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경DB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경DB
미국 화폐인 달러의 가치가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금융시장이 새해 첫 거래를 시작한 지난 2일 달러인덱스(dollar index)는 109.38을 기록했다.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9선을 돌파하며 새해 들어서도 꺾이지 않는 ‘강달러’의 위용을 드러냈다. 이 영향으로 유럽 화폐인 유로화 가치는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인 유로당 1.023달러까지 하락했다.6大 통화 대비 달러 가치 나타낸 지수달러인덱스는 경제 규모가 크고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6개 주요 국가의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 가치를 평가한 지수다. 유럽연합(EU)이 쓰는 유로, 일본의 엔, 영국의 파운드, 캐나다의 캐나다달러, 스웨덴의 크로나, 스위스의 스위스프랑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통화별 비중은 유로가 57.6%로 가장 높고 엔 13.6%, 파운드 11.9%, 캐나다달러 9.1%, 크로나 4.2%, 스위스프랑 3.6%로 정해져 있다. 달러인덱스가 탄생한 1973년 3월의 기준점을 100으로 잡아 산출하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상승 추세라면 달러의 가치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하락한다면 그 반대 의미다. 최근 달러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다른 나라 통화가치는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 중국, 대만 등 25개 신흥국 통화가치를 반영한 MSCI 신흥국통화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환율은 우리나라 경제의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 평균은 1398원75전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1418원30전)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국내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불안이 확산하면서 원화값이 약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도 강달러를 이끄는 요인이 됐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몸값은 세계 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달러가 강해지면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주식과 원자재 시장 등은 대체로 약세를 띤다.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변수로도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달러 표시 자산과 부채에 반영되고,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영향은 업종별로 차이가 있다.반도체·자동차 ‘수혜’ … 철강·건설엔 ‘압박’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은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국내 기업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환율 상승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 건설 등은 환율 상승이 비용 압력을 높여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같은 업종에서도 외화 자산과 부채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외환 전략은 어떤지에 따라 그 영향은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