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미국 현지 시간으로 오늘(20일)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집권당이 바뀌는 데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세계 정치와 경제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트럼프는 미국에 수출하는 전 세계 국가를 향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내 저임금 근로자를 지키기 위해 불법 이민 유입을 차단하는 등 이전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을 펼칠 예정입니다.그런데 세계 각국을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 하나 더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의 운영권을 다시 사들이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입니다. 카리브해에 인접한 미국 남부와 멕시코 연안을 ‘멕시코만’이라고 부르는데요, 이것도 예컨대 ‘아메리카만’으로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각국 언론은 19세기 유럽의 미주대륙 간섭 금지를 선언한 ‘먼로 독트린(The Monroe Doctrine, 먼로주의)’이 부활하는 듯하다고 보도합니다. ‘돈로(도널드+먼로) 독트린’을 천명했다고 전하기도 했어요.
먼로주의는 세계사를 뒤바꿔놓은 사건이고, 돈로 독트린은 우리나라 안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입니다. 먼로주의란 무엇이고, 어떤 역사 속에서 나타났으며, 초강대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어려운 이유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슈퍼파워의 출발 '먼로 독트린'
일방·팽창주의라는 비판 많아요 먼로 독트린(이하 먼로주의)은 미국 5대 대통령을 지낸 제임스 먼로가 1823년에 밝힌 미국의 외교정책입니다. 경도 0도(영국 그리니치천문대 기준)의 왼편, 다시 말해 지구의 서쪽 반구(Western Hemisphere)에서 유럽 국가들의 추가적인 식민지 개발과 미주 대륙에 대한 간섭에 반대한다는 게 요지입니다. 물론 미국도 유럽 지역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
서반구는 정확히 따지면 영국,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그린란드, 이베리아반도(스페인·포르투갈), 서아프리카 등이 포함되지만, 좁은 의미에선 미주 대륙과 주변 섬들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먼로주의는 “각자 영역을 분명히 하고 침범하지 말자” “미주는 내가 주인이니, 유럽은 손을 떼라”는 얘기나 다름없었죠. 이것이 먼로주의를 ‘고립주의’ 정책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자신의 영역 안에선 한없이 팽창하겠다는 욕심을 내비친, 이름만 고립주의였습니다.
실제 역사가 그랬습니다.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먼로주의에 격분하면서도 직접 식민지화를 추진하다가 미국과 적대관계에 빠지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국력은 날로 부강해지고 있었고, 세계의 패권도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오고 있었죠. 유럽 국가들은 미주 지역 내 영토와 이권을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추구할 수 없었고, 이를 계기로 미국은 북미에서 본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게 됩니다. 이후 미국은 남미 지역에서 유럽 국가들의 교역 활동을 규제하고 자신들의 경제력은 확대해갔습니다. 1904년엔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이 독트린을 확대해석해 미국이 남미 국가 문제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이 서반구의 ‘국제 경찰’로 나서기 시작한 겁니다.
쿠바 사태 때도 소환
먼로주의에 대한 평가는 다면적입니다. 유럽 제국주의의 미주 지역 간섭을 막아내는 역할을 한 반면, 이 지역에서 미국의 지배를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듣고 있죠. 남미 국가들은 처음엔 유럽 제국주의에서 독립하려는 자신들을 지지해줄 것으로 믿고 적극 환영했으나, 점점 미국의 개입이 노골화하자 회의적으로 바뀝니다. 미국은 이 독트린을 기초로 도미니카공화국, 아이티, 니카라과 등 카리브해 국가들에서 미국 이익을 위한 군사적 개입을 단행했고, 칠레와 과테말라의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들 지역에서 공산주의화 바람이 거세게 분 것이 미국의 개입을 부르긴 했습니다. 1962년 옛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려는 과정에서 터진 쿠바 사태 때 존 케네디 대통령도 먼로주의를 소환했습니다. 미국과 소련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자, 케네디는 “서반구를 향해 쿠바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은 미국에 대한 소련의 공격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했어요. 유럽 세력의 미주 지역 간섭 금지를 냉전시대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라 볼 수 있죠. 그래도 남미를 미국의 ‘뒷마당’쯤으로 여기고, 미국 국가이익만 주장한 것은 문제였습니다. 먼로주의는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미국 외교정책의 중심이고, 미국 팽창주의의 기초이자 국가 대전략이 됐습니다.
서구의 오랜 패권 경쟁
먼로주의에서는 세계 지도에 자기 마음대로 선을 긋고 패권 경쟁을 해온 서구 중심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 역사는 옛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15세기에 벌인 세계 식민지 분할 경쟁에서도 나타납니다. 스페인 이사벨 1세의 지원으로 신대륙 탐험에 나선 콜럼버스가 1492년 북위 26도 이남 지역의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자, 양국 간에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때 교황이 중재에 나서 경도를 중심으로 영토 분계선을 정했어요. 1494년 양국이 맺은 토르데시야스 조약에 따르면 서경 46도 37분을 중심으로 서쪽은 스페인, 동쪽은 포르투갈이 권리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그 경도의 동쪽에 포함된 브라질만 포르투갈 식민지가 된 것이죠. NIE 포인트1. 미국의 먼로주의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해 공부해보자.
2. 미국의 ‘고립주의’란 정책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해보자.
3. 20세기 이후 미국과 중남미 국가 간 역사와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세계는 '신제국주의'라고 성토하지만
구속력 약한 국제법으론 제어 힘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 등을 언급하며 영토 문제에 욕심을 드러내자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이를 예방하고 조율할 수 있는 공간인 주요 7개국(G7) 협의체는 각국의 국내 리더십 위기와 고물가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영토 패권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국제사회 곳곳에서 힘을 키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만 슈퍼파워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패권주의를 더욱 강화하려는 점은 걱정스러운 대목입니다.
견제 수단인 국제법의 한계
학생들은 몇 가지 생각해볼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국제사회에는 국제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국제법이란 견제 수단이 있는데, 여기에 기대할 여지는 없을까 하는 점입니다. 국제법이란 국가 간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합의한 사실에 기초해 만든 법입니다. 예를 들어 국제인권규약, 아동권리협약, 국제노동기구의 조약이나 권고 등이 국제법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국제법의 효력에 대해 우리나라 헌법(제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도 비슷합니다. 각국이 국내법과 비슷한 효력을 인정한 국제법을 통해 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국가 간 국경분쟁이 생겼을 때 국제법은 어떤 원칙을 중시할까요? ‘평화적 해결’ ‘협상 및 제3자 개입(국제사법재판소 판결 등)을 통한 해결’ 등은 바로 이해가 될 겁니다. 이 밖에 ‘현상 유지의 원칙’이 있는데요, 이는 기존의 행정 경계선을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신생독립국가의 국경을 정할 때 주로 적용해온 원칙입니다. 독도 문제에서 많이 들어본 ‘실효적 지배의 원칙’은 특정 영토를 실질적·지속적으로 지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국제법이나 적용 원칙에도 한계는 적지 않습니다. 먼저,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당사국이 국가 주권을 앞세우고 국제법 준수를 거부하면 딱히 방법이 없습니다. 국제재판소의 판결도 강제력이 있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국제법은 겉으로는 모든 나라에 평등하게 적용되지만, 실제론 국력에 크게 좌우됩니다. 강대국은 국제법을 위반해도 처벌이 쉽지 않죠. 이 밖에 포괄적인 국제법 규정, 국가 간 합의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먼로주의가 200년 이상 지속돼온 게 아닐까 싶어요.
필요할 땐 민족자결 외쳐
다음으로 교과서에서 많이 등장하는 ‘민족자결주의’와의 관계입니다. 민족자결주의는 미국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의 안정을 위해 1918에 발표한 14개조 원칙 중 하나입니다. 각 민족은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고, 외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정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요지인데요, 3·1운동의 중요 계기가 돼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먼로주의와 민족자결주의는 다른 시대 배경에서 나왔지만, 미국 외교정책의 기초라는 점에서 모순되는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미국이 먼로주의라는 고립정책으로 미주 지역에서 영향력을 넓혀놓고, 민족자결주의를 통해서는 국제질서 안정과 평화 유지를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또 민족자결주의는 주로 패전국의 식민지에만 적용하고, 승전국의 식민지에는 적용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의 국제관계나 질서는 과거 19세기나 20세기의 일방주의나 고립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지금은 기후변화 문제, 중요 산업과 자원의 공급망 유지 등을 위해 글로벌 협력이 인류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범세계적 협의체를 두고 규범과 절차를 만들어 공통의 문제를 풀자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 평등주의 국제질서가 이미 정착된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200년 전 먼로주의를 다시 소환해내는 것이 세계 평화를 위해 옳은 일일지 의문입니다. NIE 포인트1. 국제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는지 공부해보자.
2. 민족자결주의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해 살펴보자.
3.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국력을 키우는 길이다. 친구들과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