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폴드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최근 ‘메이트XT’라는 이름의 새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인데, 기존 제품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알파벳 ‘Z’ 모양으로 두 번 접도록 설계했다. 완전히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10.2인치로 태블릿 PC와 비슷하며 두께는 3.6mm다. 화웨이는 “트리플 폴드(triple fold)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국 소비’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중국인들은 화웨이의 신작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전 판매에서만 열흘 동안 650만 건의 예약이 몰렸다. 샤오미·아너…中 업체 잇단 도전장화면을 두 번 접을 수 있는 트리플 폴드 스마트폰이 정보기술(IT) 업계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화웨이가 열어젖힌 이 경쟁에 또 다른 중국 업체인 샤오미와 아너도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두 회사는 트리플 폴드와 관련한 디자인 특허 출원을 2021~2022년에 마쳤으며 이 사실이 중국 특허 당국을 통해 뒤늦게 공개됐다. 홍콩 매체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고급 스마트폰 부문에서 애플의 아이폰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 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폴더블 폰은 아직 절대적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성장이 둔화한 스마트폰 시장의 새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폴더블 폰 출하량은 310만 대로 1년 전보다 49% 늘었다. 트리플 폴드이 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내놓은 이후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두 번 접는 폰의 상품화는 화웨이에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다만 IT 업계에서는 트리플 폴드가 대세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혁신적 제품이라고 해도 ‘소비자에게 잘 팔리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화웨이 메이트XT의 가격은 1만9999~2만3999위안(약 377만~453만원)에 달한다. “화면이 커서 좋다”는 평가도 있지만 “굳이 왜 접어야 하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삼성과 애플이 트리플 폴드 출시를 서두르지 않는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은 2019년에 두 번 접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지만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삼성은 2022년 두 번 접는 ‘플렉스G’와 안팎으로 두 번 접는 ‘플렉스S’를 공개한 바 있다. 두께를 줄이고 사용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년 전 특허받은 애플은 ‘감감무소식’전자업계 관계자는 “대중적 수요를 늘리려면 트리플 폴드가 꼭 필요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현재로선 기술력을 과시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했다.
국내외 기업은 트리플 폴드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폰을 연구 중이다. 장롱처럼 여닫는 형태, 화면이 옆으로 늘어나는 슬라이드 형태, 돌돌 말리는 롤러블 형태 등을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