의미가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