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대항해시대의 시작

동지중해 막힌 이베리아, 대서양으로 눈돌려
아메리카 발견 '대박'…자본주의 시대 열려

코란과 탈무드
'탈무드' 유대인처럼 '쿠란' 알아야 무슬림 이해
쿠란은 의역·번역 불허…타 종교와 공존 못해
쿠란은 ‘읽다’ ‘읊다’라는 뜻이다. “참으로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로 시작되는 1장은 흔히 개경장(開經章)이라고 하는데, 7개의 절로 되어 있다.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릴 때 꼭 외우는 구절이다.  구글이미지
쿠란은 ‘읽다’ ‘읊다’라는 뜻이다. “참으로 자비로우시고 자애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로 시작되는 1장은 흔히 개경장(開經章)이라고 하는데, 7개의 절로 되어 있다. 무슬림들이 예배를 드릴 때 꼭 외우는 구절이다. 구글이미지
전 세계에서 유대인에 호의적인 나라는 한국과 미국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도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인의 절반이 등을 돌렸지만(대체로 젊은 세대와 민주당 지지자) 우리는 아직도 유대인의 든든한 심정적 후원자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집회에서 뜬금없이 이스라엘 국기가 휘날리는가 하면 서점에서는 <죽기 전에 한 번은 유대인을 만나라>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같은 책들이 인기리에 팔린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해서 다른 하나는 그와 내가 닮아서. 실제로 한국인과 유대인은 닮은 구석이 많다. 똘똘 뭉치는 강렬한 민족의식, 열정적인 자녀 교육열, 넘치는 근면성(특히 이민 사회에서 보이는) 그리고 풍부한 영적 성향 등이 그렇다. 반면 유대인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우호를 별로 따라가지 못한다. 유대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탈무드다. 집집마다 탈무드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한 권 정도는 있으며, 교육이나 글쓰기에서 많이 활용된다. A 인터넷 서점에서 탈무드를 검색하면 무려 1141건이 뜬다. 그런데 탈무드는 과연 한 권으로 이루어진 책일까. “집에 안 보는 탈무드 있으면 좀…”유대인의 율법은 성문(成文)과 구전(口傳) 둘이다. 구약성경의 모세 5경이 성문 율법으로 대략 300페이지짜리 단행본 한 권 분량이다. 보통 ‘토라’라고 한다. 유대인은 모세가 말로 전한 가르침을 입에서 입으로 옮기며 신앙의 바탕으로 삼았는데 그게 ‘미쉬나’와 ‘게마라’다. 이 둘을 합친 게 탈무드로 분량이 300페이지짜리 단행본 40권 분량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읽거나 가지고 있는 탈무드는 요약본으로 혹시 유대인을 만났을 때 “집에 보시던 탈무드 있으면 빌려주세요” 하면 대화가 끊어진다. 경전의 물리적 총량이 많아 종교 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도 그렇게 한다. 불교나 유교는 한 권짜리 1등 경전도 없고 부수 경전을 모두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자(信者) 자격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신앙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반면 개신교와 이슬람은 한 권으로 된 경전이 있다. 이슬람의 경전 ‘쿠란’은 대략 7만8000개의 어휘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 114장이다. 앞에서 분량으로 설명했으니 기준에 맞추자면 400페이지짜리 단행본 규모인 신약성경의 5분의 4 정도다. 무슬림은 쿠란을 반드시 아랍어로 외워야 한다. 계시를 받는 동안 신은 무함마드에게 경고한다. “나의 계시를 왜곡하지 않도록!” 신성한 신의 말씀이므로 의역은 물론이고 절대 다른 언어로 번역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이슬람은 이 신을 ‘알라’라고 부른다. 알라는 아랍어로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무슬림이 가장 큰 죄로 여기는 것이 알라 이외의 신을 섬기는 것이다. 개신교처럼 이슬람은 다른 종교와 공존할 수 없는 치명적 한계를 지닌다. 정치사의 이면은 경제사,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왜 이렇게 이슬람 이야기를 길게 할까 궁금할 수 있겠다. 정치사, 전쟁사, 경제사는 같이 간다. 똑똑한 사람은 정치사만 말해줘도 경제사까지 미루어 이해한다. 마르틴 루터는 왜 종교개혁을 했나. 신흥 부르주아의 이익 때문이다. 영국은 왜 성공회를 탄생시켰나. 로마 가톨릭과 지갑을 나누는 게 지겨워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슬람은 왜 그렇게 열심히 약진했나. 간단하다. 세금 걷는 즐거움과 무역에 따른 이익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라면 이슬람은 개요만 설명하고 끝냈을 것이다. 진짜 중요한 건 무슬림의 약진이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슬람의 팽창으로 동지중해가 막힌다. 모두가 의기소침하고 있을 때 지중해 서쪽 끄트머리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깜찍한 발상을 한다. 동쪽 지중해가 아니라 미지의 서쪽 바다를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그들은 그 바다로 나갔고 대박이 터진다. 대서양을 발견했고 아메리카를 찾았다. 대항해시대의 개막이자 1세대 제국주의의 탄생으로 본격적인 자본주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 재료가 많다는 방증이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약진만 가지고 대항해시대를 설명하면 논리가 허술하고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슬람의 서진을 글 재료에 같이 넣고 버무려야 대항해시대를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이베리아반도 사람들이 대서양으로 나간 것에는 종교적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 회에 이어진다. 쿠란, 베고 자다가 침 흘리면 처벌까지
남정욱 前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남정욱 前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탈무드를 제대로 모른다는 것은 유대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쿠란을 모른다는 건 이슬람 이해를 포기했다는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쿠란의 내적 구성만큼은 알고 가자. 쿠란은 메카 시대, 메카-메디나 시대 그리고 메디나 시대로 나뉜다. 초기 메카 시대는 종말과 최후 심판 등 종교적 내용이 대부분으로 ‘뭐뭐 하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식의 경고로 도배가 된 공포물이다. 중기 메카-메디나 시대는 초기에 비해 종교적 격정이 완화되고 스토리가 많이 들어가 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후기 메디나 시대부터는 율법적 성격이 강해진다. 예배와 순례 안내는 물론이고 음주와 노름, 이자 취득의 금지 등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규율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예언자에서 통치자로 바뀐 무함마드의 위상과 일치한다.