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실전유형으로 보는 '차별과 갈등'
이번 호에서는 차별과 갈등의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관점을 논술 실전 유형으로 치환해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분류하고 요약하는 유형을 정형적 유형으로 출제하는 학교는 성균관대·경희대·한국외대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서강대·이화여대·동국대 등에서 출제되고 있는 유형이므로 반복해서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주제와 유형을 동시에 익기 위해 아래 문제의 답안을 진지하게 구상해보세요.실전유형으로 보는 '차별과 갈등'
[문제] <제시문 1> ~ <제시문 4>는 사회문화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준다. 제시문들을 상반된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각 입장을 요약하시오.
[제시문 1]
스펜서의 주된 목적은 부수적 현상인 정신상태의 진화보다는 사회구조와 사회질서의 진화에 놓여 있었다. 마르크스와 마찬가지로 스펜서에게도 관념은 부수적 현상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스펜서는 사회를 유기체적 진화로 이해하려 했다.
스펜서는 사회학이 오직 자연적·진화적 법칙이라는 생각에 기초를 둘 때에 비로소 과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질서가 자연법칙에 속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존재하는 한, 사회학은 완전한 과학의 범주에 속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스펜서에게 있어 우주의 모든 현상은 진화의 법칙에 종속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인구의 증가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도 이러한 진화의 법칙에서 유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사회제도를 그것이 속해 있는 전체적인 구조와 관련지어 분석했다. 당시의 기준으로 보아도 이상하고 불쾌한 것으로 보이는 관습들이 다른 특정 사회에서도 전혀 무가치했을 것이라고 파악하는 공통적인 오류에 대해 그는 “원시인의 미신도 단순히 쓸모없는 것으로 보는 대신 그것이 사회발전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찾아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스펜서는 사회제도가 행위자들의 정교한 의도나 동기의 결과가 아니라 기능적·구조적 위기로부터 나타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인간 행위의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 매우 날카로운 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스펜서는 제도를 연구함에 있어 진화 단계와 단계가 수행하는 기능의 측면을 함께 연구할 것을 요구했다.
[제시문 2]
낙 원 구
주택 444,1-- 197x. 4. 10
수신: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김 불 이 귀하
제목: 재개발사업구역 및 고지대건물 철거 지시
귀하 소유 아래 표시 건물은 주택 개량 촉진에 관한 임시 조치법에 따라 행복 3구역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서울특별시 주택 개량 재개발사업 시행 조례 제15조, 건축법 제5조 및 동법 제 42조의 규정에 의하여 197x. 9. 30까지 자진 철거할 것을 명합니다.
만일 위 기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 우에는 행정 대집행법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강제 철거하고 그 비용은 귀하로부터 징수하겠습니다.
철거 대상 건물 표시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46번지의 1839
구조 건평 평
끝
낙 원 구 청 장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이에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어머니는 대문 기둥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 표찰을 떼기 위해 식칼로 못을 뽑고 있었다. 내가 식칼을 받아 반대쪽 못을 뽑았다. 영호는 어머니와 내가 하는 일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 주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우린 못 떠나. 갈 곳이 없어. 그렇지, 큰오빠?”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놔두지 않을 테야.”
영호가 말했다.
“그만둬.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아버지 말대로 모든 이야기는 끝나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시문 3]
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이 있어야 사회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지위나 일을 더 유능한 사람에게 맡기기 위해 더 많은 보상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불평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유능한 이들에게 더 많은 급부를 제공해야 사회의 발전이 빨라지지 않겠는가? 이것은 사회를 진화시키는 원동력이다. 한편 이번에는 눈을 낮춰서 빈곤한 이들을 바라보자. 노예가 허용되지 않는 자유 국가에서는 부지런한 가난뱅이가 많을수록 부를 획득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유리하다. 이들이 공장과 군대를 확실하게 채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들이 없으면 우리가 누릴 것도 없게 되며 우리가 소유한 것의 소중함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쁜 환경에서도 사회가 행복해지고 사람들이 편안해지려면 반드시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무식할 뿐 아니라 가난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많은 이들이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게 되는 순기능까지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라가 행복하게 살려면 빈곤은 꼭 필요하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 사회는 빈곤이라는 토대 위에 성립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제시문 4]
마르크스가 말하는 사회계급이란 생산 수단에 있어 공통의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집단을 뜻한다. 사람들은 이 생산 수단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회에는 중심 계급 체계가 있다. 근대 산업이 발생하기 전에는 토지와 작물을 경작하거나 가축을 돌보는 도구들이 주된 생산 수단이었다. 따라서 이 사회의 두 가지 주요 계급은 토지를 소유하는 자들과 토지를 경작해 생산을 담당하는 자들이었다. 근대 산업사회에서 공장, 사무실, 기계와 이를 구매하기 위한 부나 자본은 점차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주요 계급은 또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새로운 생산 수단을 소유한 산업가나 자본가 그리고 그들에게 노동을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노동 계급, 마르크스가 ‘프롤레타리아’라고 불렀던 계급으로 다시 분류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계급 간의 관계란 착취적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계급의 착취를 없애야 한다. 봉건 사회에서 착취는 대개 소작농이 만든 생산물이 귀족에게 직접적으로 이전되는 형태였다. 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착취의 근원이 다소 모호해졌는데,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고용에 필요한 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을 만들어낸다고 보았다. 이러한 잉여는 자본가 이윤의 근원이 된다. 가령 어떤 의류 공장의 노동자들이 하루에 100벌의 정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하자. 또한 75벌의 정장만 팔아도 노동자들의 임금과 공장과 장비 비용을 모두 충당할 수 있다고 하자. 이때 나머지 25벌의 정장 판매에서 발생한 수입이 바로 이윤이 되는 것이다. 근대 산업의 발달로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부의 불평등이 지독해지고, 자본가 계급에 비해 노동 계급은 점점 빈곤해지게 된다. 비록 이전보다 절대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있을지라도, 계급 간의 차이는 어느 때보다 커지게 된 것이다. 부의 세습으로 인해 이러한 격차는 대물림되고 더욱 증폭될 것이므로, 자본주의는 새로운 계급을 만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대립은 필연적이다. 근본적으로는 혁명적인 방법이 없는 이상 개인의 노력으로는 이런 구조적 부조리를 타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해설위 제시문들은 기능론의 제시문 1, 3 그리고 갈등론의 제시문 2, 4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제시문 1은 사회의 모든 요소에 기능이 있다고 보며, 같은 맥락에서 3은 불평등과 빈곤 또한 사회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제시문 2와 4는 지배권력의 착취를 지적하며 차별과 갈등을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제시문을 요약할 때, 주장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예1) <제시문 1>은 사회의 핵심 원리를 유기체적 진화로 보면서 모든 사회제도를 전체 구조의 진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스펜서의 주장을 설명한다.
여기에 제시문의 논리를 덧붙이면 더 논리적인 요약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예2) <제시문 1>은 사회의 핵심 원리를 유기체적 진화로 보면서 모든 사회제도를 전체 구조의 진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보는 스펜서의 주장을 설명한다. [+논리] 사회는 자연현상처럼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진화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과학적이라는 것이 핵심적 이유다.
위와 같이 각 제시문의 주장과 키워드, 논리(이유 및 근거)를 파악하면서 각 제시문을 요약해봅시다. 단조롭게 주장과 이유가 반복되는 문장 구성 형태를 취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논리적 흐름을 변주해보세요. 아래는 답안입니다.
[예시 답안] 제시문들은 사회문화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기능론적 관점을 취하는 <제시문 1>, <제시문 3>과 갈등론적 관점을 보여주는 <제시문 2>, <제시문 4>로 분류된다.
<제시문 1>은 사회를 유기체적으로 바라보며 모든 요소가 진화에 일조한다고 보는 스펜서의 기능론적 관점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사회는 필연적이므로 진화의 자연법칙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사회현상에서 나타나는 모든 제도의 진화적 가치와 기능을 연구해야 한다. 이는 <제시문 3>에서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기능론적 관점의 토대가 된다. <제시문 3>은 빈곤과 같은 사회 불평등이나 차등 분배가 사회의 발전과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기능론적 관점의 대표적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차등 분배는 인재들의 발전 동기가 되며, 빈곤층의 존재는 대중의 노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노동을 공급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현대사회의 근간이다.
<제시문 2>는 철거라는 상황으로 내몰게 만든 지배계급에 대한 분노를 통해 사회 현상을 집단 간 대립으로 보는 갈등론적 관점의 현실적 사례를 보여준다. 철거 계고장을 받은 가족은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권력적으로도 힘이 없다. 따라서 막다른 상황으로 그들을 인정 없이 내모는 지배계급과 사회에 대해 분노하지만 이들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제시문 4>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론적 관점을 담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이러한 계급적 불평등과 부의 착취를 가속화하고 계급 간 차이는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로 벌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무력함과 사회적 대립을 초래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