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지수
기업가치가 우수한 상장사에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개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지난달 30일 공식 산출을 시작했다. 한국거래소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상장사 100곳을 묶어 새로 만든 지수다.정부는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 증시보다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올 들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후속 정책 중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것이 바로 밸류업 지수인데, 효과를 놓고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 67개·코스닥 33개사 포함밸류업 지수는 올해 증시 첫 거래일(2024년 1월 2일)을 기준점인 1000으로 잡고, 이후 구성 종목의 주가 변동에 따라 바뀌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종목 선별 기준은 △시장 대표성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으로 나뉜다.
우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시가총액 400위 이내, 시총 약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어야 한다. 또 2년 연속 적자이거나 2년 합산 손익이 적자가 아니어야 하고, 최근 2년 연속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을 실시한 적이 있어야 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50% 이내여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이들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 자본효율성 평가가 우수한 기업 순으로 100개 종목을 추리게 된다.
처음 선정된 종목을 보면 국내 증시의 간판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셀트리온, 신한지주 등이 대표적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67개, 코스닥시장에서 33개가 이름을 올렸다. 구성 종목은 1년에 한 번, 매년 6월 조정하기로 했다.
오는 11월에는 밸류업 지수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ETF 투자자가 맡긴 자금이 밸류업 지수 종목의 주식을 매입하는 데 쓰인다. 주주환원을 잘해야 밸류업 지수에 들어갈 수 있고, 이 지수에 들어가면 신규 투자금이 유입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거래소가 내민 ‘당근’인 셈이다.
다만 증권가는 밸류업 지수의 효과에는 일단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왔다”며 “긍정적 변화는 맞지만 드라마틱한 변화를 야기하는 그림은 아니다”고 했다. 코스피200 등 기존 대표 지수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섭 DS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의 흥행은 기업의 참여도에 달려 있다”며 “인센티브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미 있는 시도지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 국내 증시의 ‘큰손’인 연기금과 기관이 실제로 밸류업 지수를 참조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등도 성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밸류업 지수에 포함됐으니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며 “지수는 기업이 밸류업 정책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를 측정하는 후행 지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