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비행기가 만드는 구름
푸른 하늘을 가르며 비행기는 때때로 하얀 구름 같은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이 비행운은 지구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연구자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비행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비행경로를 조금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하늘을 더 맑고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비행운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Pixabay
비행운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Pixabay
항공기가 비행하면서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행기가 특정 대기에서 형성하는 비행운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2011년 독일 과학자들은 비행운이 비행기 엔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보다 더 강력한 온난화를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했다. 이는 항공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숨겨진 영향을 세상에 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2020년에 발표된 영국 서식스 대학의 연구 역시 비행운이 항공산업의 전체 환경 영향 중 약 60%를 차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행운은 주로 비행기가 대기 상층부를 비행할 때, 엔진에서 나온 미세입자가 대기 중 수증기와 결합해 만들어진다. 이러한 비행운은 차갑고 습한 기후에서 더 쉽게 형성되며,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대기 온도가 영하 40℃ 이하, 상대 습도가 60% 이상인 고도 8000~1만2000m에서 주로 형성된다.

비행운은 ‘권운(새털구름)’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낮은 고도에서 권운은 태양광을 반사해 지구를 식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효과는 일시적이며, 주로 낮에만 나타난다. 반면 밤에는 복사열을 가둬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때문에 비행운은 온실가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021년 <대기환경(Atmospheric Environment)>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행운은 항공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약 35%를 차지할 수 있으며, 전 세계 지구온난화의 1~2%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비행운의 형성은 항공기의 지속적 운항과 맞물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2020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체 항공편 중 2~10%에 해당하는 비행이 약 80%의 비행운을 생성하고 있다. 이는 극히 일부의 비행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부 비행기의 경로를 약간만 수정해도 비행운 형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술이 항공업계에 새로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아메리칸항공과 구글리서치는 공동연구를 통해 AI 기술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비행경로를 조정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비행기가 비행운을 형성할 가능성이 큰 고도나 지역을 피하도록 경로를 수정한 것이다. 6개월 동안 진행된 70회의 시험비행에서 AI 알고리즘을 통해 경로를 미세하게 조정한 결과, 비행운 형성이 평균 54% 감소했다.

물론 이러한 방법에는 추가 연료 소모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비행경로를 수정하면 연료 소비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 연구: 인프라 및 지속 가능성(ERI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비행경로를 수정하면서 발생하는 연료 비용 증가는 단 0.11%에 불과하다. 전체 운항 비용 증가도 0.08%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항공사 입장에서 비행운 형성을 줄이기 위한 경로 변경이 큰 재정적 부담 없이도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AI 기술이 비행운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고 있다. AI를 통해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경로를 계산함으로써 항공사는 환경보호와 연료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온난화의 주범 '비행운' AI로 지운다
비행운은 주로 비행기가 대기 상층부를 비행할 때, 엔진에서 나온 미세입자가 대기 중 수증기와 결합해 만들어진다. 대기 온도가 영하 40℃ 이하, 상대 습도가 60% 이상인 고도 8000~1만2000m에서 주로 형성된다. 새털구름과 비슷한 특징을 지녀 낮에는 지구 열을 식히지만, 밤에는 복사열을 가둬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구에 따르면, 일부 비행기 경로를 재설정하는 것만으로 비행운 발생을 줄일 수 있다. AI 기술과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가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