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NASA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
태양계에 생명체가 산다면 가장 확률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금성, 화성,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다. 이 중에서도 과학자들은 유로파에 특히 더 관심을 갖고 있다.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행성도 아닌 작은 위성에 어떻게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있는 걸까.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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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그는 1610년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을 관찰하던 중, 그 주위를 도는 4개의 위성을 발견했다. 갈릴레이가 발견한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를 ‘갈릴레이 위성’이라 부른다. 이들은 목성이 가진 95개 위성 중에서 가장 큰 위성으로, 유로파는 달 크기의 90% 정도 된다. 만약 지금의 달 위치에 유로파가 있다면, 달과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일 것이다. 다만 유로파의 표면은 매끈한 얼음으로 덮여 있어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해 달보다 훨씬 밝게 보일 것이다.

유로파의 가장 큰 특징은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액체로 된 바다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처음 발견한 것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목성과 그 위성을 탐사한 갈릴레오 탐사선이다. 갈릴레오 탐사선은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이 유로파 주변에서 교란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유로파 내부에 전기 전도성 물질이 있고, 이 물질이 유로파 내에 자기장을 만든다는 뜻이다. 얼음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으므로, 과학자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유로파에 염분이 있는 바다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허블우주망원경은 유로파 표면에서 160~200km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는 현상을 발견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유로파 내부에 마찰열을 일으켰고, 이 마찰열이 얼음을 녹여 유로파에 거대한 바다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 바다의 깊이는 60~150km, 바닷물의 양은 지구의 두 배일 것으로 추정된다.

바로 이 바다의 존재 때문에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액체 상태의 물, 에너지원, 탄소나 수소, 질소, 인, 황 등의 화학원소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유로파는 이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유로파에서 하루 1000톤의 산소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가 얼음 표면에 부딪히면서 얼음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것이다. 다만 햇빛이 없는 얼음 밑에서 살아야 하기에, 유로파에 생명체가 있다면 지구처럼 광합성이 아닌 다른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유로파 내부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탐사선을 보내 확인해야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부터 유로파 탐사선을 하나씩 발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유럽우주국(ESA)은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 ‘주스(JUICE)’를 발사했다. 주스는 2031년 7월 목성 궤도에 도착해 2035년까지 가니메데, 유로파, 칼리스토를 탐사할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10월 14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유로파만 탐사하는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했다. 유로파 클리퍼는 지구의 달을 제외하고 특정 위성만 탐사하는 최초의 탐사선이며, NASA가 행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한 우주선 중 가장 크다. 먼 거리에서 태양 빛을 받기 위해 너비 30m의 거대한 태양전지판이 달려 있으며, 탐사선의 높이도 5m나 된다.

유로파의 얼음층 아래에는 지구보다 두 배 많은 바닷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 제공
유로파의 얼음층 아래에는 지구보다 두 배 많은 바닷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 제공
유로파 클리퍼는 5년 반 동안 약 29억 km를 여행해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진입하고, 2034년까지 유로파 주변을 근접 비행할 계획이다. 유로파 표면 위 25km까지 접근해 유로파를 자세히 살피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인지를 실제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로파의 표면과 얇은 대기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지도를 제작할 카메라와 분광기, 지하 바다를 찾기 위한 레이더, 자력계, 물기둥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열 측정기 등 과학 장비 9개가 탑재됐다.

과연 유로파의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만약 유로파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생명체가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천체의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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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의 가장 큰 특징은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액체로 된 바다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바다의 존재 때문에 유로파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액체 상태의 물, 에너지원, 탄소나 수소, 질소, 인, 황 등의 화학원소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유로파는 이 필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