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별 <시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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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열네 살이 만난 힘겨운 현실…"사랑·관심에 기대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AA.39205010.1.jpg)
8년간 등하교를 같이한 가장 친한 친구와 아프게 이별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수아는 그날부터 자책에 시달리며 의욕을 잃어간다. 윤서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사실과 마음을 알 수 없는 친구들, 친구들과의 비교, 공감하지 못하는 엄마까지 모든 상황이 수아를 점점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초등학교 때 나쁜 소문에 휘말려 얻은 상처 위로 많은 것이 덧씌워지면서 우울의 늪에 깊이 빠지게 된 것이다.
3학년이 되어서도 우울을 벗어나지 못한 수아에게 잘생긴 전학생 성민이 다가온다. 아역배우로 활동할 때 많은 상처를 받은 성민은 수아의 아픈 마음을 알게 되자 그녀가 의지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다. 두 사람의 우정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절망과 맞닥뜨리면 선택지가 없다소설에서 수아는 14세가 바라보는 불안하고 불공평하고 불편한 세상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수아를 통해 알게 된, 그 나이대 친구들이 ‘절망과 맞닥뜨리면 다양한 선택지를 따져보지 않는다’는 점이 아프게 다가왔다.
백은별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아이의 우울감은 그저 철없는 게 아니고, 오히려 어른보다 미성숙한 나이이기에 충동이 심하고 그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걸 우리 사회가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시한부〉 속 수아가 의욕이 없는 가운데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는 동안 어른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수아와 한 세대 차이가 나는 소설 속 어른들은 민감한 아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대신 자신들의 방식대로 대응한다. 선생님은 수아의 상태를 엄마에게 알리고 엄마는 수아에게 상담받게 한다. 상담사는 수아가 생각보다 심하다고 생각해 약물치료를 권한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채지 못하고, 엄마는 수아가 우울증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걸 나중에야 발견한다. 백은별 작가의 표현대로 10대가 ‘미성숙한 나이이기에 충동이 심하고 위험한’ 만큼 어른들은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아픔을 이겨내고 마음껏 꿈 펼치길어른들에게 청소년의 실태를 알리고 싶다는 백 작가의 바람에 답한다면 “10대 역시 스스로가 아직 미성년이라는 걸 인지하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수아는 엄마가 정신과에 가자고 할 때 “정신병자라는 낙인을 찍고 싶나, 내 마음은 내가 추스르고 싶다”라고 항변한다. 수아는 ‘내 마음을 치료해야 하는 일이라면 남이 아니라 나 스스로 고칠 수 있게 되길 바랐다. 정말로’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어른도 우울증을 이기지 못해 상담받고 약물치료를 하는 실정이다. 우울증은 14세가 스스로 치료할 수 있을 만큼 녹록한 병이 아니다. 마음이 아파 진료받고 우울증 약을 먹는 일은 내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학생이라면 공감을 좀 못하더라도 경험 많고 사랑이 지극한 엄마의 말을 따르는 게 마땅하다. 〈시한부〉에서 수아는 자신의 아픈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고, 엄마는 문제에 대해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식으로 관점이 서로 다를 뿐이다. 엄마는 결국 아픈 수아와 소통이 되지 않자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세대 차이가 나도 세상의 모든 엄마는 자녀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꼭 기억하자.
국가에서도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1388)를 비롯해 다양한 대책을 세워 돕고자 하니,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어른들을 믿고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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