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이어 대구시가 정년을 늘리기로 하는 등 동참하는 곳이 늘면서다. 국민연금 개편과 노인 연령 상향 움직임도 맞물리면서 정년 연장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로 청년층은 내켜하지 않는다. 기업들도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견과 성급한 추진은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찬성] 인구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로, 숙련 근로자 활용 꼭 필요최근에 정년 연장을 공론화한 곳은 행정안전부다. 이달 14일부터 행안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이 60세에서 65세로 바뀌었다. 행안부 공무직은 기존 60세 정년을 맞은 해에 연장 신청을 하면 별도 심사를 거쳐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정년이 늘어난다. 공무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민간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생겨난 직종으로 시설관리, 경비, 미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대구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무직 정년을 연장했다. 내년에 60세가 되는 1965년생 근로자 정년을 61세로 늘린 뒤 순차적으로 확대해 2029년에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시 산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몇몇 중앙 부처도 청소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정년을 65세로 바꿨다. 60세가 넘은 근로자를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사업장 비중이 지난해 3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정년 연장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이상으로 정년을 설정할 수 있게 했고, 미국과 영국에선 정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년 연장을 하면 기업 입장에선 숙련 근로자의 노하우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젊은 직원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30년 이상의 경험을 지닌 베테랑의 경륜을 넘어서긴 쉽지 않다. 고용 안정성을 강화해 근로 의욕을 높이는 동시에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한국에선 정년 연장이 필수라는 시각도 있다. 950만 명이 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올해부터 차례대로 정년을 맞는다. 올해 퇴직하는 1964년생은 국민연금을 63세부터 받는데 이렇게 되면 3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2072년이 되면 생산인구(15~64세)는 2000만 명가량 급감한다. 이런 생산인구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은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높이자고 제안했다.[반대] 청년층 일자리 빼앗겨 반발…기업 인건비 부담도 늘어정년 연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규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자의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 일자리만 더 줄어들 수 있다. 지금처럼 청년 고용률이 중장년층보다 현격히 나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서두르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2017년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불거져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반감이 큰 게 사실이지만 노동계 생각은 다르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을 늘리더라도 임금피크제로 인해 임금 삭감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올 들어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는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64세까지 연장해달라고 피력하고 있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와 삼성그룹 노조연대 및 LG유플러스 제2노조도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 중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정년 연장 혜택을 일부 대기업 근로자만 누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6년에 도입한 정년 60세 의무화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비판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60세 정년 도입 이후 실질적으로 정년제를 운용하지 않는 중소기업 사업장이 2021년 기준으로 80%가량 된다. 정년 연장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2019년 기준 15조862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임금과 4대 보험료 등 간접비용을 합친 것으로, 현 시점에선 비용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무조건적 정년 연장보다 자율적인 계속고용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호봉제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들이 버티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자칫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청년 채용이 줄어 세대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생각하기 - 일률적 강제보다 자율적 계속고용 사례 참고할 만 한국처럼 호봉제가 정착된 일본은 정년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2006년과 2013년에 법을 개정해 법정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65세까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선 상시 근로자 21인 이상 기업의 99%가 65세까지 근로자를 고용한다. 토요타처럼 70세까지 재고용을 확대하는 곳도 있다. 우리도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형태로 계속고용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생산직 근로자가 정년 후 신입 직원 연봉으로 최장 2년간 더 일할 수 있도록 한 현대자동차의 계속고용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대구시도 비슷한 방식으로 공무직 정년을 연장했다. 내년에 60세가 되는 1965년생 근로자 정년을 61세로 늘린 뒤 순차적으로 확대해 2029년에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미 서울시 산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몇몇 중앙 부처도 청소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정년을 65세로 바꿨다. 60세가 넘은 근로자를 계약직 등으로 재고용하는 사업장 비중이 지난해 3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정년 연장 움직임이 활발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이상으로 정년을 설정할 수 있게 했고, 미국과 영국에선 정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년 연장을 하면 기업 입장에선 숙련 근로자의 노하우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젊은 직원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30년 이상의 경험을 지닌 베테랑의 경륜을 넘어서긴 쉽지 않다. 고용 안정성을 강화해 근로 의욕을 높이는 동시에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한국에선 정년 연장이 필수라는 시각도 있다. 950만 명이 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올해부터 차례대로 정년을 맞는다. 올해 퇴직하는 1964년생은 국민연금을 63세부터 받는데 이렇게 되면 3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2072년이 되면 생산인구(15~64세)는 2000만 명가량 급감한다. 이런 생산인구 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이중근 신임 대한노인회장은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높이자고 제안했다.[반대] 청년층 일자리 빼앗겨 반발…기업 인건비 부담도 늘어정년 연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규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큰 이유다.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령자의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층 일자리만 더 줄어들 수 있다. 지금처럼 청년 고용률이 중장년층보다 현격히 나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서두르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을 공산이 크다. 정부는 2017년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청년 실업 문제가 불거져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일률적인 정년 연장에 반감이 큰 게 사실이지만 노동계 생각은 다르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년을 늘리더라도 임금피크제로 인해 임금 삭감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얘기다. 올 들어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노조는 만 60세인 정년을 최대 64세까지 연장해달라고 피력하고 있다. HD현대그룹 조선 3사 노조와 삼성그룹 노조연대 및 LG유플러스 제2노조도 65세 정년 연장을 요구 중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정년 연장 혜택을 일부 대기업 근로자만 누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6년에 도입한 정년 60세 의무화도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비판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60세 정년 도입 이후 실질적으로 정년제를 운용하지 않는 중소기업 사업장이 2021년 기준으로 80%가량 된다. 정년 연장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면 2019년 기준 15조862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임금과 4대 보험료 등 간접비용을 합친 것으로, 현 시점에선 비용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무조건적 정년 연장보다 자율적인 계속고용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호봉제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들이 버티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자칫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청년 채용이 줄어 세대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 생각하기 - 일률적 강제보다 자율적 계속고용 사례 참고할 만 한국처럼 호봉제가 정착된 일본은 정년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2006년과 2013년에 법을 개정해 법정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면서 기업들이 65세까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선 상시 근로자 21인 이상 기업의 99%가 65세까지 근로자를 고용한다. 토요타처럼 70세까지 재고용을 확대하는 곳도 있다. 우리도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형태로 계속고용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생산직 근로자가 정년 후 신입 직원 연봉으로 최장 2년간 더 일할 수 있도록 한 현대자동차의 계속고용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