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증시 부진에 '이전 상장' 러시
"기업가치 높게 평가받자"
올해 미국 등으로 88개 옮겨
영국 증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런던 증시에서 빠져나간 기업은 2009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시행하면 런던 대탈출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숫자로 읽는 교육·경제] '금융허브' 런던의 몰락…기업들 영국증시 탈출
15일(현지 시간)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런던 증시에서 상장폐지되거나 해외 거래소에 이전 상장한 기업은 총 88개, 신규 상장 기업은 18개다. 2009년 이후 최대 기업 순유출이다. 기업공개(IPO)도 부진해 신규 상장 건수가 15년 만에 최저치를 찍을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다봤다.

기업가치 230억 파운드(약 41조7000억원) 규모의 장비 렌트 기업 애시테드는 지난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이전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한 지 3년 만이다. 390억 파운드(약 70조7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사 플러터와 550억 파운드(약 99조7000억원) 규모의 건축 자재 기업 CRH는 각각 지난 5월,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 이전 상장했다. FT가 선정한 100개 기업 지수인 FTSE100 중 2020년부터 런던에서 빠져나가 해외에서 상장한 기업은 총 6개다. 이들의 시장 가치는 2800억 파운드(약 507조4000억원)로, 전체 지수 규모의 14%에 달한다.

증시 매력도를 높이려는 영국 정부의 규제 해소 노력도 시장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020년 코로나19 백신을 긴급 조달한 사례를 본떠 규제혁신사무소(IRO)를 설치했다. 영국 증권 중개업체 필헌트의 찰스 홀 리서치 책임자는 “영국 시장이 점점 세계화되는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기업이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기업이 이탈하는 주요 이유로는 북미 시장 사업의 높은 성장성과 풍부한 투자 자금 등이 꼽힌다. 애시테드와 2022년 뉴욕 증시로 이전한 배관 장비 유통업체 퍼거슨엔터프라이즈는 영업이익의 각각 98%, 99%를 미국에서 냈다. FTSE100에 속한 기업 중 미국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두는 곳은 9개다. 런던의 한 은행 임원은 “내년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더 많이 미국으로 이전 상장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제 다른 어느 곳보다 자본시장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미국에서 더 나은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T는 미국 동종 기업 그룹 대비 밸류에이션, 미국 매출 비중, 북미 투자자 비율 등을 분석한 결과 유럽 증권거래소 중 런던 증시 기업이 미국으로 이탈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전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광산업체 중 하나인 리오틴토, 담배 제조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 등이 거론된다.

김인엽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기업들이 런던 증시에서 탈출 러시를 이루는 이유를 좀더 알아보자.

2. 글로벌 경영이 일반화하면 매력도가 낮은 한국 증시도 위험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3. 증시 선진화와 상장 기업 유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