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白龍魚服 (백룡어복)
▶한자풀이
白: 흰 백
龍: 용 룡
魚: 물고기 어
服: 입을 복


흰 용이 물고기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
신분이 높은 자가 서민복을 입고 미행함
-<사기(史記)>

오(吳)나라 왕이 백성들과 함께 술을 마시려고 하자 옆에 있던 오자서(伍子胥)가 이를 말렸다.

“옛날에 하늘에 있던 흰 용이 지상으로 내려와 차가운 연못에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때 어부 예저(豫且)가 용의 눈을 쏘아 맞추니 용은 하늘로 올라가 하느님에게 이를 고하였습니다. 하느님이 용에게 ‘너는 그때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었느냐’라고 물으니 용이 대답하기를 ‘저는 그때 찬 연못에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하느님이 다시 ‘연못에 있는 물고기는 사람들이 잡으라고 있는 것이니 그 어부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고 오히려 너에게 잘못이 있느니라’라고 했습니다. 지금 모든 것을 버리시고 미천한 백성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다면 예저와 같은 이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오자서의 간언을 듣고 왕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사기> 오자서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백룡어복(白龍魚服)은 흰 용이 물고기 옷을 입는다는 뜻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이 서민의 옷을 입고 미행(微行)하는 것을 이른다. 미행은 일부러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 무엇을 살피기 위해 남모르게 다니는 것을 가리킨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를 연상하면 된다. 외교 사절이나 국가원수가 신분을 알리지 않고 사적으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위 고사에서 용은 신분이 높은 사람, 어부는 평민을 이르는 말이다. 구중궁궐(九重宮闕)에 사는 왕이 신하들이 전하는 말만으로 백성들의 사정을 알 수 없다. 어진 왕들은 평민복을 입고 궁을 나와 민초들의 삶을 직접 살폈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물고기 옷을 입고 다니는 용보다 용 옷을 걸치고 다니는 물고기들이 수갑절 많다. 오른손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왼손이 먼저 떠벌리고 다니는 경박한 세상이다. ‘겸손의 미학’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