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서민금융 위해 대부업 규제 강화해야 하나
정부가 대부업 요건을 강화했다. 대부업체가 과도한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 대출자로부터 원리금을 아예 받지 못하게 하는 초강수를 뒀다. 불법 사금융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 서민들이 고금리 피해를 보는 걸 예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대부업체를 옥죄면 합법적으로 영업하던 종소 대부업체마저 불법 사금융 영역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민들이 급전을 더 구하기 힘들어질 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대부업 규제 일변도로 가는 게 능사일까. [찬성] 폭리 취하는 불법 사금융 근절…서민들 고금리 피해 예방 효과국회는 지난달 27일 불법 사금융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하위 시행령 개정을 완료한 뒤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개정 법안에는 대부업체가 법정 최고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받으면 계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회적 통념에 현저히 어긋나는 ‘반사회적 계약’이나 초고금리 대부계약을 맺으면 해당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화하게 했다. 예를 들어 대부업체가 연이율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을 맺으면 대출자는 원금과 이자를 안 갚아도 된다.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 신체 상해, 폭행, 협박 등을 전제로 체결된 계약의 원리금도 전부 무효로 한다.

정부는 특히 대부업 자기자본에 신경 썼다. 금융권 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은 스스로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한다. 그동안 대부업 등록 요건인 자기자본 기준이 낮다 보니 신뢰할 수 없는 영세 대부업자가 난립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대부업 등록에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1000만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상향했다. 이와 함께 미등록 대부업자의 명칭은 ‘불법 사금융업자’로 변경하기로 했다. 국민이 불법 사금융 업체인지 모르고 계약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대부업 시장이 정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 사금융이 상당 부분 근절돼 서민들이 고금리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8년 일본에서 “불법 사채는 위법하므로 원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법정 최고 금리를 벗어난 불법 사채를 근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 법원도 법정금리를 넘어선 폭리 대출은 불공정행위로 판시하고 해당 계약 자체를 무효화해 원금 반환 의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 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아져…급전 구하기 더 어려워질 것대부업 규제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다. 그동안 정부는 법정 최고 금리를 인하하는 형태로 대부업 규제를 강화해왔다. 2021년 법정 최고 금리는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 평균 금리도 떨어졌다. 2021년 말 21.7%에서 2022년 말 20.0%, 2023년 말 18.5%, 6월 말 18.1%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법정금리 수준을 못 맞추는 업체가 도태되면서 등록 대부업 시장 규모는 축소됐다. 2022년 말 14조8459억원이던 대부업 대출 잔액은 2023년 말 11조5063억원으로 줄어든 뒤 지난해 6월 말엔 11조3083억원으로 감소했다. 1년 반 사이 23.8% 쪼그라들었다.

특히 소규모 대부업체가 받은 타격이 컸다. 1년 반 동안 자산 100억원 이상인 대부업체 대출액은 0.7% 준 반면 같은 기간 자산 100억원 미만 대부업체 대출액은 4.3% 감소했다. 법인 형태가 아닌 개인 대부업자 수 감소 폭은 10.5%로 더 컸다.

대부업체 이용자도 많이 줄었다. 2022년 말 89만5000명이던 대부업 대출자 수는 2023년 말 63만1000명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6월 말 61만8000명으로 떨어졌다.

등록 대부업 규모가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대부업체 자기자본 요건이 강화하면 등록 대부업체의 절반가량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등록 대부업체 이용자가 줄고 불법 사금융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기준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는 급등했다. 그럼에도 법정 최고 금리는 연 20%로 그대로인 데다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급등해 문을 닫는 대부업체가 늘었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대부업 금리와 광고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장원리에 따라 진입과 퇴출이 이뤄져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생각하기 - 규제보다 인센티브 늘려 우수 업체 육성 필요
[시사이슈 찬반토론] 서민금융 위해 대부업 규제 강화해야 하나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려면 대부업 규제 같은 채찍이 아니라 당근책이 더 효과적이란 견해도 있다. 우수 대부업체가 받는 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법정 최고 금리를 지키며 합법적으로 영업할 유인이 없어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치권을 중심으로 우수 대부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우수 대부업체에 ‘생활금융’이라는 상호를 허용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금융위원회가 저소득층 신용대출 사업 실적 등을 충족하는 대부업자를 ‘생활금융 우수 대부업자’로 지정하고 명단을 고시하도록 했다. 우수 대부업 요건은 대통령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부업체들의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점을 감안해 대부업 최고 금리도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는 ‘연동형 최고 금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