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꿈 속 커뮤니케이션' 실험 성공
2014년 개봉한 영화 '인 마이 드림스(In My Dreams)'는 꿈속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들은 꿈에서의 만남이 갈수록 생생해지자, 현실에서 서로를 찾아 나선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사랑이 환상이 아니라 실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던 두 사람은 결국 마주하게 되고 "이거 꿈이 아니냐"며 서로를 바라본다.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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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게 현실과 동떨어진, 단순히 극적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영화적 장치일까. 지난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수면 연구 기업 렘스페이스(REMspace)가 전한 연구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렘스페이스에 따르면 그들은 뇌파와 수면장애 판별에 사용되는 수면다원검사를 활용해 두 사람이 세계 최초로 꿈속에서 대화하는 실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렘스페이스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실험 참가자 2명은 ‘자각몽(Lucid Dream)’ 상태에서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자각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꾸는 꿈으로, 일반적인 꿈에 비해 그 내용이 현실적이고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다. 자각몽은 주로 렘수면 단계에서 나타난다. 사람들은 잘 때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과 눈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비렘(NREM, Non-Rapid Eye Movement)수면을 오간다. 렘수면은 전체 수면의 약 20%를 차지하며, 수면 시간 중 90분 간격으로 4~6회 발생하고 10~30분 정도 진행한다.

렘스페이스는 꿈 전용 언어인 ‘레묘(Remmyo)’를 활용했다. 레묘는 자각몽을 꾸는 사람의 얼굴 근육 변화와 그때 떠올린 단어를 대응시키는 기술로, 얼굴 근육 변화는 여섯 가지 움직임으로 구성되며 ‘얼굴 근전도 센서(EMG)’로 포착된다. 연구진은 두 참가자가 자는 동안 뇌파를 포함해 여러 인체 신호를 측정했다.

먼저 첫 번째 실험 참가자는 자각몽 상태에서 컴퓨터가 이어폰을 통해 전달한 무작위 단어를 반복했다. 컴퓨터는 이를 저장했다가 두 번째 참가자가 자각몽에 빠졌을 때 들려줬다. 이 참가자는 깨어난 후 이 단어를 기억해냈다. 렘스페이스 측은 실험에 대해 “꿈속 대화가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이 됐다”며 “이 기술은 치료, 교육, 협업, 새로운 형태의 소셜 네트워크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자평했다.

이 연구는 꿈속 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실험이 논문 형태로 발표된 것이 아니어서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한 점, 실험 관련 데이터가 아닌 보도자료와 영상만 공개한 점 등에서 한계가 있다. 기술의 정확성과 안정성에 대한 추가 연구 또한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고 꿈속 대화를 향한 기대를 저버릴 필요는 없다. 자각몽 상태에서 소통하는 연구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1년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팀은 자각몽에 빠진 사람이 간단한 질문과 심지어 산수 문제에도 답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이 실험 역시 참가자의 안구 운동과 안면 근육을 분석해 답변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아울러 불빛 반짝이기, 신체 접촉 등으로 소통을 시도했을 때 꿈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반영이 되는 점도 확인했다.

한편 과학자들은 렘수면을 통해 기억을 조작하는 연구도 추진 중이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해 렘수면을 제어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우울증을 예방하는 연구를 공모했다.

스트레스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퇴역 군인에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연구가 진척될 경우 영화 ‘인셉션’처럼 꿈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친구끼리 꿈에서 만나 대화, 현실이 될까
렘수면은 안구 운동이 활발한 수면 단계다. 사람은 이 단계에서 꿈을 꾸며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꾸는 꿈인 ‘자각몽’ 역시 이때 경험한다. 자각몽은 보통 꿈과는 다르게 기억에 또렷하게 남고, 내용이 현실적인 게 특징이다. 최근 미국의 수면 연구기업 렘스페이스는 두 사람이 세계 최초로 자각몽 상태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얼굴 근육 변화와 떠올리는 단어를 대응시키는 방식의 언어를 활용해 수행한 연구다.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자각몽에 빠진 사람이 간단한 질문과 심지어 산수 문제에도 답했다는 내용의 연구가 결과가 발표됐었다. 최근에는 렘수면을 통해 기억을 조작하는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